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공익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5년에는 20개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여 단체들이 직접 전하는 활동 이야기를 통해 작은 시도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변화의 시작: ‘국내성장인력(E-7-Y)’ 체류자격 신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국내성장인력(E-7-Y)의 신설로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들의 취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취업을 하려면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 하거나, 매우 제한된 직종(특정활동 (E-7))에만 종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인권과 노동권을 옹호해 온 본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의 노력과 여러 이주인권단체의 활동으로 국내성장인력(E-7-Y) 체류자격이 신설되었습니다. 이제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직종 제한 없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우왕좌왕 사업
국내성장인력이라는 체류자격 신설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지만, 이로 인해 사업의 전체 방향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 체류자격의 신설로 그동안 노동권이 제한된 이주배경 청소년의 많은 수가 이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그동안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노동할 권리를 제한하는 큰 장벽 두 개(대학 입학, 직종 제한)가 이제 사라지다 보니 이러한 장벽에 막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는 연구 방향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연구 방향의 수정은 당연히 연구 대상의 변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연구 방향을 국내성장인력 체류자격에서 제외되는 사례들, 예를 들면 만 25세 이상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 미등록 신분의 이주배경 청소년, 작가와 같이 프리랜서 직업을 꿈꾸는 이주배경 대학생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성장인력 체류자격의 사각지대를 들어내고, 이 제도의 폭을 넓히기 위한 공론을 모으고자 했습니다. 결국 이런 사정으로 인해 사업이 전체적으로 늦춰지며 계획했던 토론회를 진행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사업을 적절히 수습하며 갈무리할 수 있었다는 데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희망을 현실로 만든 A군의 이야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사업의 큰 성과도 있었습니다. 본 단체의 조력을 받던 필리핀 국적의 A군이 국내성장인력으로 취업에 성공한 것입니다. A군은 대학 졸업 후에 까다로운 취업 조건으로 1년 넘게 구직 활동을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제도를 통해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A군의 성공 사례는 다른 이주배경 청소년들에게 큰 영감이 되었고, 우리는 A 군의 취업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과 관련 담당자들 20여 명이 넘게 참여할 정도로 간담회 관심은 뜨거웠고, 이 자리에서 취업 노하우뿐 아니라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취업에 관한 많은 논의들이 활발이 오갔습니다. 일종의 이주배경 청소년 취업에 관한 공론장이 이 간담회를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게임으로 배우는 체류 장벽: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체류 제도의 장벽을 보다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온라인 방탈출 형식의 인터렉티브 콘텐츠 <시크릿 도어2: 이주배경 후기청소년과 함께 여는 미래>를 제작했습니다. 제도 설명이나 강의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현실을 ‘체험’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과거로 회귀하고 제한시간 안에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서사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인’이라고 믿어왔지만, 체류 자격과 국적을 둘러싼 제도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좌절하는 순간들을 외면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다시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고양이 탐정 ‘꼬네’와 함께 미지의 문을 열기 위해, ‘기억의 조각’ 카드에 담긴 단서를 풀고 미션을 수행하며 친구들의 미래를 바꾸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콘텐츠의 핵심은 ‘왜 안 되는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왜 막히는지 직접 겪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체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패키지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업지도안, 학생용 활동지, 체류자격·국적·아동권 등을 정리한 권리 키카드를 함께 구성하여, 게임 이후 토론과 성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교사 및 활동가 자문을 거쳐 교육 현장에 보다 적합한 표현과 구성으로 다듬는 과정에 있으며, 향후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남겨진 과제와 앞으로의 다짐
제도적 변화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멉니다. 취업에 성공한 A군이 직장 내 차별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이주배경 후기 청소년의 이들의 직장 내 노동권 문제를 본 단체의 의제로 다뤄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매우 보수적임을 이번 사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고, 학교 현장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활동도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은 이번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이주인권단체, 학교 및 교육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이 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글,사진 성공회용산나눔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