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직 경험에서 앞으로의 태도가 결정됩니다. 첫 회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을 배우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란 어떤 곳인지 인식의 프레임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_일의 감각(조수용)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이 문장을 본 순간, 나의 첫 조직에서 만났던 한 선배가 생각났다. 사회초년생 시절, 선배로부터 <OO의 배워서 남주기 프로젝트>라는 메일을 받았다. 국제개발 현장에서 2년간 활동하면서 “배움”에 대해 목마름이 컸던 선배는 우리가 하는 일을 주먹구구식이 아닌 조금 더 제대로 해보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배움과 생각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동료들과 나누기 위해 ‘배워서 남주기’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할 줄 아는 것보다 모르게 더 많았던 사회초년생에게 그 메일은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이다. 혼자만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배움을 흘려보내는 선배의 태도는 내가 어떤 동료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성장하는 아름다운재단의 ‘모두의학교’

작년부터 재단에서 사내교육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방향은 일 속에서 “함께” “성장”이었다.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성원과 조직이 업무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그것이 건강한 조직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 시행 중인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그런 순간마다 이전 조직에서 들었던 선배의 ‘배워서 남주기 프로젝트’ 메일이 종종 생각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아름다운재단에는 구성원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두 가지의 ‘학습조직조성제도’가 있다. 하나는 관심사를 함께 배우는 사내모임 프로그램 ‘비영리안의비영리(이하 비안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직무 경험과 역량 확장을 위한 사내강사 육성 프로그램 ‘모두의학교’이다. 2017년 시작 이후 비안비는 매년 7~8개의 모임이 운영되며 활발히 자리잡은 반면, 모두의학교는 지난 7년 동안 단 4번밖에 열리지 못했다.

모두의학교가 “함께” “성장”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우리 팀은 적극적으로 사내강사 발굴에 나서면서 운영에 힘써보기로 했다. 첫 번째 교육은 구성원들의 관심도가 높은 ‘글쓰기’를 주제로 강사를 섭외했다. 후후레터를 비롯해 아름다운재단의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박주희 매니저가 <닿기 위한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글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그동안 구성원들이 작성한 글 사례를 중심으로 조회수 등 콘텐츠의 다양한 성과 수치를 통해 글이 얼마나, 어디에, 누구에게 닿고 있었는지 알려주었다. 어떤 글은 반응이 좋고, 어떤 글은 반응이 좋지 않은지, 독자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글의 유형별 특징을 함께 알려주었다.

두 번째 모두의학교는 공익 캠페인 기획자 윤이나 매니저가 <이나의 아이디어 보석함>라는 주제로 기획에 필요한 자료와 레퍼런스를 찾고, 그것들을 실제 아이디어로 풀어내는 본인만의 훈련 방법과 캠페인팀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기획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세 번째 모두의학교는 아름다운재단 웹페이지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신아베 팀장이 <데이터가 3TB라도 사용해야 보배>라는 이름으로 웹데이터가 왜 필요한지와 함께 GA(구글애널리틱스)를 활용해 웹데이터를 보고, 그것을 토대로 웹페이지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구성원 모두가 꼭 사내강사에 도전해 해봤으면 좋겠어요!

세 번의 모두의학교는 주제는 달랐지만, 참여자들의 피드백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재단 사례로 진행되어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기회였던 것 같아요”
“실무자의 이야기,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참여자들이 단순히 지식 학습을 넘어, 동료를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모두의 학교는 다른 교육보다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지난 해 3번의 구성원들이 용기내 사내강사로 함께해주었지만, 동료들 앞에서 내 일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자발적으로 모두의학교 문을 두드리는 구성원은 드물다. 무대 울렁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두의학교 사내강사를 동료들에게 적극 권하는 이유는 그만큼 성장의 기회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3명의 사내강사들은 모두 “준비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과 태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교육 주제에 대한 업무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동료와 재단에 대한 이해도까지 높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매니저가 한 번쯤은 사내강사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진짜 성장은 내가 배운 것을 나누는 순간, 한 단계 더 깊어진다는 것을 모두가 경험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재단의 ‘일 포럼’을 꿈꾸며

지난 해 프로그램을 정비하면서 우리는 모두의학교의 지금과 다음, 그리고 꿈을 그려보았다. 사내강사가 한 명씩 늘어나고, 교육 콘텐츠가 쌓이다보면 언젠가 ‘아름다운재단 일포럼’이라는 무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꿈꿨다. ‘우아한형제들-이게 무슨일이야 컨퍼런스’ ‘토스 메이커스 컨퍼런스’처럼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일에 대한 관점, 경험을 온전히 나누는 무대말이다.

“아름다운재단 일 잘하지”,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에 진심이지”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자주 들려오고, 우리 일에 대한 관점과 경험이 궁금한 이들 앞에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강연자로 서는 ‘아름다운재단 일포럼’의 장면을 상상해본다.

아름다운재단은 대단한 기술이나, 엄청난 자원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재단이 가진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 바로 우리 ‘구성원’이다. 구성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성장을 만들어가는지 보여주는 것이 재단의 조직문화가 되고, 그 문화가 확산된다면 재단의 성장은 물론 비영리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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