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친구들, 지역의 커먼즈를 지키는 일에서 문화민주주의를 다시 묻다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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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문제와 의제는 점점 더 다양해집니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존에 없던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가는 공익단체들이 등장합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이러한 시작의 순간에 주목합니다. 각기 다른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단체들이 현장에서의 실험과 시도를 통해 방향을 구체화하고, 자신만의 활동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함께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직접 작성한 1년간의 활동 기록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오래된 극장의 상실,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1963년 개관한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고자 했던, 그리고 강제 철거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원주 원도심의 중앙에 자리 잡았던 아카데미극장은 약 60년 동안 시민들과 함께해온 공간이었습니다. 2006년 폐관 이후 시민들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극장의 문을 열고, 단순히 영화관이라는 기능을 넘어, 시민이 모이고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계속 사용하기 위해 7년 동안 토론하고 제안하며 단계적 보존과 공공적 활용에 관한 숙의 과정을 이어왔습니다. 극장 보존의 염원은 시민 모금 1억 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행정의 결정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극장은 일방적으로 철거되었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물리적인 충돌과 탄압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바로 2023년 강원도 원주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공간이 사라지자, 그 안에서 가능했던 시간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만나고,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던 공공의 시간과 가능성 말입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 이후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극장의 부재’가 아니라, ‘지역에서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취급되어 왔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지역의 커먼즈와 문화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커먼즈란 특정 개인이나 시장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의해 함께 가꾸고 지켜야 할 공공의 자산을 뜻합니다. 아카데미 극장은 그저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가꾸고 활용하고자 노력해왔던 문화적 커먼즈였습니다. 그리고 그 커먼즈가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문화가 얼마나 쉽게 배제되고 밀려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는 원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익성과 효율을 기준으로 도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작은 극장과 서점, 공연장, 커뮤니티 공간들은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이 흐름을 ‘한 지역의 아쉬운 사건’이 아니라, 문화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에서 벌어진 이 일을 통해, 더 큰 구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왜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모였을까?

아카데미극장 철거 이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상실을 통해 우리는 빼앗기지 않을 지속 가능한 모두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초첨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문화는 시민의 권리이고, 시민은 문화정책의 소비자가 아닌 결정 과정의 주체라는 점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를 묻는 데 집중했습니다. 지역에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영화관은 왜 지속 가능하지 않은지, 문화공간의 존폐가 왜 시장 논리에만 맡겨져야 하는지, 시민은 왜 늘 참여가 제한되고 통보받는 존재로 남는지. 이런 질문들이 아카데미의 친구들을 하나의 단체로 묶어주었습니다. 

1년 차 활동, 연결을 만드는 시간

아카데미의 친구들 1년 차 활동은 거창한 성과보다 ‘연결’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지역 시민들과 함께 영화 상영과 이야기의 장을 열고,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아카데미극장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지역 문화정책의 구조와 한계를 함께 짚어보았습니다.

또한 지역의 다른 공익활동가, 시민사회 단체들과 교류하며 아카데미극장의 사례가 다른 의제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모두의 자산인 커먼즈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개발 중심 행정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연대활동을 통해 문화민주주의는 문화 영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누구의 필요를 우선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배제되는 이들은 누구인지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모두에게 처음인 경험 속에서 ‘지속 가능한 단체’의 기틀을 만들어갔습니다. 임의단체라는 조건 속에서도 운영위원회와 사무국을 구성하고,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는 과정에서 쌓아온 민주적 의사결정의 경험을 조직 운영으로 가져왔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끝까지 듣고, 다수결보다 합의를 중시하며, 존중과 평등을 원칙으로 한 내부 수칙을 함께 마련했습니다. 빠른 성과를 내기보다, 함께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 1년 차의 핵심 과제였습니다.

기록하는 이유,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아카데미극장 철거의 과정과, 그 이후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것에 머무르기보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지역의 연대와 시민들이 모여 질문을 던졌던 공론장의 시간, 그 안에서 드러난 문화정책과 공공성의 의제들까지 연결해 남기고자 합니다. 기록 작업을 통해 한 공간의 상실이 어떻게 새로운 관계와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급변하는 지역 문화 정책 속에서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한 유의미한 사례로서 공동체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다음 단계

1년 차 활동을 통해 우리는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지역에는 여전히 공공적 문화공간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있고,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그 목소리를 모으는 하나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지역이기에 발생하는 인력과 재원의 부족, 공간의 부재, 제도적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한계들은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왜 계속 필요하며, 왜 조직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지역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그 시선은 늘 더 넓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극장의 철거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문화민주주의의 과제입니다. 1년 차는 그 과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지역의 커먼즈를 지키는 자리에서, 문화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하나씩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 연결의 과정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연대에서 출발한 단체입니다. 극장 철거 이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지역의 문화와 공간, 그리고 공공성을 둘러싼 다양한 의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지역 안에서 새로운 연결과 실험을 만들어가며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하는 활동을 이어갑니다. 🔗아카데미의친구들 홈페이지 바로가기

글,사진 아카데미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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