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의 안전한 방과 후를 책임지는 지역사회의 핵심 돌봄 공간입니다. 하지만 많은 센터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필요성과 어려움 모두에 공감한 아름다운재단과 JB우리캐피탈은 2024년부터 ‘희망선생님’ 지원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졸업한 청년이 ‘희망선생님’ 다시 돌아와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사업으로, 청년에게는 일 경험을, 센터 아동들에게는 가까운 선배이자 따뜻한 멘토를 만날 수 있게 해줍니다.

오늘은 열린송죽지역아동센터의 채현지 희망선생님과 강혜자 센터장님을 만나, 현장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변화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돌봄을 받던 아이, 돌보는 선생님이 되다

채현지 선생님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희망선생님’ 제안을 받고 현장에 들어왔습니다. 어린 시절 열린송죽지역아동센터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 방과 후면 늘 센터에서 지냈어요. 그때 강혜자 센터장님을 비롯한 선생님들,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참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죠. 그 시절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어요.” – 채현지 희망선생님

채현지 희망선생님

오랜 기간 센터를 이끌어온 강혜자 센터장님은 채현지 선생님의 참여가 지역아동센터의 인력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열린송죽지역아동센터에는 초중등생 30여 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지는 아이들의 돌봄은 규칙·관계·학습으로 이어지는 ‘일상 관리’가 핵심인데 세심히 돌보기에는 일손이 모자랐죠. 채현지 희망선생님은 그 빈틈을 완벽하게 메웠어요.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업무 이해도도 빨라 금세 아이들 곁으로 다가서더라고요.”  -강혜자 센터장님

채현지 희망선생님은 영어와 수학 등의 학습지도와 정서 지원을 함께 담당합니다. 낯선 선생님의 등장에 어색해하던 아이들에게, 그녀는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기를 선택했습니다.

“등원한 지 얼마 안 된 4학년 여학생이 있는데 적응하지 못했어요. 옆자리에 매일 앉기, 수업이 끝난 후 대화시간 갖기 등 꾸준히 노력했더니 요즘은 친구들과 이야기도 잘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도 해요. 어떤 친구는 제가 피곤해 보이면 아껴놓은 간식을 나눠줘요. ‘이거 선생님만 주는 거예요.’ 하고요. 마음이 열렸다는 신호죠.” – 채현지 희망선생님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선배 같은 희망선생님

채현지 선생님은 스스로를 ‘엄할 때는 엄하고, 놀아줄 때는 즐겁게 놀아주는 강단 있는 선생님’이라 소개했습니다. 빈틈을 보이면 생활규칙이 쉽게 무너지는 아이들의 특성상, 원칙을 어기면 단호하고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다만 혼낸 뒤에는 반드시 충분히 대화해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줍니다.

“아이의 학년·기질·강점을 빠르게 파악해 각기 맞는 방법으로 접근하려 노력해요. 어떤 아이는 ‘그림’, 어떤 아이는 ‘몸으로 보여주기’, 또 어떤 아이는 ‘천천히 말로 풀기’로 다가서죠.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다음 주. 꾸준히 시도하니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서서히 따라주더라고요.” – 채현지 희망선생님

강혜자 센터장님은 ‘희망선생님이 오고부터 아이들의 일상이 한층 밝아졌고 달라졌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정서·행동에 어려움이 있는 저학년 아동 사례였습니다. 언어가 서툴고 충동적으로 행동해 책상과 신발장을 엎을 정도였습니다. 채현지 선생님은 해당 아동을 밀착 캐어 했습니다. 때로는 단호하게 멈추게 하고, 때로는 충분히 달래며 울음 간격과 폭력성이 점차 줄어드는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엄마에게 긴급 연락을 해야 하는 빈도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젊은 인력이 주는 에너지와 생기, 아이들과 적은 세대차이가 희망선생님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기존 교사가 하면 잔소리로 듣던 말도 채현지 희망선생님이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네’ 하고 대답하고 귀를 기울여요. 놀라울 만큼 반응이 달라요.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선배’로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 강혜자 센터장님

한 사람의 희망이, 또 다른 희망을 키울 때

희망선생님 사업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닙니다. 청년에게는 경제적 자립의 발판이자, 누군가의 일상의 바꾸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줍니다. 사회적 의미와 실질적 보상이 함께하는 ‘가치 있는 노동’인 것입니다.

“희망선생님 시급은 일반 아르바이트의 약 두 배 수준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매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서 얻는 보람과 기쁨이에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제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 채현지 희망선생님

열린송죽지역아동센터의 사례는 ‘희망선생님’ 사업이 단순한 인력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센터장님은 이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말합니다.

열린송죽지역아동센터 강혜자 센터장님

”희망선생님은 ‘센터의 졸업생이 다시 센터의 선생님으로 돌아온다’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그 자체가 ‘희망’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청년에게는 첫 사회경험이자 전문성 확장의 기회가 되죠. 바람이 있다면, 희망선생님들이 더 오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게 활동 기간이 길어졌으면 좋겠어요.” – 강혜자 센터장님

채현지 선생님은 응급구조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실습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 가정, 응급상황 등 감정적으로 버거운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아동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다가가는 기술의 필요성’을 느껴 온 그녀는 희망선생님을 통해 그 답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응급구조사는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일을 넘어,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며 ‘어떻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뢰를 얻는가’를 몸으로 배웠어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는 일, 그게 모든 시작이더라고요.” – 채현지 희망선생님

희망선생님 지원사업은 지역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청년과 아동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센터의 아동들은 또래에 가까운 선생님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센터장님은 “희망선생님은 우리 센터에 비타민 같은 존재다. 덕분에 활력과 생기가 넘친다”며 “이 사업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어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JB우리캐피탈은 앞으로도 청년과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입니다. 한 사람의 희망이 또 다른 희망을 키워내는 이 선순환이,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길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글|김유진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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