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셰어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국내 최초의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양성과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5년(2025년 기준 6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임신중지와 관련된 공식적인 상담과 지원, 정보 제공, 의료 가이드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임신중지 상담은 ‘낙태죄’가 존속하던 시기의 방식대로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며 매우 협소한 조건에서 ‘위기임신’ 상담만을 진행해 왔어요. 이제는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상황을 둘러싼 여러 여건들을 파악하고, 임신의 유지와 중지, 임신중지 전후 상담과 지원을 연계하는 현장 상담사와 활동가의 역량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셰어는 이런 목표를 가지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과정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포괄적 임신중지’란?!
양성과정을 준비하면서 <2022 세계보건기구 임신중지 진료 가이드>를 살펴보았습니다. 가이드에서는 법, 정책, 의료환경, 보건·지원 인프라, 사회경제적 요소, 관계적 요소 등 임신중지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상담과 지원을 권고하고 있어요. 또한, 당사자, 의료인, 조력자, 기관, 장소, 시기 등에 관해 필요한 모든 수준을 함께 고려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나 당사자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접근과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이해력을 지니고 그에 맞게 소통하며, 정보 제공과 동의 과정을 고려하는 상담과 지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임신중지는 보건의료 영역만이 아니라, 임신의 유지와 중지를 고민하는 시점부터 임신중지 과정, 임신중지 이후에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나 당사자 상황을 고려한 상담과 지원이 필요하는 걸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어요.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동료들을 만나다
먼저 양성과정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6명의 팀원들을 모집하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가이드와 해외 사례를 펼쳐놓고 함께 공부하고, 양성과정의 취지, 목표와 방향을 함께 토론하며 총 12강의 커리큘럼을 마련했어요.
또한, 실질적인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과 지원을 위해 다양한 당사자별 임신 출산, 임신중지 상담과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상담·지원, 연계시 고려해야 할 점과 제공해야 할 정보들을 함께 고민하고자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난민, 홈리스, HIV 감염인, 성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성노동자 등 현장에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지원해 온 단체 활동가, 상담사와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또 각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사회사업팀 간담회에서는 약물 처방이나 임신중지 시술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간호사, 상담인력, 사회사업 담당자 분들의 역할을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어요.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만이 아니라, 외래·분만실 간호사, 사회사업팀과 새롭게 접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총 12강의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과정>은 법, 의료, 가이드, 사회경제적 상황과 관련한 강의를 포함하여 상담과 지원, 연계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 토론과 실습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셰어에서 직접 제작한 자궁 모형과 열대과일 용과로 MVA(수동진공흡입술) 기구 실습을 진행해보기도 했어요. 병원 안팎에서 이러한 실습을 진행한 사례는 한국에서 최초라는 점에서 실습을 진행한 의료인과 참여자 모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양성과정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단체·기관 간담회를 통해 만난 활동가, 상담사들이 나눠준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당사자의 의사결정 지원과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 상담 지원 활동가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고, 간담회에 참여한 분들이 양성과정 수강생과 강사로도 참여해 주셨어요. 토론과 워크숍에서는 임신중지에 대한 갈등과 고민을 포함하여 다양한 상황에서의 임신중지 상담과 지원 실습과 임신중지, 사전 상담부터 후속 상담까지의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양성과정 만들기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양성과정 기획부터 당사자 지원 단체·기관 및 보건의료인 간담회, 커리큘럼 마련과 자료집을 제작하고 12강의 양성과정을 진행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현장의 동료들과 함께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을 위한 현장과 연계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양성과정을 통해 커뮤니티 역량 강화와 시민사회 활동으로 확장해 나갈 토대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입니다. 셰어는 앞으로 임신중지 지원과 상담에 필요한 상호 네트워크도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 나가고자 해요.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낸 커리큘럼과 주요 자료를 시민사회에서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듬고 확산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첫 토대를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을 통해 탄탄하게 다진만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기초 양성과정과 상담 네트워크 구축, 심화과정도 잘 만들어가 보겠습니다. 정부에도 계속 요구하고 싸워나갈테니,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 주세요!
글, 사진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