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개의 공익단체가 엮은 변화의 이야기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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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사회문제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단체들과 함께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청년문화공간 JU에서는 결과공유회 ‘우리가 엮은 변화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현장에서 만든 변화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다시 힘을 북돋는 자리를 만들었다.

변화의 토대를 닦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시화하며, 지역에서 전환을 실험해 온 단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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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한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청년문화공간 JU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공익단체 활동가들의 온기로 가득 찼다. 2025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결과공유회 ‘우리가 엮은 변화의 이야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테이블마다 놓인 1년 전 계획서는 현장의 고군분투를 거쳐 생생한 변화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행사의 문을 연 고용우 매니저는 과정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실타래처럼 엉킨 사회문제를 풀고 다시 엮어낸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오늘은 평가가 아닌 현장에서 애쓴 시간을 서로 응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20개 참여 단체의 신청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토대, 지역, 당사자, 가시화였다. 지난 1년은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엉킨 실타래를 풀고, 문제를 가시화하며, 새로운 변화의 토대를 닦아나가는 시간이었다.

노동자의 목소리로 변화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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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표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체류권 문제를 다뤄온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강다영 활동가가 맡았다. 2025년 취업 비자 신설이라는 진전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조건 탓에 신청조차 못 하는 청소년들이 존재했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은 인터뷰를 통해 체류 자격에 가로막힌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절망감과 고통을 전했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가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동인권의 가치를 알려온 웅상노동인권연대 이보은 활동가는 ‘쫄지 말고 손 내밀자’는 각오로 소상공인과 사회복지 시설 운영진을 만났다. 그들의 고충을 듣고, 노동권 교육을 하며 변화를 일궈냈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교육을 계기로 연대하며 활력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생생히 전했다.

마당극으로 전국을 누빈 팀도 있다.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 정소희 활동가는 이주노동자가 출연하는 마당극을 하며 대사 전달 등 고비를 겪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이주민들로부터 ‘내 이야기 같다’는 호응이 터져 나왔고, ‘잘 몰랐던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게 돼 슬프고도 재밌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며 활동의 의미를 확인했다.

강릉노동인권센터는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대신 발표 자료를 보내왔다. ‘커피도시 강릉’ 이면에 가려진 카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노동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지역에서 만들어낸 전환의 실험들

녹색전환연구소는 30년간 석탄발전소가 핵심 산업이었던 보령에서 ‘탈탄소 난방’ 시나리오 연구를 진행했다. 황정화 활동가는 ‘마을이 정말 안전하게 바뀔 수 있느냐’라는 주민들의 질문에 뭉클함을 느꼈다며, 이러한 주민의 요구와 연구 데이터가 지자체를 움직여 시범 사업이라는 변화를 끌어냈다고 전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김재섭 활동가는 지자체와 시민사회 모두 신뢰도가 낮게 나와 활동가로서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체 소속감이 높고 주민참여제도에 참여해 본 시민일수록 지방자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확인하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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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회 일소공도는 읍면자치권 확보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읍면자치공동행동’을 결성했다. 집중학습에 예상의 두 배가 넘는 7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하며 현장의 뜨거운 요구를 확인했고,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농촌의 자치 역량을 다졌다. 강윤정 활동가는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이 이어지는 중요한 정치 국면에서 농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함께하는연극 전태일 임은혜 활동가는 ‘응원봉 든 청년 보기 힘든 시골에서 연극으로 사고 한번 쳐보자’라는 각오로 청송 지역 어린이들과 전태일 공연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다. 주민들 사이에서 연극 학교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올 만큼 마을에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기록하고 대항하며 차별의 벽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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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림동에서 중국혐오 시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혐오 세력은 30여 명이었는데, 이보다 많은 200여 명의 사람이 연대의 목소리를 내러 모였어요. 그날의 교훈은 분명했습니다. ‘연대가 혐오를 이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혐오에 노출된 국내 거주 중국인이 경험하는 실질적 위협을 확인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단 하루 만에 430명의 응답을 끌어냈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위협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35명의 변호사가 뜻을 모아 ‘시민과 활동가를 위한 전장연 집회 시위 안내서’와 법률매뉴얼을 발간했다. 최현정 활동가는 전장연 소송에도 긴밀히 대응하여 경찰의 위법한 체포에 대한 국가 배상 확정판결을 끌어냈다고 전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양은석 활동가는 발표 장소인 이 공간 또한 대관을 거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짚으며 발표를 시작했다. “기록하고 대항해야 바뀐다”라는 마음으로 지자체의 차별 행정을 낱낱이 파헤친 ‘우리가 만든 변화의 지도’를 펴냈다. 다른 단체에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도록 차별 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해 결과물을 완성했다.

