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은 시민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회문제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1단계인 ‘물꼬트기’에서는 총 16개 프로젝트를 지원하였으며, 그 중 7개 프로젝트는 2단계인 ‘항해하기’에서 연속 지원을 진행했습니다. 1년 동안 ‘물꼬트기’와 ‘항해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7개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제가 살고 일하는 곳의 주변에는 제로웨이스트샵 1.5도씨가 있습니다. 손님이자 친구로 그 공간을 방문하면서 지역사회에 환경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턱이 낮은 공간의 중요성을 매번 느꼈어요. 하지만 운영은 쉽지 않아서 지속 가능성이 늘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변화의물꼬 1단계를 통해 제로웨이스트샵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지 손님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님들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사용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높았어요. 변화의 물꼬 2단계는 그 실천이었습니다. 지역사회 정책을 직접 제안해볼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사업’을 활용해 보기로 하고, 이를 준비하는 수리워크숍,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주민참여예산사업 제안 워크숍’,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직접 계획서를 작성하는 ‘심화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동네 꼼지락 투어
먼저 2024년 12월 7일에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업사이클링 & 수리 워크숍 ‘우리동네 꼼지락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수리 기술과 업사이클링을 배우고 싶어 하는 주민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 제안 워크숍을 홍보하는 자리이기도 했고요.
워크숍은 총 아래의 네 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습니다.
1️⃣ 패션산업과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느질 스티치 방법을 배워 직접 가져 온 옷을 수선하며 실습한 ‘수선의 즐거움, 옷의 생애주기 늘려주기’
2️⃣ 사이클링과 리사이클리의 개념을 배우고 폐기되는 제습기통을 활용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변신시키는 실습을 진행한 ‘제습기통의 변신, 블루투스 스피커’
3️⃣ 재봉틀과 바느질 기술을 익혀 사용하지 않는 청바지를 미니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버려지는 청바지로 미니 가방 만들기’
4️⃣ 바다 쓰레기 문제와 비치코밍 활동에 대해 배우고 바다유리로 균형 모빌을 제작한 ‘바다유리 이야기와 바다유리 균형모빌 만들기’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특히, 수선과 수리에 대한 실질적인 요구가 크다는 점을 확인해서 이를 주민참여예산에 반영하자는 논의도 이루어졌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제안 워크숍: 내가 지켜 관악구 환경예산
2025년 1월 18일에는 본격적인 주민참여예산 사업 제안 워크숍, 환경정책 아이디어 워크숍 “내가 지켜 관악구 환경예산’을 개최했습니다. 지역사회의 환경문제를 직접 제안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는데요.. 지역 당사자들이 느끼는 환경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참여예산과 민관협치사업에 대해 깊이 이해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했습니다. 18명이 신청했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서 관악구 환경정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일회용품 없이 진행하고 다과도 비건 음식으로만 준비해서 내용과 방법이 일치하도록 노력해보았습니다.
주민참여예산사업은 모든 지방자치 단위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해당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제언하면 공공기관과 주민참여예산위원의 심사를 거쳐 사업화가 진행됩니다. 보통 3월 말-4월 경에 본격적으로 사업아이디어를 받고 있어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꼭 직접 제언해보셨으면 해요. 무엇보다도 계획안 작성이 정말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만큼 간단해서 정확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만 잘 적으면 됩니다. 지역 정책에 아쉬움이 있더라도 바꾸거나 제언하는 것이 참 어렵잖아요. 의원을 찾아가거나 구청을 찾아가거나 하는 일이 쉽지도 않고, 반영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일이고요. 이렇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주민 아이디어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아이디어: ‘자원순환’, ‘비건’, ‘다회용기’
환경정책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한 결과 ‘자원순환’, ‘비건’, ‘다회용기’ 이렇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아이디어를 분류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환경정책은 세 번의 심화워크숍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8명 중 10명이나 심화워크숍을 신청해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2월 17일에는 ‘자원순환’에 관한 환경정책을, 2월 19일에는 ‘비건캠페인’에 관한 환경정책을, 2월 26일에는 ‘다회용기’에 관환 환경정책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모일 때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띤 제안과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여러 정책 아이디어가 나왔을 경우 조를 나눠 구체적으로 사업계획을 작성했습니다.
세 번의 워크숍 결과 ‘우리동네 수리하는 날’, ‘전입자 환경교육’, ‘중고거래 용달비 지원사업’, ‘비건라이프스타일 축제 사업’, ‘주요 상권 비건 메뉴 개발 지원 사업’, ‘관악구 축제 비건 할당제’, ‘배달어플 내 다회용기 사용 촉진 사업’ 등 총 7가지의 사업계획이 나왔습니다. 이중 3가지만 소개해보면요!
먼저 ‘우리동네 수리하는 날’은 재활용품을 잘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쓸 만한 물건은 수리해서 사용하는 재사용문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로 진행했던 수리워크숍과도 이어지는 아이디어입니다. 현재 주민센터에서 특정일에 주민들에게 우산 수리, 칼갈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확대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주민센터에서 ‘동네 수리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옷이나 가방 등의 수선이나 전자제품 수리를 지원해주는 것이죠. 그리고 이때 관내 수리업 종사자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수선업, 수리업 종사자들과 구민들이 보다 긴밀히 연결되고 평소에도 찾아가거나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관내 수선, 수리가 가능한 업장을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홍보도 함께 진행하고요. 동시에 수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주민 대상 수리 교실이나, 수선 장인들이 더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익힐 수 있도록 수선 장인 대상 워크숍도 병행해서 진행합니다.
‘주요 상권 비건 메뉴 개발 지원사업’은 관내 증가하고 있는 비건 인구를 위해 비건 메뉴를 옵션으로 둔 식당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청년과 외국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건 식당의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관악구 특정 상권의 식당을 대상으로 비건 메뉴 개발을 원하는 식당을 모집하여 참여 식당에는 비건 메뉴 개발 컨설팅, 홍보 등을 지원합니다. 의무 판매 기한을 정해서 중간에 판매를 그만두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고요. 관악구는 탄소중립선언을 한 도시인만큼 식생활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다수 주민들에게 비건 문화를 소개하고 식생활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도 작동할 수 있고, 다른 지역에 사는 비건 인구들이 관악구를 방문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달어플 내 다회용기 사용 촉진 사업’은 배달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하는 방안입니다. 배달어플 내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도 참여하는 업체가 많지 않거나,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도 업체에서 전화로 일회용으로 보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관에서 다회용기를 참여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여 배달어플 수수료 등을 지원해주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는 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업체가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 업체를 선정하여, 부족하지 않도록 충분한 양의 다회용기와 세척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포함합니다.
생각만 하는 것을 넘어 ‘실천적 참여’로 도전
처음에 1단계에 참여할 때는 동네의 제로웨이스트샵 이용을 확산해 동네의 환경문제 거점을 잘 활성화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변화의 물꼬에 참여했는데요. 2단계까지 거치며 이 주제가 확장되어 지역사회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넓어졌습니다. 지역사회의 환경문제를 다루고 평소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제 제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시도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무엇보다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나 성취감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함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서로 격려받을 수 있었고, 개인적인 관심이 어떻게 지역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변화의물꼬를 통해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참여를 도전해 봤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것도 혼자서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해냈다는 점에서요. 이제 저희가 낸 아이디어를 3월 말-4월 경 주민참여예산사업 지원이 시작되면 제출하는 단계와 심사를 받는 단계가 남았습니다. 주민참여예산에는 매해 몇 백 개의 아이디어가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고심한 아이디어가 꼭 통과돼서 의미 있는 환경정책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글, 사진 / 오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