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인 서로돌봄, 지역을 만나다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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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공익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5년에는 20개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여 단체들이 직접 전하는 활동 이야기를 통해 작은 시도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서로돌봄의 시작과 현장”

HIV 감염인 서로돌봄 프로젝트는 “감염인이 감염인에게”를 모토로, 의료와 돌봄에서 소외되기 쉬운 HIV 감염인들을 동료 감염인이 직접 돌보는 사업이다. 기존의 감염인 지원사업의 한계를 절절히 느낀 당사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동료에게 온기를 전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번 아름다운재단 사업 기간 동안 11명의 돌봄활동가들이 26명의 감염인 동료를 돌보았다. 이 기간 140회의 방문돌봄과 병원동행이 이루어졌다.

동료 돌봄활동가는 거동이 불편한 감염인의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의료진과의 소통을 조력한다. 수술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했더라도 외래진료는 돌봄활동가와 같이 간다. 갑작스런 건강 문제로 집안일을 할 수 없는 이를 찾아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상을 회복하도록 지원한다. 가족과 직업이 있지만 수면내시경을 받아야 할 때, 질병 정보가 알려지지 않기 위해 감염인 동료가 동행하여 보호자 역할을 한다. 어느 시각장애 감염인은 감염내과 진료만큼은 활동지원사와 같이 가지 않기 위해 동료 감염인에게 부탁한다.

편마비가 있는 동료를 위해 돌봄활동가가 만든 반찬

돌봄활동가들은 이따금씩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잘 돌보는 방법을 논의한다. 모두 돌봄활동가 양성교육을 수료하였고 1년에 몇 번은 강사를 초빙해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돌봄에 나선 돌봄활동가들을 케어하고 돌봄 과정에서 들었던 여러 생각들에 귀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들을 계속 돌보고 함께 나이드는 것이다.

물론 전국의 HIV 감염인들은 저마다의 상황과 필요를 지니고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서울과 몇몇 도시에만 돌봄활동가 파견이 가능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감염인을 위한 돌봄 자원이 없다시피 하다. 아직 닿지 못한 필요들이 있고, 연결되었으나 응답하기 힘든 사정들이 있다. 우리가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돌봄은 “감염인이 감염인에게”에서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감염인에게”로 확장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지역에서 찾고 있다.

“지역으로 확장되는 돌봄: 함께 만드는 통합돌봄의 가능성”

2026년 3월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그동안 지역별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던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의 HIV 감염인도 통합돌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감염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서 외부인의 방문도 꺼리고 복지제도 신청도 주저하면서 고립되는 감염인들이 있다. 감염인으로서 치료는 순조롭더라도, 삶에 누적되어 온 건강 문제들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서 나이듦이 두렵다. 우리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의료인, 필요를 자원과 연결시키는 사회복지사, 관계를 통해 건강을 지켜나가는 주민들이 지역에서 감염인을 만나기 위해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이번 사업으로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해 <모두를 위한 통합돌봄: HIV 감염인 돌봄을 위한 안내서>를 제작했다. HIV 감염인의 돌봄 필요는 무엇이 다를까? 혹시 사고라도 나면 돌봄활동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안내서에서 이런 질문에 답하고 우리가 직접 만난 사례들을 소개했다. 낯설고 막연한 존재인 HIV 감염인을 지역에서 만날 준비를 하도록, 감염인과 돌봄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대화를 시작하도록 기본적인 판을 깔았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준비하거나 실천하는 이들과 안내서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HIV 감염인은 분명 의료적 필요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감염인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감염인들 자신이 건강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어도, 몸과 마음의 힘이 떨어진다면 자기 돌봄도 힘들다. 이때 돌봄활동가의 역할은 당사자가 스스로를 돌볼 마음의 힘을 얻고 일상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그 사람의 편에 서서 그의 생각과 느낌이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일, 이를 통해 감염인은 지역에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런 안내서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염인을 돌보는 현장이 더 많아지고,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던 감염인이 이웃으로 재발견되기 바란다. 그것을 위한 과정에 함께서봄을 참여시켜 주시기를 기대한다. 두려움 없이 돌보고 돌봄 받는 얽힘이 이어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서로’가 된다.

글,사진  HIV 함께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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