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돌봄 지원사업’은 노인의 건강한 삶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지역 중심 돌봄의 실현을 위해 예방의료 관점에서 지역내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사회의 돌봄 모델을 개발하고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과 협력하여 전국 3곳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기존의 노인 돌봄이 온전히 가정의 몫이거나 혹은 일방향적인 복지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되어 왔다면, 이웃이 이웃을 돕는 공동체 기반의 서로돌봄 문화를 만들고 지역사회의 협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서울 노원, 경기 시흥, 충남 홍성 3개 지역의 의료사협과 함께 2024 노인건강돌봄 지원사업을 진행하였다. 노인의 건강한 삶과 존엄성을 보장, 정서적 지지를 위한 소모임을 지원하고 예방의료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 노인돌봄의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노인건강돌봄 지원사업은 지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2024 노인건강돌봄 지원사업에 참여한 서울 노원 지역의 어르신들과 담당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무기력한 삶에 활력 준 고마운 손길

“선생님들의 친절한 안내에 끌려 걷기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난 이 모임 아니었으면 노년 우울증으로 벌써 저승사자 만났을지도 몰라요. 걷기로 ‘죽고 싶다’가 ‘살 맛 난다.’로 바뀌었거든요. 요즘은 개근상을 탈 정도로 열심히 걷고 움직이고 있어요. 자식들한테 농담 삼아 그래요. 너희들보다 휴센터에서 만나는 친구, 선생님이 더 좋다고요.” – 최0덕

“2019년에 대장암으로 큰 수술을 했어요. 몸이 아파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어느 날 아파트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걷기 운동 멤버를 모집한다고요. 동네 이웃들과 아파트단지 사잇길을 살살 걷다 보니 재미도 있고 체력도 붙었어요. 요즘은 집 근처를 벗어나 공원, 수락산 옛길까지 걸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요. 작년 4월에는 대장암 완치 판정도 받았지요. 집 밖으로 불러내 주고 같이 걸어준 이웃 친구들 덕분입니다.” – 김0자

“고혈압 환자라 움직여야 하는데 혼자 문밖을 나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걷기 모임에서 자꾸 나오라고 하고, 같이 걸어주니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레 아프던 무릎도 좋아지고 혈압도 많이 내려갔지요. 한끼 밥상이라고 주 1회 점심을 같이 먹는 모임도 큰 도움이 됐어요. 골고루 차려진 반찬이며 국 등을 챙겨 먹을 수 있으니 밥맛도 좋고 건강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 강0란

어르신 건강에 실질적 도움 준 노인건강돌봄 지원사업

노원 지역 김0자, 강0란, 최0덕 할머니는 2024 노인 건강 돌봄 지원사업으로 활력을 얻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이번 지원사업을 함께한 노원의료사협은 노원휴센터를 통해 걷기 모임, 라인댄스, 한끼 밥상 등 하루 2~3개의 다양한 소모임을 진행해 노년층의 건강을 챙겨온 지역 노인 복지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기관이다.

“어르신들이 사는 동네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게 돕는 일을 하면서도 늘 갈증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건강’ 증진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도움을 드릴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 고민 중에 만난 노인건강돌봄지원사업은 오아시스 같았습니다. 저희가 이번 사업에서 중점을 두어 진행한 것은 의료진을 통해 병을 조기진단하고 예방, 어르신들의 건강을 증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신지아 센터장

노원의료사협은 노인건강돌봄지원사업을 통해 평소 건강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했다. 의료진이 100여 명의 어르신을 직접 만나 개개인 상담으로 인바디, 혈압, 혈당, 우울도 측정, 인지능력 검사를 진행해 건강 척도를 만들고 이들의 건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폈다.

“어르신들을 직접 뵙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건강 항목을 기록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맞지 않은 약은 바로잡아 드리고, 당뇨가 높으니 떡은 드시면 안 된다 잔소리도 하면서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방향성을 제시해 드렸지요.” – 박에스터 간호사

“기존에는 어르신들의 인바디 정도 체크하는 게 다였는데 노인건강돌봄지원사업으로 전문적으로 건강 체크를 하고, 시간차를 두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했죠. 이 과정에서 건강을 되찾은 어르신이 있습니다. 3개월 전만 해도 혈압수치가 위험했는데 전문의를 만나 진찰도 받고, 약을 드시고 나서는 많이 좋아지셨거든요. 건강을 지켜드리는 지원사업이라는 말이 딱 맞는 사례죠.” – 신지아 센터장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법을 깨우친 시간

건강 척도를 만들고, 변화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자신을 돌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과 이웃과의 교류 등 건강하게 사는 법을 체득한 것이다. 몸이 변하니 마음의 변화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무력감과 우울감이 호전되니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온종일 텔레비전만 봤는데 정해진 시간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대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니 활기가 생기더라고요. 노인들에게 갈 곳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복이에요. 활동하고 들어오면 그리 지겹던 집안일도 재밌게 느껴지고, 내일이 기다려져요. 덕분에 살 맛 나요. 정말.” – 김0애

“이웃 친구들과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리 내 웃고 있어요. 전화할 곳도 없이 적적했는데 다들 근처에 사니 자주 볼 수 있어 위로가 돼요. 그렇게 유명하다는 병원에서도 못 고친 우울증을 여기 와서 고쳤다니까요.” – 최0덕

“옷 예쁘게 차려입고 머리도 매만지고 집을 나서면 절로 콧노래가 나와요. 자식들한테 ‘나 요즘 재밌고 신난다. 건강도 챙겨주고 친구도 사귀니 너무 좋아.’ 그랬더니 ‘엄마 돈 벌어줘서 고마워.’ 그러더라고요. 부모가 건강한 게 자식들 돈 벌어주는 거라나요?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랬죠.”- 전0자

서로서로 돌보면 누구나 행복한 노후  

어르신들의 사례는 노인 가구를 위한 정기적인 방문 돌봄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웃끼리 서로 돌보는 커뮤니티케어가 초고령화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자녀보다 자주 만나며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 어르신들은 일상생활에서도 함께하며 삶의 애환을 달래고 있다.

“복도식 아파트 한 층에 사시는 4분의 할머니가 지원사업 대상자셨어요. 각자 눈, 다리, 귀가 불편했는데 눈이 불편한 할머니가 귀가 잘 안 들리는 할머니를 돕고,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의 실버카를 밀며 함께 오는 모습이 뭉클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의 가족이 되어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박에스터 간호사

“어르신들은 평상시에도 끊임없이 교류해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몸이 아팠는데 ‘나 아프니까 보러와 줘.’라고 연락을 하니 다들 모여서 죽도 끓여 드시고 약도 챙겨줬다고 하시더라고요. 모임을 통해 생긴 상호신뢰가 일상의 연결과 연대로 이어진 거죠. 이와 같은 이상적인 커뮤니티 케어가 더 늘어나길 소망합니다.” – 신지아 센터장

노원의료사협의 사례는 2024 노인건강돌봄 지원사업이 예방의료 관점에서 지역 내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 사회의 돌봄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한 노후를 영위하기 위한 노인 복지는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노인 돌봄을 가족 부담에서 사회 서비스로 전환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더 많은 노인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제도적 복지서비스를 구축해 나갈 때 초고령화 사회는 어두운 내일이 아닌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

글: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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