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선생님은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돌봄 전문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2024년 한부모여성가족 23가정이 새봄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는데요. 돌봄의 빈자리를 따뜻함으로 채워준 정재은, 이정희, 원효자, 한유순 새봄선생님을 만나 아이돌봄 지원사업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아이돌봄 전문가’라는 자부심으로 일해요

새봄선생님은 중장년 여성 중 아동 교육, 가정 내 아이돌봄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40시간의 양성교육을 통해 육아 지식과 기술을 갖춘 새봄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진심인 돌봄 전문가다.

“내 자식도 키우고 손주도 키우다 보니 17년 동안 아이를 끼고 살았더라고요. 육아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베이비시터 자격증도 따고 관련된 일을 찾다가 새봄선생님 지원공고를 접했어요. 40시간 양성교육을 받고 자매가 있는 한부모여성 가정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적성에 잘 맞아서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한유순-

한유순 새봄선생님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아이돌봄 홍보물을 보고 새봄선생님을 올해 처음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9살, 7살, 6살까지 세 명의 아이가 있는 집에 출근하고 있어요. 몸이 고단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으로 잊곤 한답니다.” -이정희-

이정희 새봄선생님

“2년 차 새봄선생님 입니다. 손자를 돌보게 되면서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돌봄교육을 받았는데 재미도 있고 다른 아이도 잘 돌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도전했고, 해를 거듭하면서 새봄선생님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다문화 한부모여성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원효자-

원효자 새봄선생님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새봄선생님이 된 지 3년 차가 되었네요. 현재 아이가 셋인 집의 막내를 돌보고 있는데 그동안의 돌봄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람된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어렵기도 하지만 보람과 기쁨이 더 크답니다.” -정재은-

정재은 새봄선생님

내 아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새봄선생님이라는 말에 힘이 나죠

주 3회, 일주일에 총 9시간 새봄선생님은 아이들과 만났다. 일과 육아를 혼자 해내야 하는 한부모여성가족의 특성 상 주로 하교 후의 돌봄이 주를 이루지만 각 가정 상황에 맞춰 주말이나 오전 등 긴급돌봄을 담당하기도 했다. 돌발상황이 많은 육아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새봄선생님의 이해와 배려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긴급돌봄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거나, 엄마가 야근이나 회식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럴 때 엄마가 도움을 요청하면 유연하게 시간과 요일을 조정해 가정에 방문하죠. 얼마 전에도 아이가 오전에 캠프를 가게 되어서 데려다주었으면 하더라고요. 열일을 제쳐놓고 달려갔죠.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니까요.”-원효자-

“정부나 다른 기관의 아이돌봄 서비스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어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막막하다고 하더라고요. 긴급돌봄도 신청은 가능한데, 시간이 되는 분이 오는 거라 매번 사람이 바뀌니 아이가 낯설어하고요. 새봄선생님은 협의를 통해 요일, 시간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어서 믿음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한유순-

전문성과 진정성으로 아이의 마음 열어요

새봄선생님은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차담회, 월례회, 보수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직업 역량을 키워왔다. 아이들의 정서, 건강, 교육, 생활습관 등 현장에서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놀이와 심리 정서 프로그램도 공유했다.

“보수교육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어서 유익했어요. 특히 애니어그램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이가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해할 때 애니어그램을 참고해서 가벼운 놀이와 칭찬으로 감정을 풀어줄 수 있었어요. 돌봄의 시작은 아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정재은-

“낯선 사람이 집에 오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 있었는데 보수교육 때 배운 ‘강점아바타(강점나무)’가 도움이 되었어요. 예쁜 나무 위에 아이의 강점이라 생각되는 단어를 채워나가면서 ‘너는 강점이 참 많구나, 네 안에 힘든 게 있구나’하고 공감해주었더니 아이가 살짝 눈물을 보이면서 ‘선생님 고마워요.’ 하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아이가 마음을 열게 되었고요.” -한유순-

“해를 거듭할수록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놀잇감이 제공되어 좋았고, 엄마, 아이, 새봄선생님이 함께 다녀왔던 강화도 여행은 정말 특별했어요. 기분 전환을 통해 한층 가까워질 기회가 되었거든요.” -원효자-

“새봄선생님끼리 연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의지가 되었어요. 돌봄 과정에서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돌봄 기술을 배우기도 하며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어 유익했어요. 제 경우 놀이치료사 자격증이 있어서 다른 새봄선생님에게 놀이방법을 전수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후기를 보내주시더라고요.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이정희-

왼쪽부터 한유순, 원효자, 이정희, 정재은 새봄선생님

엄마와 아이의 아름다운 변화, 가장 큰 보람이죠

새봄선생님의 다양한 노력은 한부모여성가족의 변화를 불러왔다. 학교에 다녀오면 가방을 던지기 바쁘던 아이가 한자리에 물건을 놓게 됐고, 숙제 때문에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던 아이는 엄마가 퇴근하기 전에 숙제를 마치고 칭찬을 기다린다. 늘 무표정으로 스마트폰만 붙잡던 아이는 그림 그리기와 보드게임을 즐기는 수다쟁이가 됐다. 새봄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엄마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숟가락이나 물티슈 등 집에 있는 물건을 제가 사용하면 민감한 반응을 보였어요. ‘엄마 물건이에요, 아껴 써야 해요.’ 하면서요. 정말 아까워서라기보다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반응이었죠. 요즘에는 저를 받아들였는지 ‘뭐든 선생님 마음대로 해도 돼요.’라고 하더라고요. 기다림 끝에 마음을 열어준 아이를 보면 ‘내가 이 가정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 이 일 하길 참 잘했다.’싶어져요.” -한유순-

