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계단뿌셔클럽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계단을 정복하는 사람들 ‘계단뿌셔클럽’
계단뿌셔클럽은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 등 이동약자를 위한 계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앱인 ‘계단정복지도’를 운영합니다. 시민참가자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계단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계단정복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느슨한 커뮤니티’를 지향했습니다. 느슨함이 오히려 참여자들을 더 많이 모으고, 확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3년 겨울,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을 준비할 무렵,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계속 느슨하게 가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정복활동을 더 많이, 더 자주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잠깐 들렀다 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 활동을 주체적으로 함께 꾸려갈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밀도 높고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잘 될까, 걱정도 많고 막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크러셔 클럽>입니다. 크러셔 클럽은 1회성 참여자인 ‘게스트’ 중심이 아니라, 멤버십을 가지고 3~4개월 동안 함께 활동하는 ‘크루’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입니다. 크루들이 단순히 참여자가 아니라 이 활동에 애정을 가지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크루데이(OT), 결과공유회, 크루 전용 굿즈 제작 등은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었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자 계단정복지도 앱 출시 기념일에 맞춰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정복활동은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14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500개 이상의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고, 강연과 축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사 준비부터 운영까지 정말 쉽지 않았지만, 활동 후기를 보며 크루들과 게스트들이 얼마나 즐겁게 참여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을에는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모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세미나도 열었어요. 이런 과정 속에서 크루들이 이동약자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 활동에 더 큰 애정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했습니다. 특히 봄 시즌 활동을 했던 60명의 크루 중 43%가 가을 시즌에도 재등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 숫자가 우리 커뮤니티가 단단해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선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크루들이 활동에 만족하며 정복활동의 품질을 높이고, 게스트들은 그 활동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친구를 초대하거나 다음 시즌 크루로 참여하게 되었죠.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더 많은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습니다.
2024년 <크러셔 클럽>에는 총 130여 명의 크루가 참여해 약 50회의 정복활동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 11개 주요 상권에서 약 29,000개 장소의 접근성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보는 접근성을 중심으로 장소를 탐색하고자 하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앱에 반영되었으며, 2025년 1분기 중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더 편리하게 제공될 예정입니다.
지금의 <크러셔 클럽>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모르겠습니다. 필요하면 또 다른 변화를 선택해야 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건 분명합니다. 작년 <크러셔 클럽>의 경험은 우리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작은 팀도 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믿음과, 그 여정을 함께할 든든한 동료들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계단뿌셔클럽에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2025년에도 더 많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이동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지난 해의 경험을 추진력으로 삼아, 다정하고 뾰족하게 나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을 함께 해주신 모든 크루, 게스트, 크러셔 여러분, 그리고 변화의시나리오를 운영해주신 아름다운재단 관계자 및 기부회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 사진 : 계단뿌셔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