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0 ⏱️42초의 시간이 있었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 배터리 공장인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공장 내부의 CCTV영상을 보면 현장에 있던 노동자 누구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어요. 쌓아둔 물건에 불이 붙자 소화기로 불을 끄며 42초가 흘러가거든요. 불보다 연기가 먼저 공장을 메우며 영상이 뚝 끝나요. 사망한 이주노동자 18명, 한국인 5명 모두 발화가 시작된 3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리튬은 위험하니까 불이 나면 끄려고 하지 말고 대피부터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42초는 공장 밖으로 대피하는데 쓰였을 거예요.

 

위험한 산업현장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 자리하고 있고, 산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 속행 씨가 영하 18도의 날씨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사망했고, 2022년에는 네팔 국적의 노동자가 부품 기계 내부를 청소하던 중 머리가 끼어, 2023년에는 중국 국적의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철제파이프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 산재를 당하는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돼 왔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없었고, 문제가 누적되는 사이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2, 3배 비율로 스러져갔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밥상을 채워주는 농업, 삶의 편의를 높여주는 제조업, 이주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수많은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을 겪고 있는지,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후후레터가 들어봤습니다.

  
일하다가 죽으러 온 사람도, 공짜노동을 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활동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이주노동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우춘희 연구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후후레터 분량의 한계로 인터뷰 일부만 살짝 보여드릴게요. 전문은 하단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Q.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실제로 깻잎 농사를 지어보셨잖아요. 저서인 깻잎 투쟁기를 읽다보니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깻잎을 따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고 약속한 임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요.
A.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처럼 한국에 머물면서 소송을 할 수가 없고,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임금을 줘야 할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출국하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해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미나 씨의 경우 3천만 원을 못 받았는데요. 임신을 한데다 비자도 만료가 되어서 본국에 돌아갈 일만 남은 상황이었어요. 미나 씨가 기자, 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러더라고요. “3천만 원 받으면 ‘지구인의 정류장’에 기부하겠다,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를 위해 써달라”고요. 한국 사회는 왜 이걸 해결해 주지 않는가에 대한 분노, 또 사업장을 바꾸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 이 돈을 썼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 저는 그 마음을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겠어요.
Q. 미나 씨는 3천만 원을 받으셨나요?
A. 못 받았어요. 2020년도 6월에 출국했으니 4년이 지났네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노동청도 체불임금을 인정했고, 민·형사 재판 모두 미나 씨가 승소했는데도요.
Q. 2020년 12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행 씨가 영하 18도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어요. 이후 한국 사회에도 파장이 일었잖아요. 그동안 달라진건 없을까요?
A. 있습니다. 우선 속행 씨가 오랜 기다림 끝에 산재 판정을 받았어요. 한국 사람 정서에 ‘사람이 어떻게 자다가 죽나’ 생각하고 많이들 공감해주시기도 했고요. 두 번째는 이주노동자들이 지내는 숙소의 변화인데요. 사업주들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가건물 같은 숙소가 아니라 집다운 집을 제공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한 방에 그냥 5명씩 바글바글 함께 있는 숙소였다면 이제 1명이나 2명 정도 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만 예전보다 숙소비가 많이 올랐어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월급에서 숙소비를 공제하는데요. 숙소비가 급여에 비해 비싸졌어요. 2023년도 7월 이후 정부에서 숙소비를 합당하게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그게 의무사항은 아니거든요. 
Q. 사업주 인식이 바뀐 건 긍정적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난만큼 주거공간이 금방 바뀌진 않을 것 같아요.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예를 들어 집은 좋지만 가스통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위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수해가 났을 때 비닐하우스가 잠긴 경우도 있었고, 전기가 합선돼서 불이 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월세를 받는 만큼 안전에 관해서도 신경을 써야해요.
  
우춘희 연구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주노동자들이 곁을 지킨 활동가들의 존재를 체감하게 돼요. 오늘의 이야기를 듣고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했다면, 아래 단체들의 활동을 응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우춘희 연구활동가의 인터뷰 내용 중 이주노동자 미나 씨는 체불임금 3천만 원을 받게 될 경우 ‘이 곳’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회복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이 곳은 어디일까요? 이미지 속 빠르게 지나가는 글자를 조합해보거나 인터뷰를 읽어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정답을 맞혀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5분께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드릴게요.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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