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는 양육자, 보호자의 부재 등으로 그룹홈,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에게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합니다. 먼저 자립을 시작한 자립준비청년인 길잡이와 또래로 구성된 팀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지지체계 형성을 통한 심리정서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문화영역 교육활동비 지원을 통해 진로선택권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 본 사업은 두나무, 아름다운재단, 여울돌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이 함께 합니다. |
친구가 생겼다, 삶이 즐거워졌다, 새 꿈을 꾸었다
2024년 아름다운재단 ‘쉼표’ 사업과 함께한 기관 담당자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입을 모아 ‘강추’를 외쳤다. 지난 몇 달간 청소년들을 지켜보면서 작지만 뚜렷한 변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망설였어요. (새로운 방향의 사업이라서)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정보가 없었거든요. 과연 아이가 잘 참여할까 걱정도 있었죠. 그런데 해보니까 아이가 정말 좋아했어요. 고민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김은정 ‘평화의마을아동복지센터’ 생활복지사)
“제가 맡은 다른 아이들도 꼭 참여시키고 싶어요. 이 사업에 참여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강력 추천드려요. “(원후자 ‘아너클래스공동생활가정’ 보육사)
“아이들이 아무 조건 없이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이 없잖아요. 다른 기관 선생님들도 이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해요.” (김주연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자립지원전담요원)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
10대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미래를 불안해하지만, 자립을 앞둔 ‘보호대상아동’이라면 불안의 강도가 더 높다. 조금만 지나면 지금껏 자신을 보호하던 기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들을 응원하는 지지망이 너무 약하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편하게 고민을 나눌 친구나 선배도 만나기 쉽지 않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 보니 쉽게 해결될 문제를 오랫동안 붙잡고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은 거의 없고, 간혹 있다고 해도 대부분 1회성 단기 프로그램에 그친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도 오래 보고 여러 번 만나야 한다. 단기 사업으로는 청소년들이 지속적인 관계망을 만들어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쉼표 사업은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지지망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지원사업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또래와 함께 커뮤니티를 꾸려 팀별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면서 든든한 관계망을 만든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각 커뮤니티의 ‘길잡이’가 되어서 청소년들에게 ‘보호종료 이후의 삶’을 직접 보여준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다양한 문화영역 교육활동비도 지원한다. 보호대상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 대다수는 학습을 전제로 장학금이나 학원비를 지원하는 데 그친다. 간혹 문화활동을 지원한다고 해도 진로와 관련된 조건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대회 수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거나 ‘진로와 관련된 예체능 활동’으로 신청해야 지원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쉼표 지원사업에서는 꼭 진로와 연결되는 특기가 아니라도 괜찮다. 하고 싶었던 분야를 배우면서 진로분야와 가까워지거나, 또는 배워보고 싶었지만 여러 현실적인 제약으로 선뜻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배움을 경험하며 길을 찾아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름다운재단은 쉼표 사업을 만들면서 세부적인 조건과 절차도 다 걷어냈다. 덕분에 각 기관의 담당자들도 편해졌다. 복잡한 서류작업이 크게 줄어든 만큼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었다. 문화활동비뿐 아니라 교통비 등의 보조비까지 지원받으니 각 기관과 청소년들의 예산 부담도 확 줄었다. 문화생활 한번 하려면 몇 시간 넘게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수도권 외 지역에선 특히 반가운 일이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반응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당사자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청소년들은 지원사업을 어떻게 경험했을까? 질문을 들은 각 기관 담당자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얼마나 잘 해냈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자랑하고 싶어서.
