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는 양육자, 보호자의 부재 등으로 그룹홈, 아동양육시설, 가정위탁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에게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합니다. 먼저 자립을 시작한 자립준비청년인 길잡이와 또래로 구성된 팀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지지체계 형성을 통한 심리정서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문화영역 교육활동비 지원을 통해 진로선택권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 본 사업은 두나무, 아름다운재단, 여울돌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이 함께 합니다. |
마음을 받아본 사람만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법
한참 궁금한 것도 많지만 그만큼 미래에 불안과 두려움도 많은 청소년 시기, 그 무엇보다도 곁에서 ‘괜찮다’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삶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이 생긴다. 가장 치열하게 일하며 자신에게도 시간을 쪼개어 쓰기에도 바쁜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떻게 ‘쉼표’의 길잡이로 참여하게 되었을까?
먼저 자립해본 선배인 자립준비청년 ‘길잡이’들의 이야기
“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지원사업의 활동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어요. 당시에 좋은 멘토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늘 있었기 때문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길잡이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신00 길잡이)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어서 제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작년부터 지원해서 활동했는데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이번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 쌓는다고 생각하면서 지원했습니다.” (김00 길잡이)
“2년 전에 고등학교 3학년이랑 멘토링을 했는데 그 친구 입시 과정을 함께 하면서 유대감을 많이 쌓았어요. 대학을 간 후에도 고민이 생기면 연락이 오는데 저를 좋은 어른으로 생각하고 신뢰하는 어떤 힘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또한 ‘이렇게 저렇게 해봐’라고 말해주면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나 하는 생각에 제 삶의 방향성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어서 또 지원했어요.” (박00 길잡이)
“청소년들의 쉼을 지원해 준다는 지원사업 취지가 색다르게 느껴져서 궁금증도 생기고 사실 청소년들이 쉼을 제대로 경험할 기회가 많이 없는데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00 길잡이)
“제가 잘 크게 된 이유가 항상 좋은 분들을 만나서라고 생각하거든요. 늘 ‘나는 인복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손00 길잡이)
“저도 제가 힘들 때 옆에서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었는데 그런 지지대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더라고요. 저 또한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00 길잡이)
기다려 준 만큼, 노력한 만큼 지금, 우리는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따뜻한 봄날, 오리엔테이션 시작으로 한 명의 길잡이가 다섯 명의 청소년과 한 팀이 되어 팀별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서로의 곁을 조금씩 내어주고 있었다. 어떤 우연과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게 되어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을까. 또 한 참 뒤에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주고 있을까 기대가 된다.
“청소년들이 많이 내성적이었지만 강요하기는 싫었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오고 싶으면 와줘. 난 언제나 그냥 기다릴게’라고 말했죠.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조금씩 열더라고요. 확실히 많이 봐야 친해지는 것 같아요. 여름방학 때 롯데월드 갔는데 청소년들이 너무 더워하길래 놀이기구 빨리 타게 해 주려고 제가 좀 뛰어다녔거든요. 그런데 제가 애쓰는 모습이 고마웠는지 다들 돌아가는 길에 연락이 왔어요. 너무 즐거웠고 고맙다고.”(신00 길잡이)
“처음부터 팀원 모두가 다 적극적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작년에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던 친구가 끝나갈 때쯤 고민을 말하고 진로를 물어와서 많이 도와줄 수 있었어요. 한 사람도 놓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올해도 처음엔 청소년들이 말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여름방학 때 만나니까 학년이 같아서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서로 대학 정보를 주고받고 어떻게 할 건지도 얘기하고 나중에 저한테도 대학갈 수 있는 등급에 관해서 물어봐서 도움을 주고 있어요.” (김00 길잡이)
“저희 팀은 예술 분야에 관심 많은 학생이 모여있어서 텐션이 높을 줄 알았는데 내향적인 예술인들이 모인 거예요. 처음엔 선생님처럼 저 혼자 말했죠. 안 되겠다 싶어서 SNS를 찾아다니며 1대1로 맞춤케어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여름방학에 만나니까 선생님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언니가 되었어요. 다 여자여서 편하게 워터파크 갔는데 신나게 놀면서 친해지니까 진짜 ‘쉬는’ 느낌이었어요.” (박00 길잡이)
“저희는 다 음악 쪽 진로를 생각하는 친구들이었는데 처음부터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물어보면서 빨리 친해졌어요. 애들이 더 적극적으로 단톡방에 자기 얘기 올려주고 답도 잘 해 주었어요. 한 친구가 음악 페스티벌에 나가서 노래를 부른 영상을 올려주니까 같이 듣고 너무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축하해 주니까 서로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0림 길잡이)
오래오래, 서로의 길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고 오래된 관계가 아니었는데도 청소년들은 길잡이들이 활짝 열어놓은 마음의 문을 알아보고는 조금씩 그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어른’의 존재가 늘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짧은 만남으로도 뭔가 변해가고 저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말도 많아지고 만났을 때 행복해하는 표정들을 볼 때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신00 길잡이)
“저녁 먹이고 다 기차 태워 보내고 저도 지쳐서 집에 가고 있는데 애들이 하나둘씩 카톡이 오더라고요. 너무 고생하셨고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얘기들이었는데 그 말들이 정말 고맙더라고요. 청소년들이 제가 애쓰는 걸 다 보고 알아주니까 그때 많이 감동했어요.” (이00 길잡이)
‘쉼표’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삶은 긴 여행과도 같다. 처음 기대와는 다르게 고생하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상쇄시키는 건 먼저 그 여행길에 오른 좋은 인연이다. 우연히 만난 인연이 내게 좋은 곳을 소개해 주고 함께 해 주면 우리의 여행길은 훨씬 더 가볍고 즐거워진다.
“팀에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있길래 둘이서도 같이 만나보라고 말해줬어요. 처음엔 쭈뼛했는데 한 달 뒤에 둘이 만났더라고요.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도 중요한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친구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서로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쉼표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만나면 어떤 게 좋은지 물어보니까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더라고요. 쉼표의 커뮤니티 활동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활동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청소년들이 교육비뿐만 아니라 모임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인연들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김00 길잡이)
글. 김현정 | 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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