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팀 매니저, 6년차가 된 지금 머리 뜯으며 기획 중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캠페인팀에서 공익캠페인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유화영 매니저입니다. 2019년 처음 캠페인팀에 입사한 후 선배 매니저님들의 깊고 치열한 기획 과정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부터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저렇게까지 해야할까? 사람들은 빨리 보고 넘기는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일텐데, 알아봐줄까?’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6년차 매니저가 된 지금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다양한 기획을 해보고, 여러 사람들과 협업 하는 캠페인의 모든 과정에서 깊고 치열한 고민을 하는 것. 그게 아름다운재단의 캠페인 방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새 저도 깊은 고민에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더 많이 여기저기 물어보고 생각하고 되돌아보며 기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캠페이너 분들을 통해, 기부회원님들을 통해, 기업을 통해, 작가님들을 통해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누가 알아줄까 싶었던 것들을 알아주는 순간에 또 느껴지는 그 뿌듯함과 뭉클함이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는 저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올해 저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서 공명하다, 나다움, 엄마 허진이의 기획을 맡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초기 기획을 제가 진행한 것은 아니고, 모든 과정에 함께했던 분들이 많았기에 기획 이야기를 쓰는 것이 조금은 민망합니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제가 어떤 진심을 담았는지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용기를 내봅니다. 그럼 열여덟 어른 캠페인 ‘엄마 허진이’ 기획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 여정 1) 캠페이너에게 묻기
기획에 앞서 자립준비청년인 허진이 캠페이너와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대면으로 만나며 안부인사도 묻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작은 ‘어떤 이야기하고 싶어요’라고 묻는 것이었어요. 2019년, 처음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시작할 때 선배를 따라갔던 저에게 펼쳐진 미팅 풍경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점은 이제는 더(?) 리액션을 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허진이 캠페이너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함께하게 되었을 때도 ‘마음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었어요. 이번에도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결혼/육아’ 이야기까지 연결이 되었습니다.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결혼과 육아가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내 곁에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고, 서로 힘을 주고 받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 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임을 밝히는 순간과 또 안고 살아가게 되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어릴 적 꿈은 ‘나만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어요. 근데 보육원에서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경험해보지 못한 거에요. 그래서 웃픈 이야기이지만 저만의 레퍼런스를 쌓으려고 친구집 냉장고 문을 열어보는게 제 취미였어요. 가정에서는 어떤 반찬을 먹고, 부모 자녀 사이에는 어떤 대화가 오고가는지 어깨 너머로 보고 듣고 기억하려고 했어요. 여전히 자립준비청년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은 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누군가의 냉장고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제가 당시 미팅에 회의록에 기록한 진이님의 이야기에요. 이 냉장고 이야기가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선배가 나서는 일. 어쩌면 자립준비청년을 너머서 또 다른 청년들에게도 힘이 되어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 여정 2) 다양한 콘텐츠로 메시지 담아내기
진이님이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전하는게 좋을까? 어떻게하면 메시지를 잘 담을 수 있을까? 생계를 넘어 자립이란 무엇일지 우리 사회가 같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사람에게 제일 먼저 알려야 할까? 정말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고민의 끝에 진행된 콘텐츠들을 소개해드릴게요!
허진이의 삶을 따라가는 ‘열여덟 어른, 엄마, 허진이 웹페이지’
웹페이지는 프로젝트의 얼굴이에요.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체의 맥락과 핵심 메시지를 담을 수 있거든요. 웹 구성안은 처음에 2개로 작업을 해봤어요. 하나는 허진이 캠페이너의 경험을 시간 순으로 담은 웹 그리고 하나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 4명이 각각 주제별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웹으로요.
