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닛픽과 함께 수집한 기부 불편함 메시지

안녕하세요. 공익마케팅팀 유화영 매니저입니다. 저는 올해 아름다운재단의 약속 중 하나인 ‘건강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기부문화캠페인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기부문화가 여전히도 저에게 어렵습니다. (‘건강한’이라는 말에서 오는 느낌은 이제는 알겠지만요☺️) 25년에 시작하는 기부문화캠페인은 어디부터 시작해야할까 고민하다 2019년 5년전에 닛픽과 수집한 ‘기부불편함’ 메시지들을 발견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부정적인 코멘트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2019년 닛픽과 함께 수집한 '기부 불편함' 메시지

2019년 닛픽과 함께 수집한 ‘기부 불편함’ 메시지 일부

5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요즘 마주하는 뉴스타이틀과 SNS 댓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참 씁쓸했던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이 이야기들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전의 이야기이지만 진짜 지금의 이야기를요.

“건강한 기부문화를 위해 우리가 꼭 해야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현재 기부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2019년에 받았던 ‘기부불편함’ 메시지들로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약 한 달간 투표를 진행했고, 총 292명이 투표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압도적인 1위는 ‘단체 불신, 회계 투명성’이었어요. 

이번 투표 1위 ‘단체 불신, 회계의 투명성’

“이럴 줄 알았어. 그래서 저는 동사무소에 기부해요.”, “기부 안했는데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역시도 그동안 봐왔고 들어왔던 가장 속상했던 기부에 대한 말을 꼽으라면 이 두 문장인 것 같습니다. 몇몇 단체의 비리로 인해 많은 기부단체들에 대한 오해까지 생겨난 순간인 것 같아 매번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으면서도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입니다.

공익마케팅팀에서도 아래와 같이 투표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매니저님들 역시 고민이 많은 것 같았어요. 공익마케팅팀을 넘어서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생각한 적 있다…

사실 저도 불과 5년 전만해도 저도 ‘기부 불편함’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1000개가 넘는 ‘기부 불편함’ 메시지를 보면서 당시 신입이었던 제 눈에 공감되는 부분도 시원했던 부분도 참 많았던 것을 보면요. 저 역시도 당연히 운영비는 적게 쓰는 단체가 좋은 단체고,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가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대학교 때 적은 아르바이트비를 쪼개서 작게나마 기부를 시작했던 마음은 정말 소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부단체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가 날 때에도 가슴이 ‘철렁’했던 거죠. 그 때의 기억을 생각해보니 쓰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됩니다.

재단에 들어오고 보니 많은 단체들이 내외부적으로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연차보고서를 통해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작은 단체들의 경우 매월 상세하게 공개하는 곳도 많이 있고요. 그만큼 비영리단체에게 ‘회계적인’ 투명성은 너무도 당연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왜 여전히도 운영비에 대한 불신들이 해소되지 않는 걸까요? 운영비에 대한 생각들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단순히 ‘전달’하는데 왜 운영비가 많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기부금품모집법에서는 모집비용을 1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정한 운영비에 대한 기준은 모호합니다. 단체의 사업 성격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요. 긴급하게 현물을 지원하는 사업과 좀 더 본질적으로 제도개선, 인식개선까지 영향을 주고자 하는 사업과의 차이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단체가 사회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역량있는 인재들이 모인 곳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협업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인건비, 사무공간의 유지보수비, 사무용품비 등 운영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도 모를, 잘 들리지도 않는 전화기를 쉽게 교체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동시에 운영비에 대해 회계내역을 공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곳인지, 왜 단체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투명하고 진실되게 자주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에는 회계를 너머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단체’가 할 수 있다는 전문성과 신뢰를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허튼 짓은 안하겠다는 믿음

“아름다운재단이 이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재단이 모금함 열길 기다렸어요.”, “사무국에 있는 분들 드시고 힘내시라고 귤 조금 보냅니다.”

저의 생각은 재단에 기대하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말들이 천천히 스며들면서 바뀐 것 같습니다. 재단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면서요. 그리고 왜 이런 기대와 기다림이 생겼을지 알게 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물건만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이 아닌 본질적인 해결을 고민하고, 사각지대를 찾아다니고, 당사자들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마음이 훼손되지 않고 당당하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치열한 논의와 고민을 하는 동료, 선배들을 보면서요.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바에 잘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점검하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25년간 지키고 고집한 가치가 있기에 기부자님들이 재단의 문을 두드려주시고, 재단 사람들을 궁금해하고 기다려주시는 것 같아요. 한 매니저님이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했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적어도 허튼 짓은 안하겠다라는 신뢰에서 투명성이 보여지는 것 같아.”

회계의 투명성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서 어떻게 일하는 곳인지가 보여져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들을 얼마나 전문성있게 하고 진정성있게 하는 사람들인지요.

앞으로 기부문화캠페인은!

“소중한 곳에 사용해주세요.”, “작은 마음이지만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금액이 적어 미안합니다.”, “함께 사는 사회가 되기를”

저는 가끔 힘이 필요할 때 기부자님들이 남겨주신 ‘나눔한마디’를 읽습니다.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고 열심히 하고 싶게 하는 말들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어갈 기부문화캠페인에서는 기부에 대한 오해 앞에서 기부자님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오히려 더 당당하게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도록 그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하반기에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낼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건강한 기부문화를 위해 기부문화캠페인에 함께해주세요!😊

🔗참고 : 기부단체의 역할, 운영비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는 영상과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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