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한부모여성 아이돌봄 지원사업을 담당 신문용 매니저입니다.
혹시 자녀나 조카를 돌본 경험 있으신가요? 귀하고 예쁜 아이들이지만 혼자서 키우고, 일까지 병행한다고 상상해보면 막막하게만 느껴집니다. 육아를 교대해주거나, 함께 일을 하는 양육자가 없으니 아이를 돌보는데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죠.
아름다운재단은 상상해봤습니다. 엄마가 현관문에 들어섰을 때 한숨보다 아이들의 기쁜 함성을 먼저 들을 수 있다면, 엄마의 쉼을 챙겨주고 토닥여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바로 한부모여성가족에게 일어났으면 하는 변화였죠. 그리고 3년 간의 시간동안, 그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퇴근하고 집안 문을 열면 새봄선생님과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저를 반겨줘요. 그 순간 하루 동안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더라고요. 아름다운아이돌봄 덕분에 좋은 기회에 좋은 분을 만나 아이를 편하게 키운 것 같아요. -한부모여성 A씨
아름다운재단은 그간 한부모여성의 자립을 위해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사업’, ‘한부모여성 창업대출 지원사업’ 등을 해오는 동안 아이돌봄의 고충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봄공백 해소를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3년 간 각 가정에 돌봄전문가인 새봄선생님을 보내드리고, 가정 상황에 맞는 아이돌봄을 제공하는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오늘은 그 시작과 변화, 성장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왜 한부모여성의 아이돌봄에 집중했을까?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한부모는 1인 생계부양자로 소득활동을 지속하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일에도 육아에도 온전히 몰두하기 어렵다보니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한부모의 취업률은 77%로, 2020년 경제활동인구조사가 집계한 남녀 고용률* 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부모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과 양육을 함께해줄 사람없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근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남성 고용률 69.8%, 여성 고용률 50.7%)
돌봄 조력자가 없는 경우, 영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은 엄마를 중심으로 생활하게 되는데요. 엄마가 일을 하느라 자리를 비우게 되면 각종 공공시설에서 장시간 단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돌봄이나 사설학원을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아이들이 집에서 ‘그냥’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여성한부모의 자녀 돌봄지원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바로 홀로 남겨진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한부모여성은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의 장래를 위해 노동시간을 늘립니다.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한부모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거죠. 앞서 소개한『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82.8%의 한부모가 하루 평균 2시간 미만으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동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아동의 학습 능력 저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의 어려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던 유일한 사람의 부재시간이 늘어나니, 심리∙정서적 돌봄 공백이 추가로 생기게 됩니다.
가정과 아이에 맞춘 돌봄을 시작하다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양육자와의 소통을 통해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돌봄요청을 추가했는데요. 학습지도만큼이나 ‘아이의 친구’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우리 아이가 예민하고, 자신감이 없고, 말수가 적어서 걱정’이라는 고민을 갖고 있었죠.
