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문제와 의제는 점점 더 다양해집니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존에 없던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가는 공익단체들이 등장합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이러한 시작의 순간에 주목합니다. 각기 다른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단체들이 현장에서의 실험과 시도를 통해 방향을 구체화하고, 자신만의 활동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함께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직접 작성한 1년간의 활동 기록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집은 없지만, 집들이는 계속됩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2023년 창립 이후 3년 동안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사업과 함께하며 청소년 주거권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마무리하고 ‘홀로서기’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립을 앞둔 마음은 떨리고 막막합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쌓아온 성과와 수많은 연대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온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주거는 ‘보호’가 아니라 ‘권리’

온은 그동안 청소년도 시설이 아닌,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이야기해 왔습니다. 청소년 주거 문제를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당사자의 선택과 권리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을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청소년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동안 거의 묻지 않았던 이 질문은 언제나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온은 더 이상 혼자 외치는 단체가 아니라, 주거·탈시설·청소년 인권을 잇는 연대의 흐름 속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
지난 2025년 11월,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온의 자립후원행사 ‘집은 없지만, 냅다 하는 집들이’는 지난 3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상상하는 자리였습니다. 행사는 전시와 낭독극, 토크쇼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시는 지난 3년의 활동을 바탕으로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0명의 청소년이 이야기한 ‘집다운 집’은 모두 달랐고, 그 다름 자체가 존중받아야 할 삶의 모습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시 공간에는 온의 정책·연대 활동, 청소년 주거권과 탈시설을 다룬 캠페인 영상, 청소년의 집을 상징하는 텐트와 연대 단체들의 이름, 청소년 친화도시 모형이 함께 어우러지며, 청소년과 주거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사회를 그려냈습니다.


공연장에서는 낭독극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가 상연되었습니다. 집이라 부르기 어려운 공간을 전전하는 청소년의 삶을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풀어낸 무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어진 토크쇼에는 온의 청소년 주거지원 사업 ‘청소년주거119’에 참여 중인 두 명의 청소년이 무대에 올라, 쉼터와 그룹홈과 같은 시설을 거쳐 자신의 집을 꾸려가고 있는 현재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에게 ‘집다운 집’이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홀로서기가 아니라, 함께 가는 길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온은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돋움위원회, 전시팀, 낭독극 팀, 청소년 참여자, 후원인과 회원들까지. 그 모든 순간은 온의 홀로서기가 혼자가 되는 일이 아니라, 곁에 선 이들과 함께 서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자립을 시작하는 온에게 2026년을 ‘함께 사는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해로 삼고자 합니다. 작년에 이어 청소년이 집을 구하고, 유지하며 살아가는 전 과정을 함께하는 주거지원 활동, 시설 이후에도 ‘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정책·제도 개선, 전시·문화·캠페인을 통한 청소년 주거권 인식 확산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온은 청소년에게 집이 ‘언젠가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야 할 오늘이라고 믿습니다. 청소년도 지역의 주민으로 환대받으며, 자기 방식으로 집을 꾸리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온은 집을 구하고, 이사하고, 집들이를 해 가면서 청소년과 함께 ‘집다운 집’을 살아내는 사회의 가능성을 제안해 나가고자 합니다. 아직 청소년에게 집다운 집은 멀고, 제도의 문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온은 지난 3년 동안 혼자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함께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온의 다음 3년을 함께 만들어 주세요. 청소년 주거권 운동이 멈추지 않도록, 관심과 응원, 그리고 후원으로 곁에 서 주세요. 집은 없지만, 집들이는 계속됩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청소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소년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활동을 합니다. 주거위기를 겪는 청소년에게 시설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시설중심사회와 시설 밖에서도 청소년에게 시설화된 삶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는 탈시설 운동을 청소년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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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