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는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참여 마을공동체 
‘여주 노루목향기’ 이혜옥 활동가 

“노루목 향기 이름 이쁘죠?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지명 이름이 노루목길입니다. 2018년도에 마을 주민들과 작은음악회를 열었는데, 그 주제가 ‘노루목 향기에 물들다’ 였어요. 그때 그 이름이 좋아서 우리 집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단풍길을 지나 감나무 아래 차를 세우자, ‘여주시 우리동네 학습공간’이라고 적힌 대문이 보였다. 그 앞에는 노루목향기의 세 대표가 서 있었다. 여주 노루목향기는 70대 동갑내기 세 할머니가 90명 규모의 여주 주록리 마을에서 ‘소외된 이웃 돌보기’를 실천하는 공동체다. 외부에서는 ‘노노케어’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거침 없는 실행력과 마을에 가지고 있는 애정만큼이나 오랜 시간 정성으로 가꾸어진 집을 보니, ‘아 이곳에 왜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지 알겠다.’라고 생각했다. 단번에 모여서, 함께 나누어 먹고, 어제 있었던 일상을 나누고 싶은 공간이었다.

여주 노루목향기 이혜옥 활동가

“집을 크게 지었던 이유는 약간 무식했어. 평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서울에서 아파트 살 때가 한 45평쯤 됐는데, 여기도 그 정도겠지 싶었던 거죠.”

집 안에는 많은 이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 넉넉한 방, 큼지막한 거실, 자주 공연도 할 수 있을 법한 잔디 정원이 눈에 띄었다. 이상적인 ‘노인생활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2009년 주록리로 이주한 심재식, 이혜옥 대표와 2005년 여주로 이사온 이경옥 대표는 풍물패 인연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마을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처음 눈여겨본 것은 ‘교통’ 문제였다. 배우고 싶어도 늘 대중교통이 부족해 주민들이 작은 생활권 안에 머물러야 했던 것이다.

‘복지관에 가지 않아도, 집이나 이웃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 끝에 세 사람은 ‘우리가 직접 마을 활동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명절에는 함께 떡을 만들고, 수를 놓고, 코로나 시기에는 집 마당을 주민에게 개방했다. 정원에서 장구 공연을 하고, 여러 마을 행사와 축제를 이곳에서 열었다. 한글교육, 소풍 등 마을 안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도 이어갔다. 외부 강사가 필요하면 지자체 마을 사업에 신청해 자금을 확보했다.

“공간 조성 사업으로 강당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더 편하게 모일 수 있게 됐어요. 그 공간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더라고요. 망년회도 우리 집에서 하고, 집이 넓으니 거의 집을 오픈하다시피 해서 동네분들이 스스럼 없이 드나들며 모임활동을 자연스럽게 지속해오고 있죠.”

(왼쪽부터) 이혜옥 활동가, 심재식 활동가, 이경옥 활동가

달달한 빵에 담긴 이웃의 안부, 고립된 삶을 녹이는 ‘구실’

집을 둘러보다 보니 ‘달달한 동행’ 플랜카드, TV 뒤의 ‘함께 동행’ 포스터, 수학여행 사진에 적힌 ‘동행’ 문구까지, 노루목향기의 공간에는 유독 ‘동행’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동행은 말 그대로 같이 가는 거잖아요. 같이 간다는 게 뭐냐면 이웃이란 말이지. 이웃 사람들하고 우리가 같이 지낸다 해서 동행이에요. 그래서 작년에는 ‘우리가 한번 같이 해보자’ 해서 ‘함께 동행’했고, 올해는 빵을 매개로, 빵이 달달하잖아요? 그래서 ‘달달한 동행’으로. 계속 동행 관련되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 노루목향기가 주목하는 활동은 이른바 ‘달달한 동행’이다. 마을 부녀회와 함께 주록리 사무소 뒤 작은 컨테이너에서 건강한 빵을 굽고, 이 빵을 매개로 마을의 16가구를 찾아간다. 이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고립된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소중한 ‘구실’이 된다.

“빵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구실이죠. 그냥 맨손으로 그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빵이 있으니까 대문을 열기 쉬워요. 다른 지원품과 달리 빵은 소비도 쉽고 간단하게 식사 대용도 되고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희미하게 TV 소리가 새어나오는 집 앞 작은 상자에 빵을 넣어두면, 다음날에는 비닐봉지만 남아 있다. 위로가 잘 전달됐다는 신호였다. 여주 노루목향기의 세 대표, 세 명의 동갑내기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마을을 돌보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돌봄과 이웃이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나도 노인이잖아요. 우리 동네 분들도 노인이지만, 나도 노인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그분들을 돌본다기보다, 서로 돌보고 있다고 느껴요. 아침엔 안부를 묻고, 지나갈 때는 무슨 일 없냐고 말해주는 것, 그게 돌봄이에요.”

그리고 시골에는 대문이 없어요. 처음 집 지을 때 대문을 만들었더니 다들 왜 만드냐고 하더라고요. 다들 대문 없이 살다 보니까 이웃끼리 들락거리기 쉽고 관계를 맺기 좋은 구조예요.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이웃이 가족 같죠. 가족이 있지만서도 멀리 있는 가족보다 옆집 이웃이 더 가까운 가족이에요.”

주 1회 마을의 12가구를 돌며, 빵을 나누던 ‘달달한 동행’은 잠시 쉬는 중이다. 지원사업으로 강사비와 재료비를 제공받았던 프로젝트가 10월부로 지원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대표님들은 ‘호두과자 기계’와 ‘뻥튀기 기계’를 구매했다. 이웃 돌봄을 멈추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금 마련을 위함이었다. 이들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빵을 매개로 소외된 이웃을 ‘구출’할 수 있을지, 대문이 없는 이곳 주록리에서 더 전문적으로 서로를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많은 빵을 팔아서, 마을의 소외된 이웃을 구할 수 있을까’. 여주 노루목향기와 다양한 파트너들이 만들어갈 다자간 협력을 기대해본다.

취재 및 글 | MYSC 김민선 연구원
사진 | 도비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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