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우당탕탕 이주 유랑극단의 신나는 고난기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3.27

읽는 시간 0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공익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5년에는 20개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여 단체들이 직접 전하는 활동 이야기를 통해 작은 시도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2025년 12월 어느 겨울날, 오전 8;30에 서울에 있던 우리는 갑자기 강릉 어느 바닷가에 서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방글라데시, 일본, 중국, 한국 출신의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변에서 힐끔거렸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어색한 조합인가보다. 멤버 중 누군가가 말했다.

“공연하러 온 게 아니라 나들이 온 것 같은데요. 힐링돼요.”

그날 우리는 강릉인권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러 왔다. 아침 일찍부터 서울의 사무실에서부터 모여, 렌트 한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강릉에 도착해서 점심식사 후에 공연 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음날 마지막 공연이 서울에서 예정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당일치기로 강릉에 와야 하는 아쉬움에 일부러 바닷가에 갈 수 있는 시간을 넣은 것이다. 짧은 힐링 후에 강릉의 공연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수다를 떠는 사람, 수고했다는 의미로 한잔하는 사람, 지쳐 잠든 사람들, 머릿속에 그날 하루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유랑극단 같은 이미지로.

2025년에 기획된 이 공연은 <이주인권 배달극장>이다. 이주민 당사자들이 출연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문제점을 퓨전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전에 우리 단체에서 계속했던 1회성 공연이 아니라, 공연 이름처럼 좀 더 다양한 관객들과 가까이서 만나고자 총 5회의 순회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게는 공감을 주고, 인권에 관심이 있지만 혹은 노동운동에 관심은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이 공연을 통해서 체감하게 하고 싶었다.

전문·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이주민, 선주민 할 것 없이 함께 모여서 마당극을 만들고,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5월부터 시작된 워크숍 기간에는 마당극 전문가의 자문과 실제 한국 전통 마당극에 대한 연습과 대본을 만들었다. 특히 몇 년간 우리 단체와 퍼포먼스 공연을 함께 하시고 이제는 쉬시던 민경서 님이 마당극의 기본 움직임 등 기초 실습을 재능기부로 해주셨다. 관객과 소통하고 사회를 풍자한다면, 형식에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하라는 마당극 전문가의 조언도 도움이 되어 우리만의 퓨전 마당극 <이주인권 배달극장>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 공연은 망했나?

9월 21일. 대망의 첫 공연. 서울 중구 한복판인 서울고용노동본청 앞 길거리 무대였다. 우리 공연을 초청한 곳은 민주노총 주최의 전국이주노동자대회. 1천여명의 이주노동자와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 집회 무대에서 떨리는 마음을 갖고 시작된 공연이었다. 앞줄에는 마당극을 아는 한국 선주민 활동가들이 있어 호응이 좋았지만, 뒷줄로 갈수록 낯선 공연에 어색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보였다. 게다가 무대와 너무 먼 공연은 뒷줄에 사람들에게 전달이 잘 안 되는 듯 했다. 어..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인데, 그들에게는 공연 자체가 낯설게 느껴진 듯했다. 호응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는 출연자의 실망섞인 투정. 하지만 우리 출연자들도 마당극의 즉흥성과 관객과의 호흡보다는 공연을 진행하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공연은 괜찮을까? 망했나?’ 이주민에게는 공감을 얻고, 선주민 활동가들에게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이고자 했던 우리의 공연 기획 목표는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11월 2일, 두 번째 공연. 신도림역 앞 넓은 디큐브 광장 앞에서 진행된 14회 서울이주민예술제 행사의 피날레 공연. 추운 날씨에 평상시보다 광장 앞 사람들은 줄었고, 현장 음향관련 기술문제로 공연 무대 자리는 관객석과 멀어졌다. 추운 날씨에 얇은 개량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는 출연자들이 안쓰러웠다. 그래도 적은 관객석이나마 같이 호응해주고, 지나가는 지하철 이용객들도 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어느 정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조직되지 않은 일반 시민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되는 공연이었다. 그들이 평생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일이 언제 있을 것인가?

이주노동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공연이 되다.

마지막 3번의 공연은 사정상 12월에 몰아서 하게 되었다. 12월 7일. 세계이주민의 날 기념&미누상 시상식 초청 공연. 전국의 많은 이주노동자단체가 성공회대학교 행사장에 모였다. 200여석의 관객석을 꽉 채운 이 행사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이라서 그런지 관객들이 같이 호응도 잘 해주고, 영상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관객들도 많이 있었다. 이날 행사의 주최자 중 한 명의 후기가 그날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겪고 있는 애환(주거문제, 노동 환경, 그리고 차별적인 언어 사용 등)을 잔잔하게 희화화해서 마당극으로 꾸며 보여주고 있지만,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처절하고 애절함이 사무쳐 있었다.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은 극명하게 ‘강요된 노동’임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 고용허가제에서 가장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장이동의 제한’, 죽음의 사선을 넘어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몸짓은 보며 한국사회 이주노동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가슴 속을 파헤쳤다. 우산을 펼쳐들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하라!’는 장면에서 결국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삼켜야했다. 마당극이 끝나도 그 여운이 아직도 아른 거려 다가온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답게 살아야한다.’의 카피를 단 <이주인권 배달극장> 마당극은 단순한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사람’이기에 함께 보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남는다.”

12월 13일 강릉인권영화제 초청 공연을 끝내고, 바로 다음날(12월 14일) 서울의 은평외국인주민센터의 하반기 수료식 초청 공연으로 마지막 공연을 끝냈다. 조금 버거운 스케줄의 마지막 공연인 데다 작은 강당의 가장 작은 무대에서 이루어진 공연이라 걱정되기도 했다. 첫 번째 공연과 정반대로 정말 관객의 코앞에서 해야하는 공연. 이주민들이 꽉 들어차고 선주민들은 뒷줄에서 보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4회의 공연을 하면서 조금씩 몸이 풀렸는지, 아니면 출연자들은 같은 이주민들 앞이라서 그런지 관객과 같이 호흡하며 마당극다운 모습을 보였다. 관객들도 손뼉을 치며 웃고, 같이 분노하며 함께 즐기는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좀 더 많은 선주민 관객에게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지만 이주민들에게만은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공연이었다. 우리의 우당탕탕! 이주민 유랑극단의 유랑 공연기는 이 공연을 본 이주민의 후기로 마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적인 스타일로 쓰인 이 연극은 “모든 노동자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깊이 있고 공감 가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관객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부터 국내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동자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극은 모든 직업에는 가치가 있으며, 노동자들은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에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고된 노동을 하지만, 불공정한 대우와 열악한 생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며 깊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연극은 국적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공정성과 인간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처럼 의미 있고 인간적인 연극을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부이 응옥 안, 은평외국인주민센터 이용 유학생

글,사진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