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자립을 하면 자리가 생겨요.

“자립을 하면 자리가 생겨요.” 탈시설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김현아 님의 말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 살다 25살에 자립해서 지금 서울시 지원주택에 살고 있다. 시설과 집의 차이를 물었을 때는 ‘공기가 다르다’라고 했다. “(시설) 바깥은 좋은 공기, 시설은 나쁜 공기예요.” 시설에서는 하는 일마다 허락을 받아야 됐었다고, 허락을 구하는 말을 꺼낼 때마다 김현아 님에게 그곳에서의 공기가 몹시 답답하고 무거웠나보다. 그러나 나와서 끝이 아니었다. 몇 고개의 산을 넘어 지역사회로 겨우 자립했는데 누군가는 그의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은 자립 할 수 없다.”라는 말이 정치인의 입에서, 정부의 자료에서 흘러나왔다. 김현아는 오랫동안 반복된 차별을 걷어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은 지금 지원주택에도 살고 있고, 시설에서도 자립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자립할 수 없어라고 하면 기분 나쁠 수 있어요.” – 김현아

탈시설 당사자 이야기 대회 7회차 ‘탈시설과 자립,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말하다

탈시설 당사자 이야기 대회 7회차 ‘탈시설과 자립,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말하다

그렇다. 분명 어떤 말에 속상해지는 당사자가 있음에도 이 사회는 한동안 마치 그런 존재가 없는 듯 함부로 말해댔다. 김현아는 지나가듯 했던 말이 사실은 지금 발달장애인 자립이슈의 본질을 바로 짚었다.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 장애인의 자리는 사회 밖 어딘가였다. 이 가운데 ‘사회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오는 이 자립이란 건, ‘자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시설생활을 경험하고, 지역사회로 자립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장애인의 탈시설이나 자립에 관련한 정책에 닿지 않는다. 학자는 논문으로, 공무원은 정책으로, 국회의원은 법으로 말한다. 그러나 이 모두가 모인 논의테이블에 탈시설 당사자는 초대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탈시설 당사자가 탈시설에 대해 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대회 회차별로 현 탈시설 정책의 흐름에 관한 주요 이슈를 1가지씩 선정했다. 키워드는 총 7개였다. 

#10년 #국가_사과 #가족 #자원활동 #지원 #그룹홈 #발달장애인의자립

어떤 것은 당장의 핫이슈였고, 어떤 것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선뜻 꺼내기 어려운 주제였다.

시설수용 정책에 사과했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캐슬린 윈 총리의 사과문을 탈시설 당사자 이수미 님이 낭독하고 있다

시설수용 정책에 사과했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캐슬린 윈 총리의 사과문을 탈시설 당사자 이수미 님이 낭독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우리는 너무나 잦게,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 사건을 뉴스로 접한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이내 자신의 목숨도 끊었다는 헤드라인에는 관심을 갖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끝으로 내몰렸는지에 대해서는 보지 않는다.

정부에서 제 부모님께 계좌를 주면서 제가 그동안 받았던 수급비를 내놓으라고 했어요. 겨우 싸워서 소명했어요.” – 김현수

일곱 살에 시설에 들어가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자립한 그에게 정부의 얼굴은 너무나 잔인했다. 팔십 세가 훌쩍 넘은 그의 노부모에게 국가는 ‘부양의무자’라는 자격을 강제하려고 했다. 가족이 서로의 지지가 아니라 족쇄가 되어 시설수용을 강요하는 이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의 이슈에 대해 시민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강의를 연결고리로 만나는 시민들에게 “장애인을 만나본 적 있나요?”를 물으면 70%는 시설에 자원봉사 갔을 때라고 답한다. 통합교육이 아주 오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시민 대부분은 시설에서 장애인을 처음으로 만난다. 시설 안에서 결코 동등하지 않았던 경험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하루는 중학생이 제 옆에 있는 장애인에게 그러는 거예요. ‘구구단 거꾸로 외우면 천원줄게.’ 제가 대신 외우고 그 천원 받아냈어요.” – 허혁

그 과거를 지나 남들처럼 자립해서 살고 일을 나가는 그는 ‘내가 원하는 게 있고, 내가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으니까’ 하루하루 사람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는 장애인의 시설수용 그 자체가 차별이기 때문에 국가가 빠르게 탈시설 정책을 수립·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책 과정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국가가 피해에 대한 배보상을 실시하라고 제시한다.

탈시설 당사자 이야기 대회 2회차 ’시설에서의 삶을 사과받고 싶어‘

탈시설 당사자 이야기 대회 2회차 ’시설에서의 삶을 사과받고 싶어

한국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 비준국으로서 이 국제 규약을 이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탈시설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삶의 경험에 따라 정책이 입안되어야 할 때다.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를 통해 탈시설 당사자들은 오늘도 변화의 씨앗을 뿌렸다. 우리는 이 씨앗이 싹을 틔우고 끝내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이 땅을 함께 일굴 책임이, 시민으로서 있다.

“내가 옆에서 싸워줄게. 자립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 같이 동네에서 함께 살자” – 박경인 

나도, 너도, 우리 모두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살고 싶다는 이 이야기에 당신의 자리가 있다. 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다.

글,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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