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한국여성민우회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책을 함께 읽으면 더 깊이 질문하고 풍성하게 사유하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 다들 있으시지요? 혼자 읽을 때 주목하지 않았던 대목을 다시 발견하게 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져보며 더 풍성하고 깊은 독서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올해 18명의 시민들과 OTT 플랫폼에서 방영된 오리지널 한국 제작 드라마를 함께 보며 콘텐츠를 깊이 읽고,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바로 시민모니터링 프로젝트예요!

<살인자ㅇ난감>, <DP>, <무빙>, <마스크걸>과 같은 OTT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폭력 장면’과 ‘50세 이상 중고령 캐릭터’가 등장한 장면들을 분석해보았습니다.

폭력장면 모니터링팀에서는 OTT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폭력들의 유형을 나누고, 피해/가해자가 누구인지, 위계가 작동하였는지,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의 특징, 폭력의 연출에서 과잉연출되거나 폭력을 사소화하는 연출의 여부, 문제적 장면이 없는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중고령캐릭터 모니터링팀에서는 드라마에서 50세 이상(으로 보이는) 중고령 캐릭터들이 몇 명이나 등장하는지, 등장하는 중고령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 남성캐릭터와 여성캐릭터 사이의 성차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시민모니터링단 활동 모습

시민모니터링단 활동 모습

모니터링을 통해 OTT 플랫폼, 특히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들이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핑계로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만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해진 플랫폼/풍성해진 콘텐츠 속에서 ‘여성’ 캐릭터는 과연 풍성하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시민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함께 읽으면 더 깊이 질문하고 풍성하게 사유하게 되는 책처럼, 드라마 콘텐츠도 그렇다는 걸 재확인한 시간이었어요. 평소 같으면 순식간에 ‘정주행’ 했을 드라마 한 작품을 가지고 한 장면 한 장면에 질문을 던지고 다시 보고 분석하며 모니터링 시트지 질문에 답을 하나하나 남기는 작업은 참여한 모두에게 뜻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니터링 분석 결과는 결과발표회 행사를 통해 발표했어요. 발표회의 후기와 자료집은 🔗민우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 결과발표회

모니터링 결과발표회

더 보고싶은 것, 보고싶지 않은 것

프로젝트의 다음 스텝은, 조금 더 주제의식을 확장하는 것! 폭력과 중고령인물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미디어를 모니터링한 사람들을 모아 미디어 다양성 토크쇼를 열었어요. 미디어 속 이주여성, 퀴어, 비서울지역(민), ‘고아(자립준비청/소년)’ 재현에 대해 할 말 많은 패널들, 그리고 기꺼이 공감하며 함께 ‘미디어 속에서 더 보고싶은 것과 보고싶지 않은 것’을 이야기 나누고자하는 시민들이 모여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와글와글 신나는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오락거리로만 소비되는 납작하고 단선적인 폭력장면들,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뻔하고 반복되는 캐릭터 설정, 로맨스의 탈을 쓴 폭력들, 범죄자 캐릭터에 정신질환 병력을 덧씌우는 설정, ‘모성’으로만 재현되는 여성, 여성을 악세사리처럼 앉혀놓고 남자들이 술 마시는 장면 등을 ‘보고싶지 않은 장면’으로 꼽았고요.

서사가 있는 입체적인 여성의 이야기, 휠체어 탄 주인공, 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사람들, 한부모가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자립준비청년이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로 그려지는 이야기들,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이야기 등을 ‘보고 싶은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이야기들을 스티커와 포스터로 만들었어요.

미디어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이야기

미디어에서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

미디어에 왜 이렇게 폭력 장면이 많이 등장할까? 폭력 장면이 등장한다고 무조건 나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을까? 폭력이 어떻게 그려질 때 훌륭한 재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선정적인 장면 없이도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고민이 너무 부족해 보이는 건 왜일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또 다른 고민과 질문으로 이어진 이번 프로젝트는,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지 않는 미디어, 폭력과 선정성을 경쟁력으로 삼지 않는 미디어, 다양한 소수자의 삶을 더욱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 나아가 성평등한 미디어 콘텐츠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바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도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미디어다양성 토크쇼 참여자 사진

미디어다양성 토크쇼 참여자 사진

글, 사진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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