국립공원지키는시민의모임 이이자희 활동가는 산양 천 마리를 죽음으로 몬 3,000km의 철조망을 허무는 여정을 전했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명분으로 설치된 철조망은 생태계를 끊어놓았으나, 끈질긴 현장 조사로 설악산 136km 구간의 철거 계획을 끌어냈다. 현장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의 철거 울타리 재활용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시킨 것은 물론 2년 만에 야생 새끼 산양을 발견하는 기적 같은 순간도 마주했다.

재난부터 일상까지, 서로의 존엄을 지키는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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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반빈곤센터는 2016년 한 이주 노숙인의 장례를 공동체장으로 치른 것을 계기로 공영장례 조례 제정 운동을 펼쳐왔다. 조례 제정 이후에도 실질적인 운영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조문단을 양성해 왔고, 올해는 단원들이 직접 시놉시스를 쓰고 출연한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최고은 활동가는 올해의 활동을 ‘우리는 사회적 가족이 되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인권교육센터 들은 재난 피해자 곁을 지키며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재난 구호를 ‘물품 전달’이 아닌 ‘존엄의 회복’으로 재정의한 지침서 ‘재난일수록 더, 존엄하게’와 울진 산불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서로를 살려낸 공동체를 기록한 ‘폐허 속에서 기어이’다. 고은채 활동가는 ‘재난일수록 더 존엄하게, 서로를 엮고 엮이며 나아가자’고 전했다.

함께서봄은 HIV 감염인들의 동료 돌봄 4년 차를 맞아, 돌봄의 토대를 넓히는 활동을 펼쳤다. 2026년 전국적인 통합 돌봄 시행을 앞두고, 감염인들이 질병 때문에 거부당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통합 돌봄: HIV 감염인 돌봄을 위한 안내서’로 펴냈다. 복지 담당자, 활동가와의 간담회를 통해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차별 없는 돌봄 체계를 함께 만드는 토대를 닦았다.

똑똑한 데이터로 지구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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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신 분들 있나요? 상괭이도 고래입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매달 바다로 나섰다. 해상풍력 단지 개발로 위기에 처한 추자도 상괭이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존재를 부정당하던 상괭이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바다를 격자로 항해하며 데이터로 입증해 냈다. 신주희 활동가는 내년에도 상괭이와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노력해 바다의 생명을 지켜나가겠다고 전했다.

난개발의 면죄부로 전락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맞서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직접 농촌의 생태를 기록하기 위해 나섰다. 김미선 활동가는 “시민들이 하는 민간 조사가 전문 기관과 같은 효과를 낼까”하는 두려움도 컸지만, 현장을 누빈 끝에 사라질 뻔한 법정 보호종들의 존재를 찾아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역시 난개발의 속도가 유독 빠른 제주에서 습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비바람을 견디며 조사 보고서를 만든 끝에, 마침내 물찻오름 습지가 제주도 지방습지보호지역 1호로 지정되는 결실을 보았다.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환경불평등 현장의 시민들이 지도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매핑 교육을 이어왔다. “우리의 교육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며 막막하던 찰나, 지역 대중교통 문제를 지도로 풀어냈던 참여자로부터 “올해 환승 시스템이 도입된다”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으며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시 현장으로, 연대의 확성기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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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막바지에는 포인터와 확성기 등 활동가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로 채워진 럭키드로우(행운의 추첨)가 진행되며 현장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당첨된 활동가가 의자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자 환호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어진 소감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국립공원지키는시민의모임 이이자희 활동가는 “패배의 순간이 많아 힘들었는데, 오늘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변화의 이야기들을 공유받아 큰 힘이 됐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심수은 활동가는 “오리엔테이션 때 만난 활동가와 2년째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변화의시나리오를 통해 만난 인연들이 오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 정소희 활동가는 “대림동에서 아이들과 퍼레이드를 할 때 이 확성기를 들고 혐오보다는 연대를 외치겠다”라는 다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한파 속에서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다시 활동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세 시간을 이어진 공유회는 2026년 지원사업 안내를 끝으로 각자의 현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어갈 것을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우민정 작가
사진 임다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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