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는 일하다 다치고 아픈 청년여성을 지원하는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원자들을 직접 만나며 이야기를 듣는 자조모임 ‘참으면 병나, 놀러와!’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일하다 다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강의도 듣고,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조모임 행사 후기를 전해 드립니다. 

아파도 참았던 청년여성,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다

2024년 9월 28일, 노동건강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이 기획한 청년여성 네트워킹 행사 ‘참으면 병나, 놀러와’가 서울시 종로구 인사라운지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이어진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이 3년차를 맞이하는 가운데, “이렇게 많은 청년여성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으고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이날의 모임은 출발했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가 사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이것도 산재예요?’ 우리가 몰랐던 노동에 관한 이야기들

‘한 줄 자기소개’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 ‘몇 분이나 오실까?’하며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여섯 분의 참가자 분들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첫 번째 순서인 ‘같이 읽기’ 시간에는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인 안현경 노무사와《이것도 산재예요?》,《알아야 지킨다 – 첫 노동 공략집》두 권의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첫노동공략집과 이것도 산재예요 책 두 권이 나란히 놓여있다

강의 교재로 사용된 ‘첫 노동 공략집’과 ‘이것도 산재예요’

안현경 노무사의 안내를 통해, 우리가 일자리를 고르고 직업을 가질 때 생각보다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채용공고와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한지, 근로계약서는 어떤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필수겠죠. 퇴직할 때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료를 직장가입자 수준으로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경력증명서를 미리 여러 장 발급해두라는 꿀팁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용한 정보들도 얻었지만, 생각거리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법률 구조 상,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노동자가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CCTV, 녹취물 등 증거를 모으기 쉽지 않고, 질병의 경우 하는 일과 앓게 된 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노동자 개인이 밝히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회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참가자 분들이 모두 공감해주셨습니다.

안현경 노무사의 발표가 끝나자 몇 개의 질의가 오갔는데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 전략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세세한 법적 기준을 알게 되니 유용하기도 했지만, 이런 것까지 대비해야 하나 싶어 어딘가 씁쓸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안현경 노무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자문위원 안현경 노무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나누다

오후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기 전, 참가자들은 준비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프로 사진작가님께 포즈 코칭을 받으며 예쁜 프로필 사진도 찍었습니다. 도시락은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비건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점심 후에는 ‘토크타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나, 이렇게까지 일해봤다’, ‘아픈데도 못 쉬고 일했던 경험’ 등 몇 가지 주제를 제시하니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하던 분들도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셨습니다. 그릇을 깨는 등 자잘한 실수부터 시작해 따돌림, 손가락 열상이나 깔림, CCTV 감시 등 여러 가지 경험들이 오가자 서로가 대신 분노하기도 하고, 아픈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청년여성들이 특히 많이 겪었던 일은 역시 ‘과로’였는데요, 열정페이 문제부터 12시간 근무, 주7일 근무, 추가수당 없는 밤샘근무까지 경악할만한 경험들이 공유되었습니다.

일하다 다친 경험 사례를 나누고 산재 강의를 듣고 있다

일하다 다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노동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가운데, 산재 처리를 할 수 없었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사람들은 많은데, 본인이 겪은 일이 산재에 해당하는지 잘 알지 못 하거나, 회사에서 만류하여 산재 처리를 안 한 경험들이 오갔습니다. 흔히 골병이라 말하는 근골격계 질환도 업무 때문에 생긴 거라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심사 기준이 까다롭다는 정보에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사연도 있었네요. 어렵고 복잡한 산재 처리 과정이 간단해지고, 일하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다면, 언젠가 코로나 회복 지원금을 받듯이 쉽게 산재 처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 프로그램인 ‘테라피 프로그램: 나만의 감정 향수 만들기’가 진행되었습니다. 테라피스트와 함께 감정카드를 매개로 자신의 최근 감정을 되돌아보고 서로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도입부는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이사나 취업 준비를 앞둔 몇몇 참가자 분들이 ‘불안’이나 ‘설렘’과 같은 감정카드를 고르자, 다른 참가자 분들께서 용기를 북돋는 감정카드를 뽑아 주셨습니다. 이렇게 찾은 자신의 최근 감정을 토대로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감정 향수를 두 종류 만들고, 답례품까지 드린 후에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힐링 아로마 테라피 오일 만들기를 하고 있다

테라피 프로그램: 나만의 감정 향수 만들기

혼자가 아니야, 또 놀러와!

“덕분에 산재 지식도 배우고, 프로그램 통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유익한 시간이었던만큼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가자 분들께서 보내주신 후기입니다. 이런 후기를 받으니 기분도 몽글몽글해지고 처음 행사를 기획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참으면 병나, 놀러와!〉 라는 제목을 지을 때, 힘겹게 일하는 바쁜 일상 가운데 잠시라도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뉴스에서나 볼 법한 무겁고 어려운 노동 문제가 아니라, 내 삶 그 자체인 노동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돌보는 과정에서 오늘 행사가 도움이 되길 원합니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내가 아픈 건 내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까지 마음 속에 품고 가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네요!

자조모임 참으면 병나! 놀러와~ 현수막이 걸려있다

자조모임 <참으면 병나! 놀러와>

글 | 노동건강연대 김희지
사진 |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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