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시민으로 집회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토대를 쌓다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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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공익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5년에는 20개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여 단체들이 직접 전하는 활동 이야기를 통해 작은 시도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지하철에서 시작된 질문,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로운가요?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 헌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정확히는 ‘법이 헌법을 위반하여 주먹에 협조하는 상황’이라 해야 할 것이다. 침묵 선전전을 하는 전장연 활동가들을 서울교통공사가 강제 퇴거시키고,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활동가들을 위법하게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며, 경찰은 이들을 장시간 불법 구금한다.

검찰이 활동가들을 전차교통방해, 업무방해, 철도안전법위반 등으로 기소하면, 법원은 이들을 유죄로 판단한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정작 평화적인 집회를 한 활동가들은 형사 처벌된다. 2016년 유엔 특별보고관은 집회 참가자와 주최자를 형사 처벌하는 한국의 사법 관행이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범죄화하고 위축시키므로 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전장연 집회 지원단 제1차 전체회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하 ‘희망법’)은 전장연 활동가들의 형사 변론을 맡아왔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기소되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지고, 현행범인 체포와 불법구금, 구속영장 청구가 남발되면서 희망법만으로는 법적 대응을 원활하게 하기 어려워졌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적게는 한 건, 많게는 수십 건의 ‘범죄사실’(집회)로 기소되었고, 재판 진행 중에 다른 집회 사실들이 추가 기소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법적 대응을 함께할 동료들이 절실했다. 전장연 집회를 법적으로 지원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2025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집회의 자유를 둘러싼 현실과 대응 활동 기록

2025년 4월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회원들에게 전장연 집회 지원단 참여를 안내하고 신청을 받았다. 그 외에도 희망법과 전장연의 신청 안내를 보거나 지인을 통해 소식을 듣고 참여한 변호사들도 있었다. 기존에 구성되어 있었던 개별 사건 변호인들도 전장연 집회 지원단의 이름으로 함께 모였다. 이렇게 모인 변호사들과 함께 2025년 5월 30일 첫 회의를 진행하고, 세부 활동별로 팀을 나누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장연 집회 지원단 교육을 진행했다. 전장연 집회에 관심을 가졌더라도 처음 활동하는 변호사들도 있었기 때문에, 장애 인권 및 전장연 활동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높이는 교육으로 시작했다. 구속영장 대응,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 신청, 형사 변론에서 특히 문제되는 집회 채증 사진 및 CCTV 영상과 관련된 증거법, 휴대폰이나 노트북 압수수색 대응과 관련한 교육도 진행했다.

교육 후에는 집필진을 정해서 일반 시민과 활동가에게 필요한 법적 정보를 <시민과 활동가를 위한 전장연 집회․시위 안내서>로 정리했다. 집회의 자유를 선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국제인권규범의 내용부터 현행범인 체포 및 조사 과정에서의 피의자 권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안내서다. 전장연 활동가들의 감수를 받아,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문체와 형식을 수정했다. 이 안내서의 내용을 시민․활동가와 나누기 위한 교육도 서울, 경기, 경남 등의 지역에서 총 6회 진행했다. 안내서의 내용뿐만 아니라 서로의 집회 참여 경험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집회 현장에서 위법한 요구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한두 문장으로 핵심을 요약한 전단지도 만들었다. 안내서와 전단지 PDF파일을 전장연과 희망법 홈페이지, SNS에 게시했으니 누구든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현장 대응부터 안내서·교육까지 이어진 법률지원 이야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숱한 회의들을 했다. 활동 사진도 온통 비슷비슷한 회의 사진들뿐이라 고르기 어려웠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회의 장면 두 개를 꼽자면, 2025년 5월 30일 제1차 전장연 집회 지원단 전체 회의와 같은 해 12월 16일 제3차 전장연 집회 지원단 전체 회의다. 두 회의 모두 전장연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새로 꾸려진 전장연 집회 지원단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던 1차 회의 당시 회의실은 숨이 막히도록 고요했다. 7개월 동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다음 진행된 12월 16일 회의에서는 시간을 꽉 채워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고민, 소감, 평가, 보완점,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면 좋을 여러 가지 제안들이 쏟아졌다. 법률 지원 네트워크 구축 및 강화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했다.

<시민과 활동가를 위한 전장연 집회․시위 안내서> 교육

이러한 활동이 사회 인식과 사법기관의 관행 변화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26년 1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5형사부(재판장: 백대현)는 전장연 문애린, 한명희 활동가에 대해 전차교통방해를 비롯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평화적인 집회를 진행했음에도 단순히 ‘불편’을 이유로 활동가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위배된다.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원칙이 하루빨리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전장연 집회 지원단은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글,사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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