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8 좋은 어른의 조건
🛵길 위를 달리는 스쿠터를 보면 6살 때의 기억이 떠올라요. 앞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장 보러 갈 때면 스쿠터를 타셨어요. 기억에는 없지만 아마 태워달라고 졸랐던 것 같아요. 장을 볼 때마다 앞에 저를 태우고 다니셨거든요. 아주머니 덕분에 마트 구경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정신없이 크느라 잊고 있던 그 분의 존재가 성인이 되고난 후에야 불현듯 떠오르더라고요. 이사간 후로 연락이 끊겨서 만날 순 없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하신답니다.
 
아주머니에게 받은 존중과 사랑은 성인이 되고 방과 후 자원교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시금 떠올랐어요. 10살 정도 되는 어린이들에게 제가 직접 기획한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이었는데 사실 수업의 절반은 대화였습니다. 누가 놀려서 속상했다, 엄마가 이렇게 했다, 새로 산 학용품이 이렇다… 어린이에겐 삶의 전부일 이야기들을 들으며 저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었던 아주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스쿠터 타던 기억이 소중하게 남아있는 것처럼 어린이들에게도 저와 함께 한 날들이 훗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늘 하굣길을 함께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건 못해도 이야기를 오래오래 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거든요.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받은 존중과 사랑은 평생을 가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그러니 우리가 받았던 마음과 사랑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나누어주면 좋겠어요. 오늘 후후레터가 먼저 좋은 어른들의 다정한 마음을 나눠드릴게요.
  
서로를 기다린 좋은 어른들
팟캐스트 녹음실 초인종을 누르면서부터 마음이 두근거렸어요. 좋은 어른 세 명과 만나는 자리라 너무나 고대했거든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요!
 
자, 이제 후후레터가 꼽은 좋은 어른 세 사람을 지금 소개할게요. 베스트셀러 ‘가난한 어른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쓴 강지나 작가와 열여덟 어른 신선, 손자영 캠페이너입니다. 
좋은 어른, 강지나 작가 “청소년도 완성된 욕구가 있는 존재로 봐주세요”
강지나 작가는 학교 사회복지를 전공한 교사예요. 낙후된 지역으로 발령받아 첫 근무를 시작하면서 가난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목격했어요. 8명의 아이들이 가난한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어른이 되는지 들여다보고 논문을 썼습니다. 
 
강지나 작가가 만난 청소년들에게 가난은, 물질적인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았어요. 결핍에서 기인한 상황과 경험의 누적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했어야 하지만 못한 것, 눈치 보느라 무엇을 요구하지 못한 것, 지금 당장의 필요를 충족하느라 내일을 설계하기 힘든 것… 이런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산술적으로 소득 기준에 따라 가난을 판별하거나 지원금을 얼마 늘리겠다는 관점으로는 가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강지나 작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어떻게 집에 차가 두 대가 있지’ 이런 말씀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그 집의 경제적인 활동에 차가 꼭 필요하다면 다른 것이 좀 없어도 차가 두 대일 수 있는 거예요. 아무리 집에 돈이 많더라도 청소년이 집안의 부를 나의 발전을 위해서 쓸 수 없다면 그 친구도 가난하다고 볼 수 있어요. 빈곤층을 비난하거나 도덕적인 잣대로 마구 평가하게 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가난에 대한 좀 개념이 다층화돼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좋은 어른, 자립준비청년 신선, 손자영 씨 “우리만 아는 이야기, 세상에 들려줄게요”
신선, 손자영 씨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자립한 청년들이에요. 후후레터 구독자 여러분들에게는 익숙한 분들이죠?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육원으로 직접 강연을 가기도 하고요.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도 열심히 찾아 공유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2차 성징을 경험하고 있을 후배들을 위한 맞춤형 속옷과 면도기를 살핌키트로 준비해 보내기도 했답니다. 강지나 작가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손자영 씨) “요새는 부모님이 계신데도 보육원에 들어와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혼, 가정폭력, 학대, 방임 등의 원인이죠. 신고가 들어오거나 하면 아동보호 전담 요원이 출동해서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 조치하는 기관들이 있어요. 분리 조치 이후에 심의 위원이 상황을 보고 보육원, 그룹홈, 가정위탁 등 어떤 보호 체계로 보낼지 선택하고요.” 
 
부모가 있어도 아동양육시설에서 거주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그룹홈, 위탁가정에서 자라는 청년들도 많지만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다 알지 못합니다. 두 사람이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
신선, 손자영 씨가 처음 자립을 시작했을 때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웠고, 원가족과의 관계에도 고민이 깊었어요. 이들은 실제로 강지나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본인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신선 씨) “저는 저를 지키고 싶은 욕심이나 마음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었는데) 여전히 그러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습니다. 끊어내지 못하는 친구도 많고 책임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좀 많다는 게 지금 상황인 것 같아요.”
 
(강지나 작가) “신선 씨도 그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욕심이라고 하셨잖아요. 약간 부정적인 언어를 쓰셨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나 부모로부터 다 독립해야 되고 자기의 몫만큼만 책임지는 거지 그 이상을 할 필요는 없고요. 제가 만난 친구들도 ‘나는 불효를 해도 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불효를 해도 큰일이 안 생기는구나, 오히려 독립해서 내가 내 것을 건강하게 쓰니까 오히려 다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구나’를 경험한 친구들이 있거든요.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하는 방법을 많이 논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어른들이 강지나 작가의 책을 읽고 ‘청년을 도와주고 싶은 어른으로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해요. 여러분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지금 팟캐스트를 들어보세요. 지난 청소년기를 반추하며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OO키트에서 OO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이미지 속 빠르게 지나가는 단어를 주목하세요! 맞혀주신 분들 중 5분을 추첨해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의 변화, 후후’에서 잠깐 소개했었죠? 신선, 손자영 씨가 함께 준비한 OO키트는 2차 성징을 경험하고 있을 아동양육시설 후배들을 위한 맞춤형 속옷과 면도기로 구성했습니다. ‘당신을 살펴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있다’고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이 키트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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