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작자 및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민단체인 네트워크:RE <북토크>에  초청을 받아, 손자영 캠페이너가 대중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북토크 현장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미디어 인식개선 프로젝트의 마지막 여정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 책 출간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은 그간 미디어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져온 ‘고아’ 캐릭터에 대한 당사자와 대중의 메시지를 담아, 미디어 생산자에게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간 ‘고아’ 캐릭터는 악인 혹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신데렐라,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캔디 등으로 그려져왔는데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손자영 캠페이너는 ‘고아’ 캐릭터에 담긴 편견을 알리며 지난 4년 간 ‘미디어 인식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번에 펴낸 책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손자영 캠페이너과 아름다운재단은 미디어 속 자립준비청년 캐릭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바라보는 당사자와 대중의 목소리를 담아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 책을 출간했습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자립준비청년 미디어 인식고사’

7월의 마지막 날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 출간 기념으로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교사, 기자, 청년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본격적인 행사 전, 손자영 캠페이너가 직접 출제한 미디어 인식고사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아 캐릭터’에 대한 서로의 미디어 감수성 점수는 과연 몇 점일까요? 만점자는 물론, 80점 이상 점수를 맞은 분들이 많았어요. 평소 드라마를 잘 즐겨보지 않던 분들도, 문항을 보고 미디어 속에 그려지는 ‘고아의 공식’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어요.

미디어 인식고사 시험지를 푸는 북토크 참여자들

손자영 캠페이너가 묻고, 시민이 답하다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 북토크

지난 4년 간, 미디어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손자영 캠페이너는 대중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미디어 속 ‘고아 캐릭터’를 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손자영 캠페이너의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Q&A시간을 마련했습니다.

Q. 손자영 캠페이너 : 보건복지부에서 기존 ‘보호종료아동’의 명칭을 바꾸는 투표를 진행했어요. 그 중, 당사자들(보육원 또는 그룹홈 퇴소 5년 이내인 청년)에게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자립준비청년’ 명칭이 선정됐어요. 여러분은 이 명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A. 자립준비청년으로 명칭이 바뀌니까 좀 더 공감이 돼요. 한편으로는 ‘모든 청년은 자립을 해나가는 과정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들만의 고유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이들은 다른 청년보다 스스로 결정해야 될 일이 많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취업이나 인간관계, 연애 고민 등 보통 청년들과 고민하는 것들이 비슷하다고 느껴서 공감대가 생기는 명칭인 것 같아요.

Q. 손자영 캠페이너 : 이곳에 교사 분들도 계신데, 학교에서 시설아동을 만난 분이 계실까요? 시설 아동이 보육원 밖 세상을 나와 처음으로 자신의 다름을 느끼는 곳이 바로 ‘교실’이거든요. 

A1. 저는 은퇴를 한 교사입니다. 오래 지켜보다 보면 보육원 출신이든 아니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교사인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죠. 옛날에는 교사들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는 눈길이 더 가고,  말 한마디 더 걸어보고 싶었어요. 

A2. 저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그룹홈과 시설에서 지내는 학생들과 친해진 계기가 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이 깊고 따뜻한 아이들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때 아이들과의 좋은 경험 때문에, 편견 없이 잘 지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오늘 여기까지 오기도 했고요. 오늘 북토크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이 미디어 속에서 ‘고아 이미지’로 계속해서 소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사회 교과목에서 ‘소수자’에 대한 단원이 있는데, 다문화나 장애 등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등장하고 있지만,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있고요.

Q. 손자영 캠페이너 : 살인자, 사이코패스, 가난, 불운한 삶… 미디어 속 ‘고아 캐릭터’는 왜 항상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걸까요?

A1. 결핍을 보여주기 위해, ‘고아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 같아요. 결핍을 꼭 나쁘게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핍은 결국 동력의 이유가 되는 건데, 그 결핍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려고 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닐까요. 결핍=고아라는 공식이 굳혀지게 된 것 같고요. 그런데 요새는 그 공식을 사용할 수록 결핍처럼 안 느껴져요. 왜냐하면 부모가 있어도, 부모로 인해 결핍을 느끼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시청자의 감수성과 인식도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인 ‘고아의 공식’에 불편함을 느끼거든요. 

A2. 기억나는 드라마 장면이 있어요.  tvN <응답하라 1988> 인데, 극 중 덕선이 남동생, ‘노을’이가 있어요. 노을이 여자친구와 노을이 부모님이 파출소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요. 샛노랗게 염색한 노을이 여자친구 머리색을 보고, 노을이 아버지가 처음에는 편견 어린 시선과 말을 내뱉거든요. 그런데 ‘부모가 최근에 돌아가셨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노을이 부모님이 바로 아이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저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우리 사회에서 ‘근본도 없이’ 라든가 ‘고아 주제에’라는 말을 서스럼 없이 내뱉는 사람이 있을까 싶거든요. 오히려 부모가 없이 홀로 커야 했던 아이들을 더욱 보듬고, 챙기려고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이런 장면을 보느라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Q. 손자영 캠페이너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1. 오늘 북토크에 진짜 오셔야 하는 분들은 어쩌면 PD/작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창작물을 만들기 전에, 실제 당사자와의 만남을 가지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A2. 미디어를 만드는 분들에게 ‘생각을 바꾸세요’ 라고 해서 바꿔지지는 않겠죠. 오히려 다양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보여주다 보면, ‘아,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공감이 되면서 바뀌지 않을까요. 굳이 이렇지 않아요, 저렇지 않아요, 이 표현은 잘못됐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게, 되려 또 다른 의미로 되새김질 하는 격이 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미디어 인식개선 프로젝트’의 여정과 메시지가 더욱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것 같아요. 

A3. 자립준비청년과 일반 청년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급할 때 뒷배가 있냐 없냐의 차이 같아요. 심리적이든, 경제적이든 뒷배가 있어야 하는데, 자립준비청년은 뒷배가 있는 일반 청년에 비해서는 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러한 뒷배를 받쳐줄 수 있는 건, 사회의 제도나 시스템이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빈자리를 잘 메워주는 게 정부는 물론 아름다운재단 등 좋은 사회단체 역할인 것 같아요. 좋은 어른이 되어주려는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고요. 

북토크가 끝난 후, 손자영 캠페이너의 이야기에 공감한 기자 분은 바로 기사를 쓰셨고, 어떤 분은 본인이 참 많이 배우고 겸손해진다며 <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기부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이번 북토크를 통해 교사를 넘어 좋은 선생으로, 시민을 넘어 좋은 어른으로- 우리 주위에 함께 살아가는 자립준비청년들과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고민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미디어를 생산하는 이들이 ‘미디어 밖 살아가는 자립준비청년’이 존재함을 기억하고, 더 이상 ‘고아 캐릭터’가 아닌 오늘도 보통의 청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자립준비청년’의 캐릭터를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 손자영 프로젝트 웹페이지 바로가기

👉 북토크 관련 기사_범죄자, 야심가, 복수파, 동정의 대상? 그냥 ‘청년’입니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