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buy) 있는 집보다 지금, 살 수(live) 있는 집은 없나요?
복덕방을 아시나요? 아마도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말일텐데요. 바로 부동산의 옛말입니다. 복과 덕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복덕방이라고 지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이 곳에 집을 구하러 가기도, 시세를 확인하러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벽에 가득 붙은 매물인 사는(buy)집은 물론, 살 수 있는(live)집조차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시를 볼까요?
매물: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집”
문의: 집을 구하려 했지만 부모님과 세대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문 앞에서 여러 번 돌아서야 했습니다. 곰팡이가 번진 방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입양을 결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품에 안은 순간, 차마 보낼 수 없어졌습니다. 서툴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매물: “문을 잠글 수 있는 집”
문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습니다. 어느 날은 PC방, 어느 날은 찜질방. 밤에 일하고 낮에 친구가 비운 집에서 잠을 자는 날들이 길어졌습니다. 친구의 작은 고시원 방에서도 이제는 나와야 합니다. 주소가 없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시 살아보고 싶습니다.
매물: “보호종료가 없는 집”
문의: 만 열여덟, 보호종료. 보육원을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길 것이라는 설렘도 잠시.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계약도, 고지서도, 고열로 아픈 날도.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한다는 생각에 자립 생활은 점점 버거워졌어요. 보통의 청춘으로 잘 살고 싶어요.
뉴스에 없는 진짜 ‘집’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소소해보일 수 있는 집의 조건들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해 길 위를 떠도는 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반면, 뉴스는 온통 부동산과 투자, 다주택자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청년들을 쉽게 포착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그간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하며 청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머물 곳이 없어 심리적, 신체적으로 위험에 놓인 청년, 아이를 낳고 키울 곳이 없는 청소년부모. 같은 ‘집’을 말하고 있지만, 다른 현실을 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부르는 ‘지옥고’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았고, 실직과 가족 해체, 질병 및 장애 등의 원가정을 떠나 거리로 나오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입고, 먹고, 잘 수 있는 공간. 위험한 환경에 있는 그대로 노출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안전한 집이 있어야 일을 구할 수 있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다음의 삶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먼저인 ‘집’이 가장 뒤로 밀려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상한 복덕방’
주거가 먼저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경험으로 와 닿을 수 있도록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익숙한 모습이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수상한 복덕방’입니다.

다만, 보통의 복덕방처럼 500/45 같은 숫자가 없습니다. <수상한 복덕방>이 내놓은 매물을 처음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조건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아 입양을 고민하는 청소년부모, 가정 폭력을 피해 살기 위해 나왔지만 당장 머물 곳이 없어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위기청년, 보육원을 나와 집을 구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이 이야기들은 아름다운재단의 주거지원사업의 사례들입니다.
“갈 곳이 없고 막막했을때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나 자신 조차 돌볼 수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안전하고 따스한 공간이 생기니 내가 뭘 해야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할지 잡혀지더라구요.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부모가 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참여자
“집이 없으면 주민등록이 사라지더라고요. 주민등록이 없으니 취업도 할 수 없게 되고, 저의 존재가 부정받는 것 같았어요. 주거지원으로 신분증도 다시 생기고, 이제 기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노숙위기청년 지원사업 참여자
아름다운재단은 주거사각지대를 찾고, ‘집’을 먼저 지원합니다. 그리고 주거지원에 끝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나씩 필요한 조건들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주거지원사업에 담긴 ‘안전한 집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 집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 함께해주세요
사각지대의 이야기를 통해 집이란 무엇인가를 전합니다. 연중 새로운 수상한 매물들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주세요. 들여다 볼 수록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인 ‘주거’의 조건들이 보일 거예요. 영상 시리즈,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찾아갈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청소년부모, 노숙위기청년, 자립준비청년 등 주거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자립지원에 쓰입니다. 집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 계속해서 함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