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성북청년시민회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
동네에서 멋진 동료를 만나는 일, 그리고 내가 멋진 동료가 되는 일
성북청년시민회는 2023년, ‘동네생활 탐험가’ 라는 이름으로 동네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을 모집하고 함께 활동했습니다. 성북청년시민회가 그동안 만나왔던 청년들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했던 올해의 탐험가들은, 활동을 마무리하며 공통적으로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청년을 수혜자로 보는 다수의 청년 정책들이 일자리 공급이나 주택 공급 등의 양적 확대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어떤 청년들은 정책이나 제도가 포괄할 수 없는, 모호하고 섬세한 영역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북청년시민회는 2018년 이후로 꾸준히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역 기반의 사회참여 활동과 시민교육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수의 청년들이, 허기진 배와 불편한 차림을 감수하고, 저녁시간의 교통정체를 감당하고, 나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감당하고,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을 수 있음을 감당하고, 잘 모르는 사람과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어색함을 감당하고, 다른 기회비용들을 감수하고 활동을 하러 모입니다. 저는 그 마음들을, 어쩔 수 없이 아끼게 됩니다.
때때로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자기 힘으로 무엇이든 다 해내기를 바라고, 조금 더 활기차고 알차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청년들의 고통에 상당히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회가 청년들에게 무관심했던 그 어떤 시기에도, 청년들은 사회에 무심한 적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더욱 많이 느낍니다. 청년들이 사회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얼만큼 빨리 실망하게 되는지. 사회는 너무나 느리게 변해서, 청년들이 고민했다가 선망했다가 기대했다가 관찰했다가 실망했다가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하는 사이에도, 겨우 1cm 정도 나아갑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10cm 정도 후퇴하더니, 안 보고 있는 사이에 다시 11cm 나아가는 그런 식입니다. 그러니까 변하긴 변하는데, 영원히 성에 안 찬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그 기나긴 변화의 과정을 함께 견딜 동료들을 찾는 것 같습니다. 이토록 더딘 변화 속에서도 자책하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2023년의 동네생활 탐험가는, 그런 동료를 찾는 데에 도움이 꽤나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일상으로 녹여내고 생계로도 연결하는 마을 활동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범대에서 배웠던 교육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청소년을 더 자유롭게 하는 교육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대표님의 주문에 맞추어 만들던 디자인을, 작은 것부터 크게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서 해보았습니다. 탐험가들의 마지막 발표 제목을 “변화의 연대기”라고 짓고, 인상깊었던 사람에 대하여 발표하게 했던 것에는, 우리가 만나게 될 변화가 사람들 속에서 시작된다는 걸 청년들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그런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멋진 동료가 되어 주고, 의지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되어주고, 여차할 때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바람 역시 꽤나 잘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탐험가 중 한 분이 쓰신 발표문 일부를 인용합니다.
“동네생활 탐험가를 통해 나는 지역사회와 연결되었는가? 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회고모임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동네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우리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새롭고 유익했으며, 제 일상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와주었습니다.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모임을 가지고 서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생겼을 때 저는 지역사회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탐험을 할 때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고 모임을 통해 우리 동네에 얼마나 멋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같이 활동을 한 동네생활 탐험가들을 포함해, 동네에는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응원해주고 유익한 정보를 공유해주며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동네에서 나의 할 일을 찾고,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경험이 내가 동네의 구성원으로서 작더라도 한 몫을 하고 있구나 느끼게 해주었고, 이때 저는 동네와 더 깊게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북청년시민회는 2020년 이후로, 청년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관심을 사업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국가 주도의 지원사업이 다수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동네생활 탐험가는 사회적 자원과 정보에서 완전히 단절된 고립 청년들 뿐만 아니라,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끼고 위급할 때 연결될 수 있는 안전망이 없다고 느끼는 외로운 청년들도 참여할 수 있는 문턱 낮은 활동을 지향했습니다. 동네 안에서 자기의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역 활동의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곳곳에 배치해 정보와 경험을 나눴습니다. 물론 여러모로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동네생활 탐험가를 통해 “내가 이 동네에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경험”은 분명히 새겨져 그 다음 활동을 해낼 자신감이 되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로워하는 청년들이 있을 것입니다. 해결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익명 커뮤니티로, 질문 게시판으로 흘러들어가는, 얼굴 모르는 그들에게 마음이 갑니다. 더 많이,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어떤 성과나 결과물보다도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고, 도움 받고 도움을 주는 사이에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바뀔 때 이 사회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겪고 함께 확신하고 싶습니다.
글, 사진 : 사단법인성북청년시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