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2024 시민국방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시민국방백서’라는 제목을 설명하려면 먼저 ‘국방백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국방백서는 국방부가 격년마다 발간하는 일종의 ‘대국민국방정책설명서’다. 2023년 초에 2021~2022년의 국방정책을 설명하는 『2022 국방백서』가 나왔고,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2023년 말 2022 국방백서에 대한 해설과 비판을 담은 『2022 국방백서 시민의 관점에서 다시보기―해설 및 분석』을 발간했다. 해설·분석을 위해 기존의 국방백서를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발견한 국방백서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군대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없다. 국방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선 잘한 것만 담는 것이 아니라 나타난 문제점을 평가하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고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과 사망에 대한 이야기는 국방백서에 토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국방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이 담겨 있지 않다. 그간 시민사회에서 국방정책에 대한 비판적 제언이 수없이 제기되었음에도 전혀 이를 검토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국의 군대가 가지고 있는 비밀주의와 폐쇄성 등의 비민주성에 기인한 측면이 클 것이다.

대한민국 국방백서 / 출처 국방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시민국방백서’ 발간을 기획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국방정책은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를 감안한다면 시민들이야말로 국방정책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국방의 수행자는 군대일지라도, 국방정책에 대한 결정은 소수 결정권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번 ‘시민국방백서’ 발간의 표어는 “국방과 안보의 당사자인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국방정책”이었다.

마침 2025년 초는 2024 국방백서가 나올 시기이기에 이번에 발간된 『2024 시민국방백서』는 국방백서에 대한 일종의 ‘대항백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시민국방백서’의 내용이 그 자체로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국방백서’와 비교해볼 수 있고, 안보 및 국방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재료가 될 것이다.

시민국방백서는 ‘대항백서’라는 취지에 맞게 국방백서의 목차 구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 왔다. 기존 국방백서가 다루는 안보환경, 안보·국방전략, 국방정책, 한미동맹, 국방운영, 국방문화(군 인권)의 6개 장에 더해 국방백서는 담고 있지 않은 ‘한국군 역사 및 군 민주화’와 관련한 내용도 담았다. 한국군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선 정부 수립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한국군 역사를 꼭 짚어봐야 하기 때문이고, 더불어 역사적으로도 군의 민주화는 사회의 민주화와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제를 정한 이후에는 그간 시민사회와 연을 맺어왔던 연구자, 법조인, 활동가 등 총 27명의 필진을 정했다. 그렇게 국방백서는 총 7개 장, 28개 절, 32개의 글로 구성되었다. 마지막 편집 과정에서 12·3비상계엄이 터져 급하게 필진을 섭외해 글을 부탁했고, 관련한 글도 담았다.

첫 시민국방백서 제작을 위한 시민토론회

‘시민국방백서’에는 앞서 말한 ‘전문가’의 글만 담기지 않았다. 이름의 취지에 걸맞게 실제 시민들의 국방정책에 대한 의견과 제안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시민들과 함께 국방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11월 16일 <국방정책의 수요자에서 적극적 제안자로―첫 시민국방백서 제작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발간한 국방백서의 내용 중 5개 항목(안보·국방정책, 한미동맹, 국방운영, 군 인권, 한국군 역사와 군 민주화) 각각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끔 소그룹을 나눴다. 시민국방백서 원고로 단체의 운영위원들이 각 그룹에 대한 이끔이를 맡아 발제를 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눠 실제로 정책을 제안했다. 그 내용을 시민국방백서 마지막에 수록했다. 비록 전문가의 원고처럼 정제되진 않았을지라도 그렇기에 오히려 다양하고 틀에 박히지 않는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

해를 넘겨 2025년 1월 8일에 드디어 『2024 시민국방백서』가 발간되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12·3비상계엄 이후 한국군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와 논의가 제기되는 시기였기에, 발간을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기자간담회도 진행했다. 그런데 예정한 기자간담회 날짜(1월 15일)가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는 날이라 기자들이 온통 거기에 신경이 쓰여 있을 때였다. 간담회 장소를 세팅하고 현수막을 걸고 하는 와중에도 정말 기자가 한 명도 안 오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계속했지만, 다행히 3명의 언론사(내일신문, 시민언론 민들레, 한겨레)가 참석해 시민국방백서 발간이 보도될 수 있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말 그대로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어찌 보면 책 한 권 내는 것이 무슨 연간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 정말 국방정책의 범위가 넓고 또 그 중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음을 더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은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한국군 개혁에 대한 요구가 전 사회적으로 요청되고 있다. 그 개혁을 위한 과정에서 이번에 발간한 『2024 시민국방백서』가 요긴한 재료로 사용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매년 시민국방백서를 발간하려 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사진 :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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