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여성주의, 반성착취 현장과 만나다

#1. 백래시 시대, 여성주의로 연결을 시도하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라는 여성폭력에 단호히 반대하고, 성매매여성들의 피해지원 및 인권옹호활동을 하는 현장단체들을 연대체입니다. 전국연대는 성매매여성들을 만나고 지원하며 지난 20년간 반성매매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3년에는 현장에서 한 발 더 내디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자 “여성주의, 반성착취 현장과 만나다”라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새로운 페미니스트들과의 만남을 통해 반성매매 운동의 확장, 새로운 연대, 재생산을 꾀하고, 새로운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책으로 만난 여성주의가 아니라 여성들의 삶의 현장에서 제기되는 경험과 의제를 중심으로 여성주의를 만남으로써 세계관이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전국연대는 전국연대의 회원단체들과 함께 전국 9개 지역에서 다양한 여성주의 모임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이 만남을 위해 전국연대 사무국(서울), 인권희망 강강술래(인천), 수원여성인권돋음(수원), 여성인권티움(대전),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광주),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목포), 대구여성인권센터(대구),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부산), 제주여성인권연대(제주)가 모였고 전국 총 17개 모임 또는 단체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만난 모임 또는 단체는 성북청년시민회, 채널PNU, 노동인권연대, 칠성사이다, 여성주의 모임 ‘공방’, 지고지탑XX, 불일치(불편한 일상을 치우는 남성모임), 비판언론 ‘표출지대’,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광주여성독서모임 ‘도그이어’, 성평등액션 목포협의체,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목포 시내버스 공공성 강화 범시민대책위원회, 등대지기, 제주여성영화제, SING강사단입니다.

이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본 곳은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러나 백래시의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들은 하나 둘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은 신청을 하면 찾아가 만나는 모임 방식이었습니다. 먼저 부산에서 ‘배달의 살림’이라는 이름으로 이 방법을 제안하였고 대구에서도 ‘잇다’라는 이름으로 간담회를 진행하여 다양한 모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역 간담회를 진행하며 느낀 활동가들의 평가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반성매매 활동을 하면서 선입견과 낙인 때문에 지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활동을 알릴 수 있었고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시민들이 갖는 통념을 자유롭게 나누고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이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반성매매 운동을 하며 외롭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타 단체들의 활동을 들으며 자극도 받고 연대의 필요성도 느꼈습니다. 추가적인 네트워킹을 고민하다 함께 책모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2. 연결과 연대를 꿈꾸다, 여성주의 여름캠프

“성매매 문제에 대해 고민과 논의들이 많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쉽게 판단하거나 이야기할 수 없어 참 답답했습니다. 마침 반성착취 여름캠프가 진행되어 신청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너무나 만족했습니다. 성노동론, 성착취론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성매매 문제에 크게 관심이 생겼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성매매’라는 주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반성매매운동을 하며 성매매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성매매’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때론 겁이 나고, 때론 움츠려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장 활동에 더 매진했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연대는 우리의 힘! 전국연대는 아름다운재단 사업을 통해 먼저 자리를 만들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3박 4일간의 캠프를 만들었고 총 13명의 참가자들이 초대에 응했습니다. 여성주의 입문 교육, 일상의 성평등한 문화 만들기, 성평등한 남성성 등의 교육과 성매매에 관한 교육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을 방문하는 현장활동, 여성자활지원센터 체험과 같은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3박 4일 간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야 하는 부담감이 캠프의 진입 장벽이 되었지만 3박 4일 동안 숙식을 같이 하며 나누는 시간은 깊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이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발견한 것은 주최자와 참여자 모두 ‘외로움’과 ‘연결’의 욕구로 만나게 되었고 모두가 서있는 위치와 지점이 다르지만 ‘연결’의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으며, 이 캠프를 통해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연결되고 친밀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3. 기억과 연대, 민들레순례단

사업의 마지막 일정은 ‘기억과 연대, 민들레순례단’이었습니다. 반성매매운동은 2000년 군산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업소에서의 화재참사로 스무명에 가까운 성매매여성이 희생되었고 그 목숨에 빚져 반성매매운동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것은 우리의 운동의 시작과 지향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매년 9월 전국연대는 군산을 순례합니다. 2023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시민들과 함께 민들레순례단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군산의 대명동, 개복동 화재참사 지역을 걷고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참여자 한 명씩 국화를 헌화하며 여성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둘째날에는 전주 선미촌을 방문했습니다. 성매매업소 집결지에서 여성인권공간으로 재탄생한 선미촌을 걸으며 시민들의 노력으로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선미촌을 보며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에 대한 상상력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성들의 역사를 남기면서도 대상화하지 않고, 피해 사실이 남은 흔적 위에 새로운 것을 짓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남긴 모습을 보며 다른 지역의 집결지도 역사를 기억하고 계속 의미를 쌓아나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순례단으로 함께 와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 또 가면 좋겠어요~”

글, 사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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