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공익사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6살, 2살 딸 아이의 아빠 고용우 매니저 입니다. 저는 2024년 4월 둘째 아이를 만나게 되어 생애 최초로 6개월 간 육아휴직을 다녀왔습니다. 육아휴직을 망설였던 시절, 또 휴직을 준비하던 마음과 사용하면서 느낀 경험을 나눕니다. 지금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아빠들이라면 지금 따라오세요!
아빠 육아휴직, 저처럼 망설이고 있다면…
“우리 동반 육아휴직 하자”
반려자와 저는 둘째를 맞이하며 동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계획을 해야 마음이 편한 J 성향인 저는 아빠의 육아휴직은 어떻게 신청해야하는지, 가기 전에 준비는 어떻게 해아하는지, 직장에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휴직 기간 동안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등 궁금한게 많았어요. 아쉽게도 주위 친구나 직장동료 중에서 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아빠들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친구들과 지인들이 저에게 묻더군요.
“아빠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
“신청하는 타이밍 잡기 쉽지 않을걸?”
“먹고 살기 쉽지 않지 않을까?”
“너 커리어는?”

육아휴직 신청서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회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건 참 쉽지 않다는 걸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돌봄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행히도 제가 일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은 육아휴직을 고용보험제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육아휴직 의사를 전했고, 감사하게도 팀 동료분들의 지지를 받으며 육아휴직의 세계에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아빠가 되어보니
휴직 전 주말이나 특별한 돌봄기간이 필요한 날 제외하고 하루에 아이를 많이 봐야 2~3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퇴근하고 열심히 집에 들어가도 저녁 8~9시, 저녁 먹고 씻고 잠자리에 들면 밤 11시였으니까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항상 부족한 시간이 아쉬웠고, 늘 마음이 불편했죠. 그래서 육아휴직을 얻은 지금,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하루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는 건 처음엔 낯설었어요. 하지만 아침 준비부터 놀이, 낮잠, 간식, 저녁, 목욕, 책 읽기, 재우기까지 하다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고요. 겉보기엔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엔 수많은 감정의 변화가 숨어 있었어요.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버거워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웃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그런데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아이와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결국은 ‘함께하는 기억’으로 남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시간을 단순하게 떼우는 것이 아니라, 온 신경과 감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공감하는 방법,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서 잘 들여보고 고민할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특히 첫째 아이의 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육아휴직과 함께 이사를 하면서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 겉으론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거예요.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이의 말투, 표정, 행동이 점점 편안해지는 걸 보면서 깨달았어요. ‘아, 아이에게 안전한 마음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시간이구나.’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빠도 더 클 수 있어요?!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인내심과 공감 능력을 키우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까지… 육아는 결국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나를 키우는 시간이었어요.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딸 아빠의 육아일기 1, 2편]](https://beautifulfund.org/wp-content/uploads/2025/04/2-1024x819.png)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딸 아빠의 육아일기 1, 2편
그 시간을 조금 더 소중하게 남기고 싶었어요. 눈에 보이고, 감정이 기록되고, 나중에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형태로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그림일기였어요. 그림의 ‘그’자도 모르지만, 아이들과 나눈 소소한 대화들을 조금씩 그림으로 그려보기로 했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고, 아이가 속한 공간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학부모 행사와 상담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독서 선생님 교육도 받고,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봉사활동도 경험했어요.

유치원 독서선생님 활동사진
이런 활동들은 아이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었고, 유치원 선생님들과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그림일기는 일회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 지금도 꾸준히 그리려고해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이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결국 아이를 키우는 줄만 알았던 이 시간 속에서, 오히려 제가 더 자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아이와 함께한 하루하루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어요.
“아이도 크고, 아빠도 큽니다. 육아는 아빠도 자라게 하는 시간이에요.”
아빠의 자리가 자연스러운 세상
기사를 보면 ‘육아휴직을 하면 최대 몇백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대단한 혜택처럼 적혀있었어요. 식구는 늘어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상 급여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라서 가뜩이나 빠듯했던 가정경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했습니다. 처음에 들었던 여러걱정들은 막상 현실에서 고스란히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고민들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시간은 단순히 ‘쉼’이 아니라, 분명 노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어요. 아이와 저, 가족 모두에게 깊은 변화가 찾아왔고, 그건 어떤 보상이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어요.
이런 개인의 변화가 모이면 사회 역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요. 공익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공익이 없다라는 말이 웃프게 지나가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경험해야 말하고 느껴야지만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의 자리가 자연스러운 세상’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작은 선택과 실천이 쌓여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 내서 한 발 내디뎌 보세요. 그 시작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까요.빠 육아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