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해 한번, 나의 기부활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했습니다. 삶은 더 진지하게, 기부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든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먼저 관심 갖고 귀 기울이고 변화를 위한 시작을 먼저 해 주신 것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평소 관심 가지던 사안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례를 들을 수 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시선과 태도를 생각해보는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꾸러미와 간식까지 챙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에서 기부회원님이 남겨주신 후기입니다. 나눔산책은 아름다운재단에 쌓여있는 나눔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이번 나눔산책은 ‘기본권의 확장, 그 너머의 우리’라는 주제로 이주민과 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부회원님들이 남겨주신 말씀을 들으며 나눔산책의 의미와 꼭 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의 공감이 가득했던 나눔산책 행사 후기 시작합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6월 22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상촌재에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 듭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을 위해 아름다운재단 기부회원들과 매니저들이 자리한 것인데요. 갑작스러운 비가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가로막진 않을까 걱정도 잠시, 많은 분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어머, 이게 뭐예요?” 강연 시작 전 받은 꾸러미를 열어보는 기부자들에게서 호기심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안에는 토마토, 감자, 깻잎까지 탐스러운 농작물이 담겨있었는데요. 이는 오늘의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기본권의 확장, 그 너머를 바라보는 우리’라는 주제로 채소를 정성껏 재배하고 수확하는데 많은 손길을 더한 ‘이주민’과 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주민과 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떤 내용이 누구의 입을 통해 전달될까 궁금해졌는데요. 이주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맞서 온 우춘희 작가 겸 연구활동가와 김이찬 감독이 소개되며 2024 나눔산책이 막을 올렸습니다.

깻잎 한 장에 담긴 이주노동자의 눈물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우춘희 연구활동가는 ‘깻잎 한 장에 담긴 인권’이라는 주제로 깻잎 밭에서 만났던 사업자, 이주노동자들, 미등록이주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그녀는 직접 깻잎 하우스에서 일하며 엮은 책 「깻잎투쟁기」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깻잎을 따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한달에 2일 쉬고, 하루 10시간의 중노동을 합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많은 깻잎이 이주민 노동자의 손끝에서 오는 것이죠.”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로 4년 10개월 간 체류할 수 있는 자격으로 한국에 왔고, 실제 현장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임을 인정받으면서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화장실에 갈 틈도 없는 고된 노동과 입금 체불, 비와 바람이 새는 비닐하우스 집, 사업자의 폭언과 폭력 등이 그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위생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숙소는 이주노동자들을 힘겹게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생활환경을 통해 정부나 사업자가 가해자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내국인 노동자가 떠난 자리를 좀 더 저렴한 인건비를 받는 이주노동자가 채우고 있고, 그 혜택을 소비자가 받고 있으니 그들에게 노동에 합당한 대우와 기본적인 삶의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죠.”

우춘희 연구활동가는 이주민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관련 지침들을 정비하고, 정부가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기부회원들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 기부회원은 ‘깻잎 한 장이 내 입에 들어가기까지 애쓴 노동자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의 삶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기막힌 현실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이끄는 김이찬 감독이 두 번째 연사로 나섰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활동가인 그는 ‘서로 더 관심을 가집시다’라는 주제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주거권, 이중사회와 같은 현재의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이주노동자와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2009년 이주노동자 영상 제작 교육으로 문을 열었다가 캄보디아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알게 되면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해마다 200여명의 캄보디아 청년들을 만납니다. 임금을 못 받거나 회사에서 쫓겨났다. 빈손으로 고향으로 가게 될 처지다, 폭행이나 폭언으로 괴롭다 등등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다른 농장으로 가면 되지 않는가 생각하기 쉽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특정 사유가 있으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장 변경 권한은 사업자에게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업자가 동의해야만 이직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임금 체불, 괴롭힘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사업자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그만둘 수가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 뿐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꾹 참고 일하거나, 도망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20대에 한국에 와요. 심장이 터질 듯한 나이에 와서 거의 10년을 한국 농업을 위해 헌신하죠.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산물이 그들의 손을 거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기본적인 권리도 부여 받지 못하고 떠난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옳지 않은 일이 아닐까요?”

정당한 분노와 뜨거운 공감이 가득했던 질의응답

묵직한 울림이 있었던 발표가 끝나고 맞이한 질의응답. 기부회원의 뜨거운 목소리가 상촌재에 퍼져 나갔습니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이 정도 인지 몰랐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회구성원으로 인권 감수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우춘희 활동가와 김이찬 감독은 정책 마련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의 취업을 알선했잖아요.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와 사업자와 표준근로계약서를 맺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놓았고요. 그러면 관리 감독도 꼼꼼하게 이루어 져야죠.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해요.” – 김이찬 감독

“이주민노동자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입니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왔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가장 기본적인 것. 충분한 휴식과 쉼, 주거 환경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해요. 이주노동자가 사회구성원임을 인정하고,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인권 감수성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 우춘희 연구활동가

‘활동가로 일하며 힘든 순간, 이겨낼 힘은 어디에서 얻는지.’,’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는가’등 활동가의 삶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요. 우춘희 활동가는 낯설어 하던 이주노동자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친구가 되었을 때, 김이찬 감독은 체벌임금의 극히 일부를 받았음에도 ‘이거라도 받아서 너무 기뻐 같이 밥먹자.’라며 되레 그를 위로해 주던 이주노동자에게서 ‘일희일비’의 자세가 힘든 순간을 뚫고 나갈 힘이 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나눔산책의 말미.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삶의 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강의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는데요. ‘이 자리에서 느낀 정당한 분노가 아름다웠다’며 말문을 연 김의찬 감독은 최근 번아웃(Burnout) 중에 ‘번(Burn)’ 상태였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습니다.

“타 버린 숯처럼 어두운 회색 상태였는데, 오늘 나눔산책을 통해 타버린 숯 사이로 푸른 하늘이 비쳐 보이는 걸 느꼈습니다. 긴 시간 끝까지 경청해 주시고 많은 질문해 주신 기부회님들 덕분에 에너지를 채우고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우춘희 연구활동가는 4월쯤 막 싹을 틔우는 새싹의 색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연두색의 상태인 것 같아요. 새싹의 색이 짙어지고 단단해 지듯 앞으로의 제 활동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이면 미국으로 돌아가 사회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이주노동자로 돌아가는데 여러분의 눈동자가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깻잎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아요. 오늘의 나눔산책,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주노동자를 들여다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재단이 앞장서 주세요.”

행사장을 나서며 남긴 기부회원님들의 말처럼 아름다운재단은 ‘모든 존재들의 권리’를 위해, 우리 안에 소외된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마음을 잇고 사람을 잇는 나눔산책. 앞으로도 깊은 공감의 이야기로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글 | 김유진 작가
사진 | 김권일 작가

댓글 4

  1. 양승미

    바로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동하고, 어쩌다보니 후기도 못 올렸었네요.
    이렇듯 문제를 인식했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저’라는 사람을 계속 깨어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이 세상의 틈을 들여다보고 빛을 쪼이게 해주는 경로임을 다시 한 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안녕하세요 양승미 기부회원님! 바쁘신 중에도 시간내어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해주시는 기부회원님이 계시기에 틈을 메우고,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바라봅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시고, 또 뵙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박현옥

    부끄럽고 뭔가를 내가 해야 할것만 같은 시간이였습니다!
    정말 잊지않고 내역활을 찾겠습니다
    이시간을 만나 참 다행입니다~~

    • 아름다운재단

      안녕하세요 기부회원님! 주말에 시간 내어주시고 강연도 열정적으로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의미있는 시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또 반가운 자리에서 뵙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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