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익마케팅팀 김선우 매니저입니다. 저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겉보기엔 활동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보내는 일이 많은데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편집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이 쭉 앞으로 빠져서 거북이처럼 굽어 있더라고요. 어깨도 뻐근하고, 손목도 딱딱하게 굳는 느낌을 받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지키면서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리기라는 취미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광화문부터 잠실까지, 평소 자동차만 다니던 도로를 통제하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울을 가로지른다. 아스팔트 지면을 빠르게 내딛는 사람들의 발구름 소리와 짧은 호흡만 들린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작년 초봄. ‘왜 달리는 거지?’라는 순수한 궁금증보다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나도 뛰고 싶다!’였다. 수많은 주자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마라톤? 일단 질렀고 후회는 나중에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연습한 거리는 5km. 그 조차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완주하지 못했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호흡은 되돌아오지 않았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다리로 하는데 이상하게 어깨까지 아팠다.

5km조차 완주하지 못했던 첫 훈련
그렇게 한 달 정도 뛰었을까. 여전히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힘들었지만 호흡을 되찾은 순간 이내 개운함과 성취감이 들었다. 주 2회씩 꾸준히 달리니 언제부턴가 평소 달리던 페이스가 힘들지 않았다. 그제야 달리기가 재밌어졌다. 퇴근하면 옷과 신발만 갈아 신고 한강으로 거의 매일을 뛰었다. 그렇게 정강이에 근육통이 생기기도 했는데 열심히 달렸다는 훈장 같아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어 풀코스를 출전하기 전 먼저 10km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훈련한 나 자신에 대한 중간 점검이었다.
그냥 근육통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대회 당일이 밝았다. 10km를 달렸는데 통증이 심했다. 절뚝절뚝 거리며 겨우 결승선에 들어왔다. 주 2회씩 달릴 때 느꼈던 근육통이 사실 피로골절이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뼈에 살짝 금이 간 상태였다. 처음 경험해 본 사람들은 근육통과 헷갈리기 쉽다고 한다. 다음날 정형외과에 갔더니 ‘달리기 금지, 절대 휴식 필요’라는 소견을 받았다. 이 시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처럼 의사 선생님이 달리지 말라고 하니 더 달리고 싶었다.

3개월을 쉴 수밖에 없었던 피로골절
꾹 참으며 꾸준히 한 재활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회복했고, 3개월 만에 한강까지 조심스럽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뛰었는데 오히려 몸이 더 가볍고 상쾌했다. 밖에서 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늦게 달린 걸 조금 후회할 정도로 이제 달리기가 내 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 것 같다. 이제 풀코스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자!

자주 달리는 한강
도전! 풀코스 마라톤
2025년 3월 16일, 일요일. 서울마라톤이 시작되었다. 광화문에 가까워 올수록 많은 사람들이 러닝복을 입고 배번호를 붙이고 몸을 풀고 있었다. 1년 전에 응원하던 내가 이제는 러너가 되어 뛰어본다. 첫 풀코스 마라톤이라 긴장이 됐다. 연습을 꾸준히 했어도 가장 길게 뛰어본 거리는 25km 밖에 안됐기 때문에 더 긴장이 됐다. 교통카드도, 스마트폰도 없이 달린다. 뛰다가 포기할 수도 없다. 결코 중간에 멈추지 않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였다. 대회장은 신나는 음악과 함성소리로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다.
A 그룹부터 출발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내가 속한 그룹의 차례가 왔다. 진행자가 5.4.3.2.1을 외치고 총성이 들리는 순간, 이제 진짜 레이스가 시작됐다. 처음 20km까지는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 배번호에 적힌 내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며 화이팅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엄마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신발값은 해야지~ 이거 네가 돈 내고 신청한 거다”라고 적힌 유쾌한 응원 팻말도 보였다. 30km가 넘어가니 그때부터는 러너들의 호흡과 발구름 소리만 들린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저 각자의 페이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35km 구간부터는 몸의 모든 관절이 아팠다. 목, 어깨, 허리, 발목.. 뼈 마디마디 삭신이 쑤신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마지막 구간인 잠실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의 함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있었던 고통은 전부 생각나지 않는다. 힘들 때마다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떠올렸다. 그 생각 덕분에 끝까지 걷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 42.195km를 두 발로 완주해낸 나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고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달려낸 내가, 오늘만큼은 꽤 괜찮고 근사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완주한 마라톤
요즘 퇴근은 뛰어서 합니다!
요즘은 퇴근을 달려서 한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집까지 약 17km 정도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퇴근할 때도 달리냐’고 묻지만 퇴근을 뛰어서 하면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 무엇보다 달리기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몇 가지 소소한 변화도 있다. 우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더 생겼다. 영상을 만드는 일은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높은 체력이 요구되는데 달리기 덕분에 집중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사실 몸의 변화보다는 정서적인 변화가 더 크다. 일을 하다 보면 간혹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와 같은 불안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우선 달린다. 달리다 보면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오르는 반복 속에서 머릿속을 채우던 잡생각이 하나씩 사라진다.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일정한 리듬에 몸을 맡기면 결국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 집중할 수 있다. 생각이 명료해지고 단순해진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 운동을 취미로 삼을지 모르겠지만 달리는 순간만큼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참가한 하프마라톤
나는 지금도 다음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달리는 속도를 신경 썼지만, 이제는 거리를 생각하면서 뛰고 있다.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더 자주, 더 오래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