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는 독특한 사내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비영리 안의 비영리’, 줄여서 ‘비안비’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인데요. 재단 구성원들이 학습이나 취미와 같은 소규모 조직을 운영하며 함께 성장하는 활동입니다. 2024년 비안비 <계간 서브웨이>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한 지 어느덧 6년. 일터의 일상은 다사다난하지만 점심시간만큼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높아진 물가로 식비를 아끼고자, 점심은 대체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거든요. 어쩌다 외식이라도 하게 되면 같은 팀 사람들과 국수를 먹곤 하죠. 도시락 먹는 사람들도, 외식하는 사람들도 일정하다 보니 점심시간에 마주하는 얼굴은 늘 같습니다. 60여 명이 한 공간에 있지만 가까운 사람의 범위는 좁고 또 한결같아요. 가깝고 편한 사람과의 대화도 분명 즐겁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고파졌습니다.
그렇다고 낯선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오늘 점심 같이 먹을까요?’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워요. 누구에게 먹자고 할지도 잘 모르겠고, 아무 이유도 없는데 왜? 갑자기 먹자고 하지? 생각할까 고민도 됩니다. 무엇을 같이 먹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이런저런 고민이 무거워질 때쯤 비안비를 열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 한 번 먹자고 말하기 부끄러운 사람들과 같이 먹을 이유도, 메뉴도, 사람도 다 차려진 점심 한끼 함께하는 비안비! 그렇게 해서 열린 비안비가 바로 <계간 서브웨이>입니다.
한 계절에 한 번 만나는 <계간 서브웨이>
계간 서브웨이는 이름대로 계절에 한 번,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는 모임입니다.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예닐곱 명이 모여 각자 주문한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상을 나눕니다.
계간 서브웨이에 참여하려면 먼저 샌드위치를 주문해야 합니다. 서브웨이 매장에서 주문하듯 원하는 빵부터 야채, 소스를 하나하나 골라 각자의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를 주문합니다. ‘샌드위치’로 통일해 메뉴 선정의 고민은 덜되,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할 수 있게 서브웨이로 정했습니다.
계간 서브웨이는 참석자들에게 당일까지도 누가 오는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같이 밥 먹어본 적 없는 이와의 식사를 기대하게 하는 ‘설렘’을 선사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면 대부분 ‘와! 같이 밥 먹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하며 놀라고는 합니다.
What’s in my sandwich🌮
계간 서브웨이가 열리면 가장 먼저 각자 주문한 샌드위치를 소개합니다. 오이가 싫은 사람, 얇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 등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니다. 샌드위치 소개가 끝나면 이어서 키워드를 활용해 각자의 일상을 나누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이 시간에는 휴가 때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요새 무엇에 꽂혀 있는지, 최근에 다녀온 곳은 어디인지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일상을 나누는 가벼운 대화들로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나의 일상도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요새 꽂힌 음악, 콘텐츠를 나누며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울 수도 있죠. 처음에는 업무가 아닌 대화가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하나하나로 대화하다 보면 우리 안에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죠. 거기서 출발해 시간이 점차 흐르다 보면 조금 딱딱했던 서로의 사이가 훨씬 부드럽고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짧지만 알찬 1시간의 점심시간이 끝나면 계간 서브웨이 교환일기 미션(!)이 공개됩니다. 교환일기는 계간 서브웨이에 참여한 소감을 간단하게 적는 공책입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돌려쓰던 교환일기처럼 소감을 적고 함께 참여한 사람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계간 서브웨이는 1시간으로 짧게 마무리되지만, 교환일기를 손에서 손으로 건네 주며 한 번 더 인사하고 말을 건넬 기회가 생기죠. 또 다음 차례에 계간 서브웨이에 참여할 이에게 교환일기를 통해 나의 소감을 나누며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쌓아나갈 다정한 인사를 기대하며
계간 서브웨이에 참여한다고 해서 어색했던 동료가 찐친이 되거나 내일부터 당장 점심메이트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날의 대화와 웃음을 기억하면 탕비실을 오가며 마주칠 때, 출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만났을 때, 점심 먹고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인사 나눌 때 조금은 덜 부끄러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시간들이 차츰 쌓이다 보면 우리의 대화는 풍성해지고 언젠가 서로에 대한 이해도 더 넉넉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신저와 회의록, 이메일 속 활자가 아닌 다정한 얼굴과 목소리로 동료를 만나고플 땐, 계간 서브웨이로 오세요. 맛있는 샌드위치와 웃음 가득한 대화가 매니저님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계간 서브웨이>에 참여한 아름다운재단 매니저들의 후기 ⭐⭐⭐⭐⭐ ✨오랜만에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마음 편히 내보이고 떠들었던 시간이었어요! 편안한 대화의 장이 소중하구나 느낀 시간이 되었습니다. ✨메신저 등의 온라인 대화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된 세상이 되었지만이렇게 얼굴과 표정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야 말로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도구 ✨각자 업무에 바쁘다보니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계신지, 요즘 컨디션은 어떠신지 잘 모르고 지내는 것 같아요.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재단이고, 저 개인적으로 인생의 호시절을 보내는 때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시기, 순간을 함께 하는 이들을 더 알아봐야겠다는 결심이 든 순간이었습니다. ✨오가다 인사를 해도, 막상 일년에 함께 진득하니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밥을 먹는 일이 적어진 요즘인데 ✨덕분에 그런 시간, 올해가 가기 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재단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