“다문화가정이다 보니 초반에는 대화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큰아이가 가교 역할을 해주었어요. 아이 엄마와 주로 문자로 소통을 하는데 항상 제게 감사하다고 해요. 낯선 땅, 어려운 환경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마음이 얼마나 고될까 싶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했던 노력이 통한 거예요. 가족의 얼굴이 점점 편안해지는 모습에 저까지 행복해졌어요.” -원효자-

“글씨를 모르던 막내가 자기 이름을 쓰게 됐어요. 큰아이는 동생들을 괴롭히곤 했는데 ‘너는 이 집의 기둥이야. 네가 모범이 되어야 해. 너를 믿어’라고 꾸준히 이야기하니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요즘은 동생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의젓해 졌어요.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에 우울감이 있던 엄마는 살아갈 용기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변화들이 어떤 선물보다 반갑고 기뻤어요.”-이정희-

“엄마가 많이 밝아졌어요. 처음 방문했을 때는 엄마가 눈에 띄게 지쳐있었거든요. 혼자 많은 역할을 해야 하니 스트레스도 많고 육아도 힘들었을 테고요. 얼마 전에는 아이 엄마가 ‘새봄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아이의 생활습관이 잘 잡히니, 제가 너무 편안해 졌다, 감사하다’라고 하더라고요. 살아갈 나날에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며 말이죠. 뿌듯했어요.”-정재은-

새봄에도 새봄선생님으로 아이들 만나길 소망해요

새봄선생님들은 적절한 노동시간과 금전적 보상, 아이들이 주는 활력과 에너지를 이 일의 매력으로 꼽았다. 일의 보람도, 직업적 만족도 높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돌봄 서비스가 지속되어 한부모여성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게 되길 소망했다.

“이 나이에 선생님이라 불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요. 아이들과 재미있게 대화하고 놀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와 있더라고요. ‘선생님 오는 날만 기다린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볼 때 제 자존감도 높아지는 걸 느껴요. 앞으로도 더 나은 돌봄을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는 새봄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 이정희-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 요리해요. 호떡, 짜장떡볶이를 만들어서 엄마가 오면 같이 먹죠. 색칠 놀이로 갤러리를 열어서 벽에 전시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요. ‘넌 최고야. 정말 잘한다.’라고 매일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아요. 아이들만큼이나 저도 이 시간이 즐거워요. 더없이 밝은 얼굴로 저를 반겨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한유순-

“전 소위 경단여성이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그만두고 난 뒤 경력 단절 상태로 나이를 먹으니 일을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새봄선생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고무적이라 생각해요. 나를 반겨주고 따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이 일을 참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어요.”-정재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이돌봄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해요. 경제적인 만족감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얻는 에너지가 활력소가 돼요. 젊어지는 기분이랄까요? 여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싶어요.” -원효자-

인터뷰 말미 새봄선생님들은 ‘같이 돌보고 가치 키운다’라는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의 슬로건에 동감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아이돌봄의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과 엄마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왼쪽부터 원효자, 한유순, 이정희, 정재은 새봄선생님

“새봄선생님으로 일한 시간은 ‘행운’이었어요. 이 행운을 누릴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해요. 아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이들이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길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요. 그러니 00이 엄마, 조금만 더 힘내세요! -정재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성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저의 작은 도움을 양분 삼아 한부모여성가족이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바라는 점은 엄마도 아이들도 건강했으면 해요. 특히 엄마가 식사를 잘 챙겼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잘 먹고 힘이 나야 아이들도 잘 키울 수 있으니까요. 항상 응원할게요.” -원효자-

“새봄선생님이 되고 제 삶은 ‘변화’했어요. 아이들과 엄마의 표정이 밝아질수록 저 자신도 긍정적으로 변화했고요. 아이 셋 키우느라 고생많은 아이 엄마에게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이정희-

“새봄선생님으로 보낸 날들은 ‘행복’입니다. 저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아이들은 안전한 돌봄으로 ‘행복’하고, 엄마는 믿음직한 어른이 아이들을 지켜주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 ‘행복’한 일이니까요. 제가 행복했던 만큼 엄마와 아이들도 저를 떠올릴 때 행복했으면 해요. 환한 얼굴로 다시 만나자, 얘들아. -한유순-

글: 김유진 /  사진: 임다윤

댓글 2

  1. 고아라

    같은 아이엄마로서 따뜻한 돌봄선생님이 계신다는게 위로가 되네요. 한부모가 해당이 안되지만 아이돌봄 프로그램이 더욱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돌봄 선생님을 만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정승남

    어머!
    선생님들의 너무 가슴 따뜻하고 소중한 말씀들이네요^^
    다시한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들이 그만큼 선생님을 믿고 따랐던건 선생님의 이끄심 덕분입니다^^
    마지막 선생님과 인사후 헤어지는데 괜스레 눈물이 나더라구요ㅠㅠ
    언제 어디서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와 제 아이들이 선생님을 만난것은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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