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사근청년네트워크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도시재생’이라는 변화는 멈췄지만, 우리는 폐가를 재생하겠습니다

#1. 재개발, 주민들이 비슷한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2022년 하반기,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근도시재생 공동체활성화 용역사업이 종료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묘한데, 당시엔 오랜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 광풍이 불었었고, 서울 내 수많은 노후화된 구역에선 재개발, 재건축 이슈로 들썩들썩했다. 실패한 뉴타운 정책의 보상책으로 시작됐던 도시재생도 ‘보존위주’라는 정책이라는 오명을 쓴 채 ‘정비위주’의 사업으로 변모해야한다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재개발사업은 주민 간의 화합보다는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모든 주민들이 비슷한 거주 상황에, 비슷한 자산을 가지고 있어, 건축이 무사히 진행되어 모두 만족스런 평형에, 만족스런 분담금을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쉽게도 대학교 원룸촌의 주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주민들은 서로 싸우고, 주요세입자들이거나 대학생 청년, 이사를 원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낄 자리가 없다.

사근동 전경, 정면 대학교와 달리, 오래된 교회 옆으로 양철지붕의 단층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근동 전경, 정면 대학교와 달리, 오래된 교회 옆으로 양철지붕의 단층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근동 전경, 구릉을 타고 올라가는 동네 윗 쪽 울타리 넘어 한양대 기숙사가 올라가고 있다.

사근동 전경, 구릉을 타고 올라가는 동네 윗 쪽 울타리 넘어 한양대 기숙사가 올라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정비라는 뜬 구름을 잡는 갈등 속에 지쳤을 때, 사근동에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청년들과의 활동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실무자인 나에게 일종의 동지의식을 키워주었고, 사업이 종료됐다고 무책임하게 떠나기보다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의지와 자원들을 긁어모아보게 됐다. 조부모님부터 모든 가족이 사근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청년사업가, 성수동·한양대학교 등 창업 인프라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청년창업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대학생 동아리들이 모여, 22년 연말,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을 들여다봤다.

다들 사업자들이니 컨소시엄으로 내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혹시나 힘든 일 하다 어렵사리 꾸려온 멤버십이 깨질까 시민모임으로 시작하자했다. 그때 나는 지금껏 해온 도시재생사업과는 달리 크리에이티브한 일들을 업무적인 부담 없이 재미있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천만의 말씀이었다. 사근동에서 목소리를 내고자했던 청년들의 욕심은 컸고, 상상력과 추진력은 예상보다 저돌적이었다. 주민들과 공모사업을 추진하며 공적예산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나 전전긍긍하던 예전 내 모습이 무색하게 뭔가 강한 파도에 올라탄 것처럼 한해 쭉 휩쓸려갔다.

공모 신청 전 의지를 모으던 우리의 모습, 사업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공모 신청 전 의지를 모으던 우리의 모습, 사업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공모 사업 중 실제 우리의 모습은 이랬다

공모 사업 중 실제 우리의 모습은 이랬다

#2. 우리는 10년이 넘게 방치되어온 빈집의 벽지, 장판을 뜯었다

우선 우리는 10년이 넘게 방치되어온 빈집의 벽지, 장판을 뜯고 도배·장판 작업을 했다. 페인트칠을 하고, 누수관, 녹슨 대문을 고쳤으며 오래되어 썩어가는 집기, 가구, 폐기물들을 내다버리고 청년들이 쉬어갈 수 있는 가구를 장만해 넣었다. 시멘트를 쳐서 바닥 평탄화 작업을 했다. 70~80년대 가난한 서민들이 구릉지에 다닥다닥 붙어서 살았던 다가구주택, 접도 요건도 되지 않아 빌라형태가 아닌 단층주택 두세 개가 얼기설기 붙어 필지와도 맞지 않은 그런 오래된 주택의 공간을 청년의 목소리를 담은 공간으로 하나하나 바꿔 나갔다. 정식동아리가 아니라 공간이 없는 대학생 동아리를 위한 공유동방, 그리고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길 전시관이었다.

페인트칠(난이도 하)

페인트칠(난이도 하)

바닥평탄화(난이도 중)

바닥평탄화(난이도 중)

골목길로 시멘트 나르기(난이도 상)

골목길로 시멘트 나르기(난이도 상)

그리고 두 가지 행사를 했다. 하나는 1인가구 주거 및 보행 안전을 테마로 한 전시회로, 사근동에 사는 청년들에게 제보를 받거나, 골목길을 누비며 사진을 직접 찍어 전시하고, 2023 한해 안전불감증을 키워드로 한 사건 사고들을 스크랩하여 QR코드로 벽면에 부착했다. 구성원들의 창업역량들을 살려 골목에 대한 조사내용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은 박수소리로 반응하는 미디어 아트 스크린을 설치했으며, 색각이상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탈출 프로그램, 웹페이지를 활용한 1인가구 안전불감증 테스트도 운영했다.

전시회 스케치 영상

 

안전전시회를 관람하는 주민

안전전시회를 관람하는 주민

색각이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방탈출프로그램 운영스테프들

색각이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방탈출프로그램 운영스테프들

골목길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골목길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다른 하나는 연말에 진행한 공간개소식 겸 성과공유회였다. 안전전시회는 성동구 행정, 의원, 동네주민 등을 포함하여 60여명이 참여했고, 그만큼 우리들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안전전시회를 계기로, 공동체활동, 사회적경제활동을 하던 지역 내 주민들이 도움을 주셨고, 하반기엔 지붕을 고치고 벽을 터는 등 공간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화장실이 생겼으며, 탕비시설, 사무실 공간, 세미나 공간 등도 마련됐다. 공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감사 인사 겸 청년공간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역시 이 행사에도 많은 유관인사들이 참여했다.

#3. 도시재생/폐가재생

우리는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를 통해 기반을 다졌다. 우리가 앞으로 같이 꾸려갈 공간을 조성했고, 우리가 앞으로 같이 해나갈 사업을 상상했다.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보다 우선순위가 밀려 만나기 힘들었던 행정과 주민들에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려줬고, 청년 주체로서 실체를 보여줬다. 대도시 서울에서 ‘도시재생’이라는 정책사업명은 이제 보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폐가를 재생’하며 매한가지 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고친 공간에서

이렇게 고친 공간에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청년들과 동네를 알아갑니다.

청년들과 동네를 알아갑니다.

 

글, 사진 : 사근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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