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청년 농부가 되다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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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공익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5년에는 20개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여 단체들이 직접 전하는 활동 이야기를 통해 작은 시도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전쟁 속에서도 이어지는 청년의 연대와 선택

나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미얀마 청년입니다. 우리 마을은 미얀마에서 가는 것보다 인도 미조람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 더 가깝습니다. 지금은 군부가 모든 길을 막고 있고, 갑자기 폭탄을 쏘아대기 때문에 우리 고향으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 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도 3일째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미얀마의 모든 국민들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상상할 수 없이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매일매일이 불안하고 의식주, 보건, 교육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모든 생활을 잃었습니다.

나는 월급의 반절 이상을 부모님께 보냈었습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에는 우리의 새로운 정부 NUG(민족통합정부)와 PDF(시민방위군), CDM(시민불복종운동공무원), LDF(마을방위군) 그리고 미얀마의 많은 피난민들, 부상자, 정치수감자들에게 기금을 보내야 해서 우리 부모님께는 생활비를 제대로 못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행복합니다. 부모님과 여동생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5년의 전쟁은 저도, 미얀마의 다른 청년, 시민들을 지치게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 민주주의를 꿈꾸는 것은 미얀마닷봄의 멤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닷봄은 작년 2월에 미얀마 지역을 다시 살리기 위해 한국의 청년들이 상담·기록 교육을 마치고 만들었습니다. 강인남 대표님 이야기로는 한국의 한 단체가 우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2024년 12월에 매솟에서 ‘미얀마-매솟국경-한국 내 미얀마 청년’ 모임을 갖고 지역사회복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복원 팀은 쿠데타로 희생된 시민들의 삶을 기록하는 ‘기록팀’과 농사를 다시 지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팀’으로 나누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농업으로 다시 시작하는 미얀마 지역사회 복원의 꿈

작년에는 농업 이론 교육을 6번 받았습니다. 농업의 철학, 농업의 개념, 농업의 중요성, 농업의 방향, 농사 방법을 배웠습니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 후에는 인천 텃밭에 가서 직접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고구마와 토란을 캐며 농부님에게 농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0월 추석에는 실상사에 내려가서 절에서 먹고 자며, 새벽 예불과 저녁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수행을 이어 갔습니다. 실상사 농사에 참여하며 음식찌꺼기와 자연을 이용하여 퇴비와 해충제를 만드는 유기농업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2월에는 미얀마 농업과 가장 비슷한 태국의 치앙마이를 방문하여 유기적인 삶 안에서 유기농업을 해나가는 다양한 나라의 활동가 농부, 공동체의 농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에 배웠던 농업 이론이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농업은 미얀마지역사회를 복원하는 데 있어 근본이 되는 노동입니다. 미얀마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어서 기술도 있고 경험도 있고, 다시 농사를 짓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걱정도 있습니다. 군부가 대부분의 시골 미얀마 마을에 불을 질렀기 때문에 마을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농사짓는 소도 죽고, 땅도 다 망가졌습니다. 그 사이 미얀마 군부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중국이 마을 개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잃은 미얀마 농부들이 그나마 최소한의 자본으로 해볼 수 있는 것, 풍요로운 토양과 자연을 기반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농사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농업으로 지역사회를 복원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역사회를 복원하는 농사 감각을 익혔습니다. 지구 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며, 천연 비료 제조법과 씨앗과 토양 보존의 기술도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이는 법과 화학 농약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실천하며 저의 주변 이웃과 미얀마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과 미얀마를 잇는 희망의 씨앗, 미얀마닷봄

지난 1월 10일에 인천도시농업 선생님들을 미얀마닷봄에 초대했습니다. 우리는 미얀마 작물을 심고, 그걸 팔아서 미얀마 농부들을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우리를 지원하며 작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텃밭을 내주었습니다. 2026년부터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업 기술도 더 익히고, 미얀마에서 어떤 작물로,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하는지를 직접 해볼 계획입니다. 현재 6명인 농업팀의 멤버도 늘리고, 농사를 지으며 협력하는 방법도 체럼하려고 합니다.

미얀마와 태국 국경 매솟에서는 난민학교 텃밭을 지원하고, 농사 경험이 있는 청년 농부들을 모아 공동농업도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농업팀에게는 미얀마닷봄을 설립하고, 지역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한국의 마을공동체를 연결하는 코코도 있고, 농업에 대해 계속 가르쳐주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도 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열정적인 청년들이 함께 협력하며 쌓은 소중한 경험. 그 과정에서 피어난 유대감과 사랑을 배우는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농부가 되어가며 미얀마 지역사회복원의 꿈을 이뤄가는데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여러분과 미얀마,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글,사진 해외주민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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