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섬띵피스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섬띵피스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운동과 일상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년 시기는 대학에 가기 위한 시간, 20대는 취직을 위한 시간, 30대부터는 집을 마련하고 부를 늘리기 위한 시간으로 사용됩니다. 일단 내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누군가의 죽음이나 지구의 위기를 모른척하며 제 갈 길을 갑니다.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지’부터 걱정하게 된 이유는 실제로 대안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어른들을, 동료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군사주의, 국가주의, 여성주의, 동물권, 성소수자, 난개발문제, 기후위기 등 다양한 이슈들이 교차하고 연결됩니다. 섬띵피스는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자 투쟁현장이기도 한 강정마을에 20대 청년들을 초대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을 통해 세 가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12시에 열리는 인간띠잇기 문화제

일상의 전환을 만드는 3개월, 섬피플과정

섬피플과정은 3개월간 강정에 머물며 매일 진행되는 일상투쟁을 함께 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일상을 기획하는 학교입니다. ‘뉴스리뷰’와 ‘세계분쟁세미나’ 수업을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세계의 흐름을 감각하고, ‘제주특강’을 열어 제주의 역사와 지역사회문제를 공부했습니다. 일상 안에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평화문화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하고, 마을 농사를 돕는 ‘울력’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처참하고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청년들이 있어 함께 비폭력직접행동을 조사하고 성명서를 써서 발표하는 등 분노와 무기력을 활동으로 연결해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나갔습니다.

<제주특강> 수업중

섬피플과정은 단순히 수업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숙식을 함께 하며 공동체 생활을 해야했기에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많은 갈등과 고민을 했습니다. 참여자들 안에서의 갈등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만나며 일어나는 세대갈등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 시간들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전면적으로 연습했습니다. 내밀하고 단단한 어떤 것이 깨지고 흘러내리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자 기본조건이라 한다면 분명 이 시간들은 평화로 가는 길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섬피플 결과공유회 단체사진

나의 삶 나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섬워커과정

섬워커과정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살아보기로 선택한 청년들이 자기의 이슈와 이야기를 작업물로 만들어 시민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하고 싶은 작업과 활동을 기획하고, 피드백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동료작업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도시가 아닌 이 마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탐색하고, 자신이 사회에서 하고싶은/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나갔습니다.

매주 월요일 작업 체크를 하는 섬워커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두 명의 청년은 ‘모레도토요일’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연대가 필요한 곳을 방문해 노래하고, 제주피스앤뮤직캠프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녹음하고, 연말에 단독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제주에서 버려지는 강아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 청년은 SNS를 만들어 구조하고 입양보내는 과정을 기록하였습니다. 사진에 관심있는 청년은 강정마을의 활동과 사람들을 기록해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마을 활동가들을 인터뷰해 컨텐츠를 만든 청년도 있고, 제주올레길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진행한 청년도 있었습니다.

하반기에는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하며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고, 국내외 커먼즈 사례를 조사했습니다. 이 모임은 섬워커과정이 끝났음에도 계속 이어가며 앞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활동을 상상해보기로 했습니다.

‘모레도토요일’의 팔레스타인 전쟁 반대집회 공연

활동가들을 만나는 여름, 네트워크 기행  

여름에는 섬피플, 섬워커 참여자들과 함께 5박 6일간 군산, 지리산, 서울, 양평을 다녀왔습니다.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에 지낸 경험을 가진 청년들 네트워크 기행을 하며 군사기지와 난개발 문제가 제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강정에 있을 때 힘든 마음이 들면 도망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에서나 이런 일이 발생하고, 그럼 내가 도망치기보다 같이 연대하고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2030세대가 지역에서 활동할 때 부딪히는 어려움을 나누기도 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해주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활랩’을 운영하는 삶디자이너 활을 만나 번아웃되지 않고 생기있게 활동을 이어가는 삶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참여자들은 투쟁현장에 갈 때 혼자 가는 게 어려운데 여럿이 같이 가니 용기가 생기고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또 활동으로 이어가게 되기까지는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만나며 살아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삶의 흐름 안에서 사회문제에 목소리내는 사람을 만나거나 투쟁현장에 가본 사람의 세계는 이전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섬띵피스는 2024년 변화의시나리오를 통해 20대 청년들을 강정마을에 초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활동가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게 만들어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동료가 되기도 하며 세상에 대한 질문과 문제의식을 키워나갔습니다. 또한 다양한 삶의 모양들을 보며 ‘다른 삶’을 상상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 후기 중 몇 문장을 덧붙이며 활동보고를 마무리합니다.

“나는 강정에서 지내며 이제껏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들과 삶들을 만났다. 내 상상력 밖의 사람들과 삶들이 이곳에 있었다. 그들이 바로 내 옆은 아니어도 어딘가에서 분주히 혹은 느긋하게 돌아다닐 것을 알고, 삶을 계속 살아갈 것임을 안다. 친구들의 존재와 삶은 그 자체로 내게 영감과 용기다.”

“취업 준비를 하며 나를 위한 자리가 없어 보여 절망스러 웠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판단은 기쁘게도 틀렸다. 강정을 시작으로 무궁무진한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진 기분이다.”

“활동이 힘들어서,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서, 잘 모르겠다 싶어서 강정에 왔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활동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알아가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 신기하고 웃기는 일이다.”

“강정에 오기 전까지 계속 흔들렸고, 벗어나고 싶었고, 불안했다. 도망치듯 온 강정에 서 다양한 삶을 사는 다양한 나이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다시 조금 단단해졌고, 힘이 생겼다.”

글, 사진 : 섬띵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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