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 중단되면 사업도 끝나는 걸까요?

아름다운재단 입사 전, 재단 파트너 단체에서 동절기 홀로사는 어르신들께 따뜻한 국을 배달하는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한창 사업을 기획하던 시기에 저와 소통하던 재단 담당자는 ‘지원이 중단되어도 사업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당시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지원금이 끊기는데 어떻게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부지원을 확대시키거나, 다른 지원처를 찾으라는 뜻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재단 홈페이지에서 매니저가 작성한 글을 읽고 사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집수리 자원봉사 사업은 몇 채의 집을 얼마나 깨끗하게 수리하는가 만을 볼 수 없는 사업입니다. 왜냐하면, 집수리 자원봉사를 나온 사람들이 그 기회를 통해 가까운 이웃에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리를 하면서 음료수로 얻어 마시면서 서로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관계를 맺게 되면, 가끔 문을 두드려 소식도 물어보고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서로를 보살필 수 있게 됩니다. 이웃의 관계가 회복되고 나면, 노인들은 마을의 어른으로서 대접도 받고 또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베풀 수 있는 상호교류를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젊은이들도 어려울 때 지혜도 구할 수 있고, 급할 때 택배라도 부탁할 수 있는 이웃이 생기니 얼마나 좋습니까?” –  <아름다운재단 싹 매거진 中> 

2013년,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께 국을 배달해드린 현장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이후 국배달 사업은 단순 ‘국’ 만 지원하는 사업에서 국을 나르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사람’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업으로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지원 규모나 효율성만 따지는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아름다운재단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아름다운재단의 실무자가 되었고 지원사업을 기획할때 ‘아름다운재단다운 방식’을 고민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는 선배들의 말씀을 머리에 새기고 사업의 참여자들이 정서적 지지를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어떻게 끝나더라도 사람을 남기는 사업

아름다운재단은 양육자, 보호자의 부재 등으로 그룹홈,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고등학생에게 문화활동비를 지원하는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며 이들이 청소년기에 ‘문화나 여가활동을 누리기 어렵고 자립을 위해 취업을 우선시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어른이 되어준 길잡이들

그래서 진로탐색 프로그램 및 참여자들의 관심사에 맞춘 팀별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청소년들끼리 팀을 구성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구성했는데요, 이 때 재단과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자립준비청년 대학생이 길잡이(멘토)로 함께 했습니다. 길잡이들은 자립을 앞둔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자립 정보뿐만아니라 사소한 일상을 나누며 관계를 이어가는데요, 사업의 지원기간은 1년이지만,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여자들은 길잡이, 활동을 함께한 또래 친구들, 현장단체와 관계를 이어가며 자립을 준비합니다.

지원사업이 3년차가 되면서 길잡이들을 통해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쉼표 사업에 참여했던 고등학생이 얼마전 대학생이 되었고,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을 신청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길잡이’로부터 받았던 지지와 지원사업 안에서 느꼈던 정서적 안정감을 후배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모인 결과가 아닐까요?

비단 자립준비청년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장단체와 참여자들의 진정성 덕분에 재단의 사업은 어떻게 끝나더라도 사람을 남기는 사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부터 청소년 시기에 임신, 출산, 양육을 경험한 부모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자립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청소년부모 주거 지원사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청소년부모 선배들이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또다른 청소년부모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청소년부모들의 지지망을 잇는 연결고리의 첫 단추 ‘청소년부모 네트워크 워크샵’

그래서 올해 추석에는 청소년부모 10여 가정과 함께 2박3일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또래 부모들끼리 만나니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며 자연스레 관계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이후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청소년부모들을 향한 지지로 이어지게 될 것 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끝나지 않는 지원을 합니다.

재단은 일정 기간의 물질적 지원 뿐만 아니라, ‘지원이 끝나도 관계가 남는 일’을 지원합니다. 이 관계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을 알기에 사람을 남기고, 관계를 이어가며, 함께 성장하는 사업을 아름다운재단답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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