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보람에 심취하다
‘구김살 없이 편안한 사람’ 혹은 ‘유머러스한 분위기 메이커’ 모두 이수빈(가명) 장학생에게 썩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유쾌한 성품 따라 해맑은 미소 짓고 그는 친구들에게 근육 관련 상식을 전해주곤 합니다. 그리고 손수 지인들의 뭉친 어깨를 안마해주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전도유망한 물리치료학과생인 탓입니다.
“고3 때 형이 진로로 물리치료학과를 추천했어요. 저도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괜찮겠다 싶어 진학을 결정할 수 있었는데요. 물리치료에 대해 공부할수록 실생활에서도 너무 유용한 거예요. 제 건강도 살펴볼 수 있고, 주변 사람도 보살필 수 있었어요.”
신체를 거의 미동할 수 없었던 환자가 자유로이 활동하는 모습. 이수빈 장학생은 물리치료를 통해 인체의 신비를 감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습하는 과정에선 보람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공에 점점 심취할 수 있었던 그는 대학교 4년 내내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실습이 만만찮은 재활의학병원에 자원하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부터 새벽 1시에 잠들기까지 오로지 물리치료만 파고들었어요. 솔직히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겹더라고요. 하지만 사람이 대상이다 보니 대충할 수 없잖아요. 안간힘 써서 버텼어요.”
인생의 행운을 함께하다
이수빈 장학생은 비단 학업에만 전념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대학생활을 다채롭게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리치료학과 대표로 선후배들을 리드했는가 하면 동시에 세 동아리에 가입해서 동분서주하기도 했습니다. 그처럼 사회성이나 붙임성이 훌륭했기에 그는 여러 가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워낙 분주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시간을 할애해서 친구하고 전국 투어도 다녀왔는데요. 그중에 부산의 광안리 바다가 멋있더라고요. 밤바다랑 광안대교 배경삼아 돗자리 펼치고, 회도 먹으면서 우정을 다졌어요.”
열정이 가득한 이수빈 장학생의 대학생활. 다만, 목적을 성취하는 만큼 경제적인 부담도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벌이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여느 장학생처럼 공장, 식당, 고깃집, 당구장, 웨딩홀 등 빠짐없이 아르바이트를 거쳤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고단한 심신 너머 방문했던 고향에서 우연찮게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마치 인생의 행운 같았어요. 크게는 학비부터 작게는 교재비나 통신비처럼 눈에 띄지 않는 부분도 헤아려주고요. 그래서 지역의 후배한테도 얘기했는데요. 이번에 3기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그러더라고요.”
축복처럼 놀라운 사건을 만나다
근래에 이수빈 장학생은 물리치료학 공부로 밤낮이 따로 없습니다. 대학생활의 대미를 장식할 물리치료사 자격시험이 머지않은 탓입니다. 평가 과목은 기초와 중재, 그리고 실기. 그는 요즈음 중요한 치료법과 자신이 실수하는 영역을 중점적으로 학습합니다. 암기해야 하는 항목이 태반이라 수월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중입니다.
그토록 이수빈 장학생은 자격증 갖추고 졸업할 수 있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그러면 그는 수도권에서 물리치료사 경력을 쌓고, 봉사로도 섬길 예정입니다. 물론 기부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실제로 기부의 소망은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에겐 축복처럼 놀라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정상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한 학기가 있었어요. 마음고생이 여간하지 않았는데요. 물리치료학과 사무실로 익명의 전화가 걸려온 거예요. ‘부여’에 거주하는 ‘물리치료학과생’에게 300만 원을 기부하고 싶다고요. 해당되는 학생이 저뿐이었어요.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충분하더라고요. 아직도 그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간에 부자의 기부는 당연하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이수빈 장학생은 모든 기부가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맘속 깊숙이 나눔의 빛이 반짝였나 봅니다. 훗날에 그 역시도 무명의 기부자로 장성하고 싶었습니다. 고무적인 선순환의 나눔. 이제는 물리치료사로서, 또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그가 누군가의 밤을 밝히는 모습을 환하게 그려봅니다.
이제껏 이수빈 장학생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적인 듯 경이롭게 받아들였기에 한껏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리치료를 단순한 치유가 아닌 ‘인체의 신비’로 감지했기에 그는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도 지원보단 ‘행운’으로, 익명의 기부도 ‘축복’으로 깨달았기에 그는 나눔을 선순환하게 되었습니다.
그쯤 되자 이수빈 장학생이 스치듯 고백했던 소중한 꿈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보통의 꿈일 수 있지만 그의 시선에 비추면 그예 ‘위대한 꿈’으로 변모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사랑으로 삶을 헌신해야 하고, 때로는 목숨을 희생해야 되는 꿈…… 참 아름다운 그 꿈을 응원하고자 합니다.
“제 꿈은 평범한 가장이에요. 가정적인 남편이 되고 싶고요. 친구 같은 아빠가 돼서 행복하게 잘살고 싶어요.”
글 l 노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