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서울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쓰다

10개월 동안의 사업의 결과물, 아카이브 책자가 사무국으로 배송되는 날이 드디어 왔습니다. 1,000부의 책자가 들어가려면 종이박스(A4 용지 상자 크기) 15개가 필요하더군요. 하필 공동사무실 사람들은 외근을 나간 날, 저는 배송 기사님과 둘이서 15박스를 모두 옮겼습니다. 책을 모두 옮긴 후, 땀을 닦으며 기사님이 “그런데 퀴어가 뭐에요?”라고 물으시더라구요.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퀴어에 대한 긴 설명 대신, 알아듣기 편하시라고 ‘그거 왜, 동성애자 같은 거 있잖아요. 그 축제에 대한 책이에요. 저도 동성애자에요.’ 라고 대답했어요. 기사님은 ‘그거 요즘 논란되는 그거?’ 하시더라구요. 저는 ‘이 책 하나 드릴게요. 읽어주세요.’라고 했답니다.

위 그림은 ‘구글 트렌드’에서 작년 1년간 많이 검색된 키워드를 분석한 그래프인데요, 1년 동안 여러 개의 유사한 검색어 중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대값 그래프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모든 대외활동에 ‘서울퀴어퍼레이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기자들에게도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 달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일반 대중에게는 ‘퀴어축제’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퀴어축제’라고 검색을 하면, 혐오의 렌즈로 찍히고 쓰여진 가짜뉴스가 엄청나게 많이 결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오늘 기준으로 ‘퀴어축제’의 구글 검색 결과는 약 63만개 입니다. 연관 검색어로는 ‘극혐’ ‘혐짤’ 등이 있었습니다.

퀴어가 뭐냐는 배송 기사님의 질문에 검색해보시라고 선뜻 답할 수 없었지만, 이제 이 책을 건네며, 읽어봐 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쓴다는 것, 전국 9개 지역의 퀴어문화축제의 역사를 한데 모은다는 것,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20년도 더 된 낡은 외장하드에 잠자고 있던 사진들을 활용해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의미있었습니다.

변호사, 역사 연구자, 젠더 연구자, 기자 등의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법률, 역사, 젠더/문화, 언론 등의 분야에서 분석ㆍ비평문을 모아주시고, 좌담회를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논의를 발전시켜주신것도, 그 결과물을 책에 담은 것도 큰 성과입니다. 텍스트 뿐 아니라 도표, 연표, 그래프와 지도 등 인포그래픽을 담아 축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올해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5회를 맞는 해입니다. 25년 동안 꿈꾸던 아카이빙 작업을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덕분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글, 사진 : 서울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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