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제주자연의벗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바람이 만든 모래언덕, 해안사구가 훼손됐다
바람이 어느 곳보다 센 제주도는 해안사구가 많다. 더욱이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한반도의 해안사구와는 지질·생태·경관적으로 매우 다르다. 그것은 제주도가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하얀 모래가 아닌, 용암이 부서져서 생긴 검은 모래가 많고 용암 바위 위에 모래가 쌓인 해안사구가 많다. 이러한 독특함 때문에 제주의 해안사구는 더욱더 보전해야 할 가치가 높다.
그러나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환경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80% 이상이 훼손되었다.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자연 재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안사구 복원사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주도내 해안사구 복원사업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해안사구 복원사업의 첫발을 시민들과 함께 시민사회에서 먼저 시작함으로써 해안사구의 중요성과 복원사업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제주자연의벗은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해안사구 복원사업이란 단어 자체가 자칫 딱딱한 느낌이 있어 시민들의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제주자연의벗은 해안사구 복원이라는 말 대신 다른 이름을 붙였다. 바로 ‘왕나비와 모래지치 상봉 프로젝트’이다.
왕나비는 철새처럼 봄과 가을에 날아오는 독특한 곤충이다. 먼 남쪽에서 광활한 바다를 힙겹게 건너온 왕나비가 제주 해안에 다다르면 해안사구에 사는 염생식물인 ‘모래지치’의 꿀을 빨아먹는다. 실제로 일본 오오이타현 고오자키 해안에서는 매해 봄마다 바다를 건너 힘겹게 해안에 다다른 왕나비들이 해안사구에 사는 염생식물인 ‘모래지치’ 군락지에서 떼를 지어 꿀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 해안사구가 도로로, 주차장으로, 펜션과 카페로 없어지면서 모래지치가 살아갈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왕나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해안사구가 훼손된 곳에 염생식물인 모래지치를 심는 캠페인을 지역주민․시민과 함께 진행함으로써 해안사구를 복원하고 왕나비가 다시 해안사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안사구 복원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제주자연의벗은 해안사구 안에 들어선 마을, 제주시 구좌읍의 평대리와 손을 잡았다. 먼저 마을 주민들과 평대리에 있는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함께 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평대 해안사구에 모래지치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복원 활동 대신 울타리와 안내판을 설치하고 보전 활동으로 바꿔 진행했다. 왕나비의 알을 키워서 이곳 모래지치 군락지에서 왕나비 4마리를 방사하는 활동도 주민들과 함께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해안사구의 중요성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전문가를 불러 워크숍을 2회 진행했다. 더불어 모래를 붙잡아주는 염생식물인 순비기나무 모종을 2회에 걸쳐 평대 해안사구 곳곳에 심었다. 해안사구의 지표종인 해양보호생물 달랑게가 살고 있다는 안내판도 심었다. 그리고 제주자연의벗-평대리 마을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주 해안사구 복원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평대 해안사구를 넘어 제주도 전체차원의 해안사구 복원과 보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활동을 펼쳤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제주자연의벗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함께 ‘제주 해안사구 보전 조례’를 제정하기로 합의를 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한권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하여 조례 초안을 만드는 중에 있다. 2025년 상반기 내로 조례 제정을 완수하기로 합의했다. 시민단체-의회의 좋은 협력 모델이기도 하다.
마을주민과 하는 사업 이외에도 시민들과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해안사구 복원 활동도 진행하였다. 해안사구 보전운동과 생태교육을 진행할 자원 활동가를 양성하는 해양초록 캠페이너 과정을 진행하였다. 총 8강의 교육을 진행하였고 10명이 수료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해안사구 생태 교육인 어린이바다거북학교 프로그램을 2개 학교(구엄초등학교, 종달초등학교)를 대상으로 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앞으로 해안사구 복원과 보전운동에 든든한 응원군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번 사업은 평대리라는 ‘마을’, 모래지치라는 ‘생물종’을 연계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제주도의회와 연계하여 제도적 보전의 토대를 놓았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모래지치를 찾아오는 왕나비를 타이틀로 한 활동에 지역주민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아져 왕나비를 찾아오게 하는 마을로 만들자는 논의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2025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마을, 제주도의회와 함께 제주도 전체 차원의 해안사구 복원 활동으로 확장하여 펼쳐나가려고 한다.
글, 사진 : 제주자연의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