막상 새봄선생님들이 만난 아이들은 양육자의 걱정과 달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학교에서의 일이나 마음 속 이야기를 새봄선생님과 함께 나눠주었으니까요. 이는 선생님이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동등한 시선에서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 생각을 더 자주 이야기하고,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정서적 돌봄공백이 채워지자, 기초학력, 생활규칙, 생활 나눔에서 오는 공백은 바로 채워졌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일이 성장기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바란 건 딱 하나.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집에 있어 주기만 하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아이들이 집에 들어갔을 때 ‘어서 와’하고 따뜻하게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리라 생각했거든요. 새봄선생님은 그 이상을 해주셨어요. 게임만 하던 막내의 숙제도 봐주시고, 밥도 챙겨주시고, 따뜻한 대화로 아이들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셨어요. 그 결과 잦은 지각과 숙제 소홀로 지적받던 막내가 180도 달라졌어요. 생활습관이 교정되니 자신감이 생겼는지 표정이 한결 밝아졌고요.” -한부모여성 B씨
“아이 숙제 한번 시키려면 목이 쉬도록 실랑이를 해야 했는데, 새봄선생님이 숙제와 공부도 꼼꼼하게 봐주시고, 아이 정서를 잘 이해하며 놀아주셔서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아요. 또, 식생활도 많이 개선되었어요.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는 즉석식품을 주로 먹었는데 먹거리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은 제철 식자재로 정성껏 요리해요. 요리하는 동안 선생님이 아이를 돌봐주시니 가능한 일이예요.” -한부모여성 C씨
한부모여성의 마음까지 채운 돌봄
돌봄은 한부모여성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충분한 돌봄지원을 통해 여성한부모가 걱정 없이 안심하고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자녀를 양육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아이 돌봄이 해결되니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일을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등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봄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화생활을 하면서 힐링도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사는 게 참 막막하게만 느껴졌는데 새봄선생님을 통해 용기와 힘을 얻은 것 같아요. 아이는 물론이고 저도 만남의 시간이 끝나간다는 게 아쉽기만 해요. -한부모여성 C씨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 돌봄선생님을 만났고 공부를 시작하며 제 삶은 행복해졌어요. 제가 밝아지니 아이들도 밝아졌고요.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엄마라는 게 좋다고 말해주는 첫째를 볼 때, 공부하길 잘했구나 싶어요.” -한부모여성 D씨
돌봄은 돌보는 사람도 변화시키니까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의 의의는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돌봄에 참여한 새봄선생님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새봄선생님은 ‘우리 가족에 새 봄을 가져다준 선생님’이라는 뜻으로, 2023년에 사업에 참여한 어머니와 아이들이 지어준 별칭입니다. 새봄선생님은 중장년 여성 중 아동 교육, 가정 내 아이돌봄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선정했는데요. 40시간의 양성교육을 통해 한부모가족에 대한 이해와 육아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돌봄전문가로 활동했습니다.
먼저 각 가정의 상황을 이해하고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각 가정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을 이어주고, 지역사회와 가정을 이어주는 등 개별 가정이 지역사회에서 건전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본 사업에 참여하여 알지 못했던 다른 이의 삶을 이해를 하게 되면서, 새봄선생님들은 우리 사회에 대한 관점이 넓어지는 등 성장하였다는 후기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나이에 선생님이라 불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요. 아이들과 재미있게 대화하고 놀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와 있더라고요. ‘선생님 오는 날만 기다린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볼 때 제 자존감도 높아지는 걸 느껴요. 앞으로도 더 나은 돌봄을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는 새봄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 새봄선생님1
“전 소위 경력단절 여성이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그만두고 난 뒤 경력 단절 상태로 나이를 먹으니 일을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새봄선생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고무적이라 생각해요. 나를 반겨주고 따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이 일을 참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어요.”-새봄선생님2
공공에서도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려면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은 한부모여성, 아동, 새봄선생님, 사업담당자 등 돌봄주체가 모두 함께 소통하며 3년 간 이어왔습니다.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민간영역에서 이어온 지원사업의 결과를 이어받아 공적인 지원 확대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현재 한부모가족에 대한 현금성 지원은 매년 늘고 있지만, 개별 가정의 상황에 맞는 돌봄지원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생계부양자이면서 돌봄을 해야하는 엄마, 그리고 아이의 상황에 맞는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주배경아동인 경우, 양육자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인 경우 등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지원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돌봄노동을 필수노동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인정과 정당한 대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돌봄노동자가 각 가정에 방문하는 형태의 사업이므로 이들의 직업의식이 지원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 여성 돌봄노동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공공일자리로의 전화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함께한 모든 가정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명숙
저도 돌폼후 돌봄가정의 놀라운 변화에 뿌듯했습니다 처음에 좀 아이와 어머니의 어두운 표정이 점점 밝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같이 함께하는 사랑과 기쁨의 결과인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부모여성가정의 지원사업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