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지난 여름, 꿈을 찾으려는 학교밖청소년들이 흥미로운 진로탐색 활동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 ‘학교밖청소년 교육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로탐색 활동을 해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로찾기!’프로그램이 서울 오금청소년센터에서 열렸거든요. 사회변화 속도가 빠른 현실 속에서 학교밖청소년들은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자신만의 꿈을 찾아 뜻깊은 한때를 보냈습니다.
‘학교밖청소년 교육비 지원사업’은 KT&G장학재단의 지원으로 아름다운재단과 (사)한빛청소년재단이 진행하고 있는데요, 취약계층 학교밖청소년들의 교육비 지원을 통해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사업입니다.
※ 학교밖청소년|9세 이상 24세 이하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그만둔 사람을 말합니다. 재학중이지 않은 청소년들을 일컫는 법률 용어로 2023년 한 해 동안 54,615명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출처: 교육부 ‘2024 교육통계연보’)
꼭두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왔어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교밖청소년들. 꼭두새벽에 일어나 구슬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달려온 청소년들의 활력으로 오금청소년센터는 기분 좋게 떠들썩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로봇공학자, CG아티스트, 영상제작자, 음반제작자’ 이렇게 네 가지 직업 체험 교육으로 구성되었고, 청소년들은 관심 영역을 두 가지씩 골라 참여해볼 수 있습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로 경제와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온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미리 조사한 청소년들의 희망진로를 고려하여, 정성껏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 선생님들께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와 활발한 피드백으로 청소년들의 진로 찾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코딩으로 명령한 순서대로 모터가 돌아가니, 신기해요
“로봇은 눈코입이 없어서 정보를 센서로 받아들여요. 가령 자동차가 후진할 때 뒤에 초음파나 레이더 센서가 붙어 있어서 거리를 인식하지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위해 명령을 내리고 어떻게 조합을 시킬지가 바로 소프트웨어가 하는 역할인데요. 오늘날은 소프트웨어가 참 중요해진 시대이고, 앞으로 여러분은 더욱 새로운 시대에 살게 되겠지요. 자, 이제 실습을 시작할게요~”(로봇공학자 체험 교육 선생님)
로봇공학자 체험 교육이 열리고 있는 이곳은 서울 오금청소년센터 ‘창작공방 폼’입니다. 아늑한 공방 탁자에 삼삼오오 나눠 앉은 학교밖청소년들이 각자 노트북을 켜고 코딩을 하고서 다양한 센서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용 산업로봇 작동을 실습합니다.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께 물어보기도 하고, 옆 친구를 따라 하기도 하며 공부한 작동원리를 적용해봅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만큼 이번 프로그램이 좋아요
로봇 시운전 실습, 음반제작 경험이 무척 재밌어서 프로그램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쉬웠다는 청소년 원중님(가명). 올 7월, 이번 지원사업 2차 모집에 신청하여 지원대상이 되었는데, 교육비는 대학 입시 학원비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공부 실력이 향상되지 않아 전부터 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 딱 한 달간 학원에 다녀본 게 전부입니다. 어릴 적부터 재무제표 보는 법을 독학하는 등 경제공부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정도로 몰두할 수 있어서, 대학 전공으로 경제학을 택하려 합니다. 원중님이 의젓한 목소리로 참가 소감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정말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만큼 이번 프로그램이 좋아요. 로봇 실습 때 모터 작동을 확인했는데, 제가 명령한 대로 모터가 돌아가는 게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학교밖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저는 앞으로 경제학, 금융을 공부하려는데요,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분야를 폭넓게 많이 알아야 하거든요. 오늘 새로운 분야를 좋은 선생님들, 좋은 학생들과 함께 배운다는 점이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원중님)
너무나 값지고 하나하나 소중한 기회, 간절했어요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중략)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아, 다시 불러 볼게요.” (음반제작자 체험 교육 참가자)
미디어 장비를 갖춘 레코딩 스튜디오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음반제작자 체험 교육이 열리고 있습니다. 은은한 기타 선율이 흐르고 이내 청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청소년들이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사운드 엔지니어 선생님이 녹음과 믹싱, 편집을 하며 피드백도 해주시고,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도 찬찬히 보여줍니다. 스튜디오에 모인 청소년들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노래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레코딩 순서를 기다립니다. 와, ‘크리에이터 스튜디오’가 마치 콩닥콩닥 숨소리로 꽉 찬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청소년 영이님(가명)이 있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레코딩 때 열창하는 영이님의 몰입도와 열정 덕분에, 마음속 에너지가 팍팍 깨어납니다. 영이님은 CG아티스트 체험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예전부터 CG를 배우고 싶었는데 비싼 학습비로 엄두를 못 냈습니다. 체험을 해보니, 창조성을 발휘해 가상의 사물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CG아티스트의 매력에도 끌리는 게 사실이지만, 전부터 염두에 두던 음악으로 ‘진로를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 참가자들 가운데 CG아티스트 체험이 흥미를 보인 청소년들이 꽤 많습니다. 참가자들은 ‘언리얼 엔진(그래픽 창작 툴)’을 활용해보고, ‘렌더링(3D프로그램 이미지 출력)’을 해보았습니다. 모니터 앞에서 골똘히 작업하던 참가 청소년 세한님(가명)도, 은영님(가명)도 CG아티스트 체험 중 자신의 캐릭터맵 제작과정이 무척 신났다고 해요!
