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다쳤지만, 산재 보상은커녕 쉴 여유조차 없던 청년 여성들이 있습니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복지의 사각지대 속에서 회복은 늘 뒤로 밀렸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청년여성산재회복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청년여성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의 일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주방에서 무거운 걸 옮기다가 미끄렀는데, 반복된 작업으로 생긴 병이라 사고와는 다르다며 산재가 아니래요.”
“쉬면 돈을 못 버니까, 아파도 계속 일할 수밖에 없었어요.”

2024년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일하다 다쳤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쉴 여유조차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는 이런 현실에 주목해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2024년에는 278명의 신청자 중 질병·부상 상황, 소득 기준,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55명을 선정, 산재 회복비 10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일하는 환경은 어땠을까요?

지원사업에 신청한 278명 중 거의 절반 가까이 월 200만 원 미만의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었습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임금 현황> 중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임금 현황’ 중에서 –

고용 형태 역시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산재 발생 당시 정규직이었던 비율은 42.4%에 불과했고, 건강 문제가 생긴 이후에는 약 절반(49%)이 정규직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일했던 곳은 물류센터, 음식점, 콜센터, 방송국, 학원, 패션 등 다양했지만, 대부분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고용형태> 중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고용형태’ 중에서 –

왜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일하다 다쳤는데도 산재 보험을 신청하지 못한 비율은 87.8%였습니다. 이유는 ‘산재보험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해고나 불이익이 우려돼서’, ‘프리랜서라 가입이 안 돼서’, ‘주변(지인, 회사)에서 만류해서’ 등으로 포기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지원자 중 대다수는 일하다 얻은 질병임에도 산재 보험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중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 조사 결과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중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 조사 결과 중에서-

응답자 중 실제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비율은 1.7%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건강보험이나 개인 부담으로 치료를 했습니다.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나 요양을 하지 못한 경우도 18.4%나 차지했습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중 '치료/요양비 부담방법' 조사 결과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치료/요양비 부담방법’ 조사 결과 중에서 –

회복비가 전한 건 ‘돈’이 아니라 ‘인정’

55명에게 지원된 100만원은 ‘회복비’ 그 이상이었습니다. 대부분 병원 치료비로 가장 많이 사용했지만, 생활비, 식비, 주거비 등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사용됐습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회복지원비 지출 항목> 중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회복지원비 지출 항목’ 중에서 –

지원금 사용처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은 이유는, 회복은 단순히 치료 받는 일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이 회복되려면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복귀할 최소한의 조건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픈 몸을 치료하고, 잘 먹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삶의 공간’을 되찾아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 결과보고서 <나에게 지원사업이란> 중에서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나에게 지원사업이란’ 중에서 –

이러한 지원은 산재 보상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한 시도이자, 복지의 유연성과 존엄을 고려하는 새로운 실험이었습니다. 회복을 오롯이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아픔은 사소하지 않다”는 사회의 인정과 연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이 남긴 말들

“죽지 말고 살아봅시다”
“혼자가 아니에요.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처음으로 내가 아프다는 걸 사회가 인정해 준 것 같았어요.”

단지 회복비 지원을 넘어서, ‘산재는 남 얘기’였던 인식을 바꾸는 시작이었습니다.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 결과보고서 <서로 나누고 싶은 말들> 중에서

– 2024 청년여성 산재회복지원사업 결과보고서 ‘서로 나누고 싶은 말들’ 중에서 –

지금, 그 이야기를 한 권의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 보고서 원문 보기 (PDF)

이 보고서는 단순히 숫자 데이터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아파도 참고 일하는 수많은 청년 여성에게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말해주는 목소리입니다. 

아프면 쉬고,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잠시 기대어 숨 고를 수 있는 의자가 되어주신 기부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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