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아름다운재단에는 안식월제도가 있습니다. 앞만 보며 달려가던 상황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고 원하던 것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만들 여유가 되기도 하는 시간이죠.
저도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살고 있어 수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지방에서의 삶은 (조금 부끄럽지만)로망이었습니다. 그렇게 너무 멀지는 않으면서 강아지와 함께할 예정이니 산책하기 좋을 만한 동네를 찾아 충청북도 공주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달여의 생활은 무척 편안했습니다. 미뤄뒀던 게임을 하고,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평생 도시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마당을 맘껏 누려보기도 했어요. 일부러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웠고, 밤마다 불을 피워 모닥불을 만들었습니다.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집을 빌려주신 분이 듣는다면 황당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후 한달살이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그 공간을 ‘공주 집’이라고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달간 여행을 하며 밤마다 침낭을 펴고 잠이 들어야 했던 매니저님은 침낭을 ‘집’이라고 불렀단 말도 기억이 났습니다.
자연스레 왜 그 곳을 ‘집’으로 여길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그 곳이 제게 마음이 편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미래에 좀 더 해보고 싶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도 있는 마음이 편한 공간이요. 물리적인 공간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의 마음이 편한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저는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운재단의 이야기를 담은 웹페이지의 제작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집은? 집이 없는 청년은?
페이지를 기획하기 전에 주거 이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책을 읽어봤습니다. 집은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구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집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볼수록 한국 사회에서 집이란 “그 집에 사는 세입자의 삶보다 그 집을 가진 집주인의 돈 벌 기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당 주거비는 강남보다 비싼데도 개발을 염두에 두고 시설을 고쳐주지 않는 쪽방촌 임대인들이나, 최대한 많은 입주민을 받고자 머리를 책상 아래에 넣어야지만 침대에 누울 수 있는 고시원을 만든 건물주같은 경우들이요.
주거위기는 청년이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기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일부 가정밖 청소년 주변의 어른들은 돈이 필요한 청소년을 꼬드겨 범죄에 가담시키거나 이용해서, 결국에는 사회의 누구도 믿지 못하는 청년으로 자라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이 앞으로의 삶을 기대할 수 있기를
주거문제와 주거문제를 겪는 청년들에 대해 알아볼수록 청소년 시기부터 연결된 위기상황, 청년 주거정책, 높은 주거지 비용 등 얽힌 문제가 복잡하여 해결은 어려워보였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이 오랫동안 이어온 주거지원사업, 그리고 이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단번에 해결이 어려울지라도 오랜시간동안 주거위기에 처한 다양한 청년을 발굴하고 지원해왔습니다. 고시원이나 PC방 등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며 노숙위기에 처한 청년, 청소년 시기 임신과 출산으로 당장 머물 곳이 필요한 청소년 부모, 지능이 평균보다 낮지만 장애 진단 기준보다는 높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 지능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으로 지원했습니다.
청년들이 당장의 현실만을 버티고 견디기보다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살맛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청년들에게 당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집에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별도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단단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재정관리나 경제교육을 실시했고, 같은 상황에 처한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지지할 수 있는 네트워킹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꿈을 찾아 자립할 수 있도록 자격증 준비나 대학 진학 준비도 함께 지원했고요. 직장생활에서 실패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경계선 지능 청년들에게는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인턴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내일을 기대하며 살맛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장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장에 대한 정의는 다들 다르겠지만, 아름다운재단은 청년의 성장을 ‘스스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나가며 삶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렇기에 청년을 지원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지금 너에게 무엇이 필요하니?”라고 먼저 물어보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죠.
아름다운재단이 그동안 이어온 지원사업의 방향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페이지에는 아름다운재단답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소개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다운 관점으로 주거위기청년의 문제를 바라보고, 청년이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며 앞으로 살아갈 재미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청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실패까지도 응원받으며, 그 과정에서의 ‘집’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청년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위해 아름다운재단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주거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발굴하고, 신속하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지원하며, 청년의 삶에 안정적인 지지기반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합니다. 청년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을때, 옆에서 그 손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모든 청년에게 필요한 ‘한 사람’의 역할
콘텐츠페이지를 제작하면서 주거위기청년의 문제를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저는 개인적으로도 어떤 역할을 해볼 수 있을지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재단의 사업담당 매니저님들과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매니저님들께 “이 사업을 통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이신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요.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연락처가 한 사람이라도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하셨어요.
한 사람이라니, 왠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만해도 왠지 벅찬 마음이 드는 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런 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여러 어려움이 있어 아름다운재단 같은 곳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의지를 가진 사람을 대신하여 아름다운재단은 누군가에게 ‘한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도 ‘한 사람’의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당장 해결이 어려워보이는 문제에 먼저 나서 해결의 길을 열겠습니다. 들려오는 뉴스에 막연히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우리 이렇게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