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자립사부님! 저희가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연애 중에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걸 알려야 할까?
나에겐 결혼이 로망일까, 두려움일까?
언젠가 내 아이에게 고밍아웃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결혼을 하면 ‘자립’은 끝이 나는 걸까?

매번 새로운 자립 앞에서 막연하지만 깊은 고민을 가진 세 명의 자립준비청년 안연주, 조규환, 김도현이 자립사부를 찾아왔습니다.

자립 11년, 결혼 6년, 육아 2년 차의 경력을 가진(?) 허진이 사부가 들려주는 열여덟 어른의 결혼과 육아, 그리고 또 다른 의미의 ‘자립’ 이야기. 시작합니다!

사부! ‘결혼’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Q. 연애 중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까요?

규환: 여자친구에게는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여자친구들의 지인이나 부모님께는 어떻게 제가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것을 밝혀야 할지 고민이 있어요.

진이: 연애할 때도 고민이죠. 다른 분들은 같은 고민을 한 적 있으세요? 도현은 결혼을 생각했고 상견례를 지금 준비해야 되는 시기인데 말을 안 할 수 없잖아요.

도현: 아…상견례 해야 하나요? 저는 여자친구 어머님이랑 아버님이랑 인사는 했어요. 제 상황을 잘 말씀드렸고, 걱정했던 부분은 없었어요.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주셨어요. 근데 행복에 겨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남들과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라왔는데 왜 격려와 응원의 눈빛을 받아야 되나 싶었어요.

진이: 저는 사실 신랑이 보육원에서 만난 사람이잖아요. 근데 결혼식 마지막에 양가 친지 가족들 다 나와서 사진 찍으라고 그러잖아요. 촬영 감독님은 모르시니 양가 친지 이제 다 나와서 사진 찍으라고 하시는거에요. 아무도 안 나오잖아요. 차라리 한쪽이라도 있다면 채워줄텐데, 그 상황이 저는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더 큰 소리로 “보육원 친구들 나와!”라고 외쳤어요. 보육원 친구들이 막 “이제 내가 지금 나서야 될 때구나”하고 천군만마처럼 자리를 딱 채워주는데 “아 괜찮다. 이거면 괜찮다” 그 순간에 제가 마음이 탁 놓이더라고요.

Q. 결혼에 대한 로망vs두려움

결혼은 함께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단짝친구가 생기는 것 – 도현

도현: 같은 카테고리의 분야에서 함께 즐기고 웃고 싸우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하고 이것저것 함께하고 싶어요. 저는 자립을 독립적으로 나 혼자 다 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 완벽할 수 없고 못 일어날 때도 있잖아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어나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공간과 삶을 같이 한다는 것 – 연주

연주: 그저 제 일상을 같이 하는 상상을 해요. 원래 낯을 엄청 많이 가리고 인간관계를 할 때 되게 거리를 두는 편이어서 제 일상을 나누는 게 되게 어렵거든요. 혼자서 해결해야 되는 일들이 많았었던 삶인데 이제는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게 결혼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결혼은 내가 생각해왔던 것을 해볼 수 있는 실전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자립 중에 하나’로서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떠올려요 – 규환

규환: 여자친구랑 가끔씩 물건 살 게 없는데도 마트 가서 팔짱 끼고 카트를 밀면서 장을 보거든요. 그게 제가 원했던 그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에요. 저는 1차원적으로 결혼하면 자립이 끝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자립준비청년이 결혼하면 자립졸업청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면은 제2의 삶이 시작될 거라 생각을 했어요 – 진이

진이: 그전에는 제가 선택한 삶이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핑계를 많이 대왔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부모가 없어서, 외로워서, 사랑 못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결혼은 내 결정으로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삶이다 보니 책임감도 생기고 제 삶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제 선택으로 시작된 삶이니까 저의 자립에 색다른 변곡점이 된 거에요.

사부! 우리가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Q. 자립준비청년이 부모가 된다는 건?

진이 : 아기를 낳고 조그마한 아기를 딱 안았는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조심스럽고, 앞으로 이 아이와 함께할 순간들이 막 다 펼쳐지고, 선물 같고 그랬어요. 근데 ‘나를 떠나보내기로 한 엄마는 나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싶더라구요. ‘오히려 후련했을까? 내가 좀 그래도 누군가의 축하라도 받긴 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나한테 좋지 않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에이 그래도 누군가는 축하해 줬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Q. 자녀에게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걸 알려야 할까요?

진이: 이제 아이가 알아듣는 것도, 세상을 알아보는 것도 굉장히 많아졌더라고요. 언젠가는 이 아이한테 내가 ‘엄마는 보육원에서 자랐어’라는 얘기를 해야 되는데 무슨 말로 어떻게 해야 될지가 막막하고 두려운 거예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려는데 도무지 모르겠어요. 명절에 다른 친구들이 ‘나 우리 할머니 집에서 뭐 하고 왔다.’ 이런 자랑을 하면 ‘난 할머니 없는데…’ 하면서 위축되는 것부터 엄마아빠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이 주는 사랑이 다를텐데 부모로서 조금 속상하고 그래요. 그런데 또 아이는 아직 천진난만한 것 같고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아요? 엄마가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했을 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나요? 도와줘요.

연주: 나에게 주는 사랑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질문 자체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것 같아요. 삶에서 고밍아웃을 해야 되는 순간들이 왔지만, 내가 내 아이한테도 고밍아웃을 해야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어요. ‘말 해야 되는 거구나.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고요.

규환: 아이가 먼저 궁금하기 전에 말을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보육원에서 자랐다 이런 얘기가 아이 입장에서는’ 그럼 안 좋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고 잘 포장해서 긍정적으로 들릴 수 있게 할 것 같아요. 아빠 이렇게 잘 성장했다고요. 아이 입장에서는 아빠가 더 영웅 같아 보이지 않을까요? 진이 누나도 슈퍼우먼같이 딱 얘기를 해요. 나는 이런 삶을 살았는데 지금 ‘내가 너의 엄마다. 너 사랑 많이 받고 있어.’하고요.

진이: 그렇죠. 그럼에도 내 사랑에 흔들림이 없고 충분히 주고 있다면 사실 별게 아닌 거죠. 여러분들의 조언이 고맙습니다. 제가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

오늘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떤가요?


도현 :
막연했던 생각들과 비슷한 고민들을 나누니까 “아 이게 나만 고민하고 있었던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고민을 같이 하고 있는 것 자체에 힘이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연주 : 자립을 하고 나서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혼자 키울 때도 자립이고, 아이를 키워 자립시켜야 할 때도 나는 자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 순간 자립이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좀 무겁게 생각하는 면이 있어서 이 자리로 생각이 환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규환 :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먼저 이렇게 들어보니 예방주사를 맞은 기분이에요. 앞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입장이니까 잘 준비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이 : 저의 지난한 과정들을 생각을 해보면 나도 누군가의 삶에서 미리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사부라고 제가 포지션을 가져가기에는 저도 너무 많은 걸 받은 자리였어요. 오늘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자립사부 하면 일체 외쳐요. “자립사부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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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은 자립준비청년들이 퇴소 후 경험하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과 로망으로 좌절하지 않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지켜갈 수 있도록, 자립 선배 허진이 캠페이너의 경험과 생각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립하고 있는 열여덟 어른 허진이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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