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문제, 혼자 풀 수 없다면? AI 기술 전문가부터 사회적기업가까지 모였다

모금사업국 김수진 국장

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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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2025년 12월 9일, 서울 중구 초현실회관에 40여 명이 모였다. 마을공동체 활동가, AI 기술 전문가, 스타트업 대표, 건축학 교수, 제약회사 담당자, 사회적기업가,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다자간협력’을 위해서다.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네트워크, 아이디어 등 자원을 꺼내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동반자로 모였다.

“정치경제학자 빈센트 오스트롬이 말하길 진정한 협력이란 일사불란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체들이 부딪히고 조정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시끄러운 과정입니다.” –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의 환영사는 이 자리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냈다. ‘라운드 테이블’은 마을공동체가 처음으로 다자간협력 파트너를 만나는 ‘시끄러운 과정’의 첫 시도이었다.

답이 아닌 파트너를 찾아온 세 마을

마을공동체 세 곳은 저마다의 역사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들은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할 파트너를 만나러 이 자리에 왔다.

  • 안산 퍼즐협동조합: 지역의 소상공인·어르신·대학·공공을 연결해 일상에서 지속 가능한 생활 속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
  •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공유공간을 체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주민 접근성 향상 및 지역 커뮤니티 생태계 확장
  • 여주 노루목향기: 어르신의 제빵·나눔 활동을 기반으로 마을 안에서 돌봄이 순환되는 노노케어(老老Care) 모델 구축
‘뷰티풀 커넥트’ 라운드테이블 행사 포스터

“점점이 흩어진 공간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 몇 년째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끼리는 잘 해결되지 않아서 손 들고 찾아왔습니다.” –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김맑음 이사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다양한 공유 공간을 관리하고 있지만, 점점이 흩어져 있어 활용이 쉽지 않다. 공간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마을 주민들을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은 마을 곳곳에 있는 상가를 돌봄 거점으로 활용하는 ‘심심해 일동 다정 곳간’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다. 여주 ‘노루목향기’는 ‘어떻게 하면 빵을 팔아 소외된 이웃을 계속 돌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자원과 경험을 꺼내 맞춰가는 협력의 퍼즐

“오늘은 완벽한 해답을 찾는 자리가 아닙니다. 당장 무엇을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도 아니에요. 서로가 가진 자원을 알아가고, 어떻게 조합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시간입니다.” – MYSC 정지연 컨설턴트

정지연 컨설턴트(MYSC)가 안내한 이펙츄에이션(Effectuation) 방법론에 따라, 참가자들은 두 장의 워크시트를 작성하며 낮은 단계의 협력을 시작했다. 첫 번째 워크시트에서는 각자가 가진 핵심 자원을 목록화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 워크시트에서는 그 대화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했다. 참가자들은 마을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의 자원을 적고, 대화 중 떠오른 아이디어나 관련 외부 자원도 함께 기록했다. 처음엔 망설이던 손들이 점점 빨라졌다. 이현선 센터장(안산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은 자신의 자원으로 ‘넘치는 호기심’을 적어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한 이야기와 웃음 속에서 각자의 자원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연결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주 노루목향기 이혜옥 활동가
여주 ‘노루목향기’ 이혜옥 활동가 발표

그간의 시행착오가 자원이 되기도 했다.

여주 ‘노루목향기’는 여주 특산물인 쌀로 빵을 만들자는 제안에 “오븐이 작아서 발효만 3시간이 넘고, 쌀 반죽은 하루 지나면 딱딱해진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에 장지은 대표(인조이키친)도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저도 쌀로 만들어봤는데, 쌀은 빵보다 쿠키로 만들면 사블레처럼 부드럽고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반응이 좋았어요.” 막연히 빵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여주 특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제과’라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의 해답은 아닐지라도, 함께 고민할 방향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아이디어와 질문이 활발하게 오가며 테이블의 공기가 달라졌다.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라운드테이블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라운드테이블

각자가 가진 자원이 모여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찾기도 했다. 안산 ‘퍼즐협동조합’이 상인과 어르신을 잇는 돌봄 네트워크를 고민하자, 서미경 대리(한국 에자이)가 아이디어를 보탰다. “지역 약사회와 협력해 버려지는 약통을 수거하고 스티커 제거하는 어르신 일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예은 리드(르몽)는 어르신들이 병원에 갈 때 필요한 택시를 AI 기술로 호출하는 시스템을 떠올렸다. 정동호 대표(시니어퓨처)는 노인과 청년을 연결하는 건강사랑방을 제시했다. 제각각이던 자원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 퍼즐 조각 맞추듯 조합되며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증서 전달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테이블에서는 마을이 이미 가진 자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이준형 대표(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는 후암동을 하나의 집처럼 브랜딩한 경험을 나눴다. 이 경험은 이정희 교수(가천대 건축학과)가 강조한 디자인의 역할과도 맞닿았다. 이 교수는 디자인을 통해 통일된 메시지를 주어 분산된 공간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흩어진 공유 공간이라는 한계가 잠재력으로 탈바꿈했다. 이 전환을 시작으로 공유 공간의 브랜딩, 시범 프로그램 운영과 인프라 개선 등 느슨하지만 실현 가능한 협력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발견

라운드테이블을 마무리하며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익숙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나름 잘한다고 으쓱거렸는데, 동네 하나만 보고 살았더라고요. 오늘 고민하던 문제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니 여러 갈래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이진경 이사장

“마을 안에서 늘 생각하던 내용들이었는데, 파트너들의 입으로 들으니 더 명확하고 뾰족하게 와닿았습니다. 돌아가서 고민을 구체화한 뒤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김맑음 이사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오늘 파트너분들 이야기를 들으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주 노루목향기 이혜옥 대표

참여한 파트너들도 부담 없이 자원을 꺼내고 서로에게 배우는 방식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이 마을에 노크하면 처음엔 경계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좋았어요. 자원과 역량을 부담 없이 꺼내 볼 수 있는 방식이라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 한국에자이 서미경 대리

“세 분이 지역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알면 시작도 못 했을 텐데 모르고 시작하셨잖아요. 그 용기로 여기까지 오셨고요. 존경심이 생겼어요.” – 인조이키친 전지은 대표

“학교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을공동체와 연계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참여자의 입장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 가천대 건축학과 이정희 교수

뷰티풀 커넥트 라운드테이블 참석자 단체사진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각자가 가진 자원을 꺼내놓고 조합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자의 자원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해결의 경우의 수는 무한히 확장된다. 조합할 때마다 새로운 방법이 탄생하기에 자원을 꺼내놓는 일 자체가 잠재력을 기반으로 한 협력의 시작이다. 역할이 정해진 전문가가 답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원을 가진 파트너들이 대등하게 만나 함께 방향을 찾아갔다. 처음 만난 이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관계 맺으며 낮은 단계의 협력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자원이 가진 연결의 잠재력 덕분이었다. 다자간협력의 과정이 늘 순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경계를 넘어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자원을 기반으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이번 시도는 실질적인 협력을 향한 첫걸음이 되었다.

 우민정
사진 도비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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