진로 탐색 활동 기회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동안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생각해 볼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공부나 장래 희망에 대해 생각하기가 여의치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혼자서 다 해야 하는데, 당장 돈을 벌어야 해서 알바 나가고 부업하고 그러다가 꿈은 잊히고……. 이렇게 진로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값집니다. 하나하나 소중해요. 이런 좋은 기회가 없었어요. 간절했어요.” (영이님)
영이님은 “(진로탐색 활동을 하다 보니) 저처럼 여건이 좀 어려운 학교밖청소년 친구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덧붙입니다. “다른 학교밖 친구들에게도 이런 활동 기회가 더욱 많이 생기면 좋겠다”며 사려 깊은 소망을 전합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 학교밖청소년들이 겪는 주요한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진로 찾기입니다. 학교밖청소년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진로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이번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기획부터 편집까지, 흥미진진한 영상 발표 시간
심리상담가를 꿈꾸는 연수님(가명). 얼마 전 검정고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배우려고 진작에 계획은 세웠는데, 막상 집에서 혼자 시간관리를 해서 검정고시 공부하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넉넉지 않은 사정이라 부모님께 검정고시 학원비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던 차에, 이번 사업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진로탐색 활동으로는 음반제작, 영상제작을 선택했습니다.
음악 매체를 통한 심리치료에 관심이 깊은 연수님. 틈틈이 음악 영상을 수집하거나 촬영해왔지만, 영상을 편집해 정리하는 일은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60~90초 영상 컨텐츠 스토리보드와 콘티를 짜고 동영상 편집 어플로 편집과정을 실제로 해보니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 발짝 성큼 더 꿈에 가까이 내디딘 귀중한 순간입니다. 선생님과 보조선생님께서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고, 편집한 영상을 에어드롭으로 공유해 발표하고, 서로 발표를 나누는 시간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시도해보는 만큼 세계가 넓어지고, 시야도 활짝 열리는 듯합니다.
“참 유익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이 배울 수 있다니 진로탐색 활동이 매우 좋습니다. 지원받은 교육비로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도 하고 학습기기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장래희망이 심리상담가인데, 그 계기는 초등학교 때 왕따 괴롭힘을 받던 친구를 외면하고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줄곧 남아서입니다. 앞으로 외롭고 힘든 이들의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좋은 상담가가 되고 싶습니다.” (연수님)
외롭고 힘든 마음들 곁에 있어 주고 싶은 꿈을 찾아
참가 청소년들의 듬직한 포부를 들으니, 뭘 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해온 학교밖청소년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난 드넓은 세계는 벌써 훤히 펼쳐진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로 공감과 공유의 가치가 주목받는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 시대, 새로운 세상의 주역인 청소년 세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기대하며, 꿈을 무럭무럭 키우면 좋겠습니다.
진로탐색 활동 프로그램을 마친 후, 안홍필 KT&G장학재단 사무국장님을 비롯해 관계자께서 참가 청소년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응원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아침에 처음 만날 때는 서먹서먹했지만 어느새 부쩍 친해진 참가 청소년들도 서로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사이좋게 기념사진을 찰칵! 찍었습니다. 끝으로, 행사를 진행한 협력기관 담당자 이주희 한빛청소년재단 팀장님은 학교밖청소년들이 삶의 방향키를 단단히 잡을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든든히 지지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또 용기를 내어 도전한 참가 청소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글. 조승미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