“하늘이(가명)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가서 활동하고 왔다는 자체로도 전 참 좋았어요. 비행기를 혼자 탄 게 처음이라서 하늘이도 저도 불안했는데, 결국 잘 해내더라고요. 거리도 멀고 낯선 곳이니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게 더 쉽지 않았을 텐데 잘 적응했고요. 쉼표 커뮤니티 활동은 분위기가 엄청 편했고, 또래나 길잡이와 고민도 쉽게 나눌 수 있었대요.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하면 된다는 용기도 늘어난 것 같아요.” (김주연)
“연우(가명)가 대화가 통하는 친구나 선생님을 많이 만났더라고요. 같이 지내는 동생들에게 쉼표 커뮤니티 활동 얘기를 많이 해줘요. 그전에도 비슷한 환경의 청소년을 만나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달라요. 예전에는 어땠냐고 물으면 ‘몰라’ 하고 말던 애인데, 쉼표 커뮤니티 팀활동에 다녀와서는 어디 갔고 뭘 봤는지 시시콜콜 얘기해요. 평소에 음악을 해보고 싶어 했어요. 마침 선물 받은 기타가 있어서 배워보았죠. 댄스도 시작했고요. 사실 연우는 끈기가 부족한 편이라 뭘 하다가 쉽게 그만둔 적도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도 안 빠지는 거예요. 댄스는 1주일에 4번씩 나가고, 대회 나가서 상도 받았어요. 인내심이나 지구력도 생긴 것 같고, 자존감도 많이 올라간 것 같아요. 동생들에게 기타도 가르쳐주고요. 상 탔다고 자랑도 해요.” (원후자)
“정원이(가명)는 지난해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쉼표 사업의 지원을 받아서 유도를 본격적으로 배웠어요. 진로도 명확해졌죠. 스포츠 분야 안에서도 다양하게 진로를 찾을 수 있을 텐데, 우리 정원이는 그중에 스포츠지도학과를 가고 싶대요. (스포츠분야의 길잡이와 대화를 많이 나눠서인지) 나중에는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무료로 지원하겠다고 싶다네요. 이렇게 진로를 계획하게 된 데는 커뮤니티 활동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시설에서 퇴소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만날 기회는 정말 없거든요. 정원이 역시 그동안 롤모델을 만나기 어려웠을 텐데, 이번에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아, 나도 잘 지내봐야겠다’ 생각하게 된 듯합니다.” (김은정)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청소년에겐 더 많은 친구가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쉼표 사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마음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들을 만들었다. 더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게 해줄 롤모델도 만났다. 또한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교육비 지원 기회를 통해 배우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 탐색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꿋꿋하게 해낸 스스로를 지켜보며 용기가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더 구체적으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지난 3월 시작한 2024년 쉼표 사업은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이다. 각 기관 담당자들은 아이들이 끝까지 잘 사업을 마치도록, 그리고 보호 기간이 끝나고 스스로 설 때도 용기를 잃지 않도록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하늘아, 멀리 서울까지 오가면서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고 한 단계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처럼 마지막까지 즐기면서 잘 매듭지으면 좋겠다.” (김주연)
“퇴소를 앞둔 정원아. 음… 선생님은 네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너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나가서도 필요할 때 꼭 연락하고.” (김은정)
“연우가 이제 자립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사실 (선생님으로서는) 마음이 다 놓이진 않지만, 널 믿어. 넓은 세상에 나아가서 두려움 없이 원하던 일들을 잘 해내면 좋겠어.” (원후자)
핏줄이든 아니든 청소년을 돌보고 지키는 사람은 다 비슷한 듯하다. 아이들이 삶을 즐겼으면 좋겠고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면 좋겠다는 마음이 부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 부모가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가야 할 아이에게는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하다.
보호를 벗어나 맞닥뜨릴 세상은 생각보다 험난할 것이고, 또래보다 빨리 닥친 자립의 과제도 분명 무거울 것이다. 그래도 아름다운재단 ‘쉼표’ 사업을 통해 만난 친구들, 같은 경험을 공유했기에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쉼이 되고 힘이 되고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함께 가는 길은 굽이굽이 험난하더라도 분명 덜 외롭고 더 즐거울 것 같다.
글. 박효원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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