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대체 뭘까. 자원이 많다고 금세 바뀌는 것도 아니고, 회의를 거듭해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은 자주 쓰고 있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늘 그보다 복잡하고 더디다. 결국은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감정이 오가며, 어떤 공식이나 메뉴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다양한 입장과 논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져 빠르게 결론을 내기보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비록 느리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이지 살펴보는 것, 요즘 나의 관심사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온 시간
아름다운재단에서 꽤 오랫동안 모금업무를 해왔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의 현장으로 보내는 일, 내가 오래도록 해온 일이다. “내 기부로 뭐가 바뀌었나요?” 기부자님의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결과보고서를 만들고, 현장을 기록하고, 수치와 사례를 나열하며 함께 만든 변화에 진심을 담아 전하려 애썼다. 기부자의 고개가 끄덕여질 때나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면 과업에 지친 몸과 마음도 단숨에 나아졌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변화는 정말 일어나고 있었을까? 문서 속 숫자와 이야기들 너머에서 나는 조금 더 본질적인 생각이 들었다. 기부자와 단체, 활동가, 지원자 등 현장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닮아 있었다. 어떤 당사자의 목소리에 기부자의 손길이 닿고 그 가능성을 본 기업이 다시 기부를 결정하면서 더 큰 기회들이 열렸다. 그 과정에서 한 활동가는 우리의 활동이 사회 전반의 의제로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고, 기부자는 자신이 보탠 마음이 누군가의 삶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또 다시 마음을 더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활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연결될 때 비로소 시작되는 변화. 우리가 말하던 ‘변화’는 재단이 잘해서 만들어낸 성과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서로의 보폭을 맞춰가며 만들어낸 결과였다.
함께여야 가능한 변화
오랜 시간 ‘기부’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관계들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문제 앞에서는 ‘누가 잘하느냐’보다 ‘누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다. 문제를 보는 시선도, 가진 자원도 다르기 때문에 혼자서는 어려운 일도 함께라면 가능해진다. 시민은 일상을 증언하고, 단체는 제도 밖에서 실마리를 제공하고, 기업은 기술과 자원을, 정책은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오히려 번거롭고 자칫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함께 가려는 이유는, 그래야만 진짜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배는 애초에 여러 방향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항로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이것이 아름다운재단에서 새로운 다자간 협력사업을 만들게 된 이유다.
BEAUTIFUL CONNECT, 함께 만드는 사회문제 해결의 구조
올해 아름다운재단은 <다자간협력사업-BEAUTIFUL CONNECT> 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다. 이 사업은 다양한 주체들이 느슨하지만 지속가능한 연결 속에서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함께 해석하고, 함께 다음을 고민하는 과정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런 말들이 추상적인 단어로 남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관계와 프로세스로 구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다자간협력사업 BEAUTIFUL CONNECT>는 사회문제 해결을 선언하기보단, 이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는 일에 더 가깝다. 말뿐인 협업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협력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주체들이 현장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모이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서로의 관점과 자원을 나누며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지역의 다양한 아젠다를 바탕으로 복수의 프로젝트가 병렬적으로 실행되고, 그 과정과 결과가 축적되며 더 큰 연결과 해법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을 함께 이끌어갈 핵심 파트너로, 지속가능한 마을자치를 지원하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조직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함께한다. 경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지역 내 유망 의제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MYSC는 선정된 실행팀의 역량 강화와 임팩트 설계를 돕는 조력자로서, 문제 해결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략을 함께 개발한다. 이 외에도 민간과 공공, 현장 단체와 중간지원조직, 영리와 학계 등 사회문제 해결의 솔루션을 가진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지향한다.
단일 주체의 성과가 아닌 ‘여럿이 함께 만든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서로 다른 주체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시너지를 설계하는 중개자의 역할을 맡는다. 그렇게 연결된 힘이 쌓여,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지속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자간협력사업_뷰티풀 커넥트 핵심 구조
BEAUTIFUL CONNECT는,
- 다양한 주체들이 사회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구조’를 실험합니다.
- 공공·민간·시민사회가 함께 문제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 단순 협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를 설계합니다.
- 지역에서 발굴된 의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확산합니다.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사회문제해결, 정작 그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누구와 풀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시작하는 이 일은 정답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모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 사업은 재단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묻는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과 연결을 유지하고 균형을 조정하는 역할, 이제껏 우리가 해왔던 일이고 낯선 역할도 아니지만 조금 더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여럿이 힘을 모아 진짜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모두를 위한 변화, 변화를 위한 연결’을 더 잘하기 위한 준비단계까지는 온 것 같다!

다자간협력사업 핵심파트너 회의
※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지 그 과정을 꾸준히 공유드릴게요. 이 여정 속에서 만들어질 다양한 장면과 변화의 이야기들,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