두 개 모두 당사자의 목소리와 실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었지만 허진이 캠페이너의 이야기와 메시지가 더 잘 보이는건 한 사람의 삶 이야기를 따라가는 첫번째 안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진이님이 아내, 엄마가 되기 전의 이야기도 시간 순의 경험으로 20년도 웹에 담겼었거든요. 그렇게 진이님의 삶의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웹페이지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열여덟 어른 세 명과 자립선배 허진이가 함께한 ‘자립사부일체 영상’
자립사부일체 영상은 먼저 자립한 선배 ‘허진이’ 캠페이너가 결혼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있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안연주, 조규환, 김도현과 함께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영상이에요. 서로 비슷한 경험에 공감을 하기도 하고, 각자 생각하는 자립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허진이 자립사부와 3명의 열여덟 어른과 함께한 생생한 경험 이야기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에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자립의 순간들을 상상해보고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아, 사랑스러운 소이의 모습도 영상의 킬포!)
허진이 캠페이너의 삶의 경험들을 담은 ‘엄마 허진이 인스타툰’
당사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영상을 제작했다면, 이번에는 ‘엄마가 된 열여덟 어른’의 이야기를 같은 엄마들이 함께 공감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자 했어요. 처음에는 육아브이로그, 육아 유튜브 채널 협업 등 다양한 방식들이 아이디어로 나왔는데요. 그중 좀 더 대중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인 인스타툰을 택했어요. 기억하고 싶은 말과 따뜻했던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유희진 작가님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인스타툰을 차근차근 보니 솔직하고 진심어린 시선들이 캠페인과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작가님과의 협업으로 총 5편의 인스타툰이 나왔습니다.
📍프롤로그) 열여덟 어른 캠페인
📍1편) 열여덟 어른 허진이 이야기
📍2편) 이상한 결혼식
📍3편)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편) 계속 마주하는 고밍아웃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 여정 3) 프로젝트 진행 비하인드
“용기 낸 캠페이너의 이야기를 작가님과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유희진 작가님과 협업하면서 있었던 일을 비하인드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제가 작가님과 함께하고 싶어서 고집을 조금 부렸거든요. 캠페인을 하면서 진심으로 함께 협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귀한 것인지를 많이 느낍니다. 함께하는 이들이 진심인만큼 그 진심이 담긴 콘텐츠들이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작가님의 인스타툰을 동료의 추천으로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진이 님과 자녀인 소이 양의 모습이 계속 보였어요.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느껴지는 작가님의 솔직하고 진심어린 시선들이 와 닿았습니다. 작가님께 연락드릴 준비를 모두 마치고, 제안을 드리려는 시점에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이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해킹을 당하셨다고 해요. 아무리 검색해도 작가님께 연락드릴 방법을 찾지 못해 다른 작가님에게 연락을 드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작가님이 출판을 하셨던 출판사에까지 연락을 하게 되었고, 작가님과 연락이 닿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첫 미팅 때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말씀주시면서 자녀분들과 함께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캠페인 영상들을 같이 봐주셨다고 하셨어요. 캠페인에 공감하고, 또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확장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함께 나눠주신거니까요. 학교에서 만날 자립준비청년들, 사회에서 만날 자립준비청년들을 보통의 친구로 대할 수 있는 시작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습니다.
유희진 작가님과 작업을 하는 내내 참 행운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진이님과 주고 받은 편지같던 소통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함께 공유해주신 재단 콘텐츠들, 그리고 팔로워 분들께 전하는 진심이 담긴 인스타툰의 피드 본문 글까지. 그래서 끝까지 유희진 작가님과 함께하고 싶다던 고집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 여정 4) 진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할 이야기
“자립은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열여덟 어른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는 허진이 캠페이너의 ‘냉장고’ 이야기가 시작이었지만, 진이님이 용기낸 경험담을 통해 재단이 정말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립은 생계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진이님의 이야기를 보면 자립은 어느 한 시점, 5년 이내에 끝나는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계속 자립준비청년의 정체성을 마주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더라고요. 그 안에서 건강하게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일어설 힘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결혼과 육아가 필수는 아니지만 당사자의 경험을 통해 내 곁의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고 서로 힘을 주고 받는지, 삶에서 자립준비청년임을 밝히는 순간과 또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언제 드는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허진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여정은 우리가 함께 열여덟 어른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진정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열여덟 어른들이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건강하게 자립해나갈 수 있도록 아름다운재단은 꾸준히 고민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