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詩), ‘꽃’은 정성껏 존재를 호명하면 그이는 꽃으로 피어난다고 읊조린다. 그처럼 사랑으로 불러주는 목소리는 누구보다 아동청소년에게 절실하다. 아직 영혼이 여물지 못한 유년 시절이나 사춘기 즈음은 자칫 ‘우울증’, ‘인터넷 중독’, ‘ADHD’, ‘자살 충동’ 등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제천시정신건강증진센터 김태이 사회복지사는 그래서 아동청소년을 소중히 불러 눈빛을 마주하고, 저마다의 사연에 오롯이 마음을 기울인다.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진정성 가득히 다가서요. 숨이 가쁘거나 힘에 겨우면 저한테 표현하라고 부탁하죠. 그렇게 한 아이, 두 아이 털어놓는 사정에 자주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아이야, 너를 응원해’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소통하려고 애를 써요.”

진심을 그러모아 마음을 감싸안다

제천시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마음사랑사업’에 헌신하는 김태이 선생님(28). 2013년 5월 이래 그녀는 사회복지사로서 제천시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살펴보는 중이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특히 내면의 상처가 깊숙한 아동청소년은 그녀가 한결 진심을 쏟아서 보살피고 있다.

“지금은 26명의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상담하는데요. 아무래도 우울증은 대개 학교폭력 때문에 나타나고요. 인터넷중독은 주로 조손가정에서 발생해요. 그리고 ADHD는 곧잘 유전요인이 작용하죠. 전반적으로 아이들은 감정기복과 자기방어가 심각한 편으로 의존적이고 충동적이에요. 따라서 생명을 담보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도 적잖아요.”

김태이 선생님은 그 같은 아동청소년의 내면을 치유하고 싶다. 물론 그 과정은 만만치가 않다. 가령, 상담 중 욕을 하고 몸을 긁는 등 거부와 저항이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그녀는 아동청소년과 유대감을 조성하기 위해 선생님이 아닌 언니누나처럼 소통하는가 하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게임이나 연예인 등 아이들의 이슈 역시 관찰한다.

“아이들을 상담하는 한편, 가정에 방문해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등 보호자들한테도 협조를 요청해요. 왜냐하면 보호자가 아이들을 위해 부정적 행동을 제거하면, 대다수 아이들은 보호자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거든요. 아이들은 실제로 보호자를 바라보며 어른으로 성장하잖아요.”

무언가 설명하고있는 선생님

제천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케어테이커 김태이 선생님

세심한 배려로 희망을 지원하다

유년 시절과 사춘기 즈음을 관통하는 만큼 아동청소년들의 정서와 심리는 섬세하고 예민하다. 게다가 현시점은 상대적 잣대로 서로를 비교하는 풍조가 만연한 시대이다. 그야말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헤아리는 보편복지가 필수적인 터. 김태이 선생님은 그 맥락에서 아동청소년의 삶의 초석을 지지하는 아름다운재단 <중고등학교신입생교복지원사업> <고등학생교육비지원사업>이 각별히 감사하다.

“올해 교복은 세 학생이 지원받았고요. 지금 교육비는 두 학생이 활용하는 중이에요. 무엇보다 아이와 부모님의 적극성과 유익함을 가늠하며 지원대상을 선별했는데요. 아이들은 기초적인 활동의 폭이 늘어나서 좋아라하고, 부모님들은 경제적인 부담감이 한층 덜어져서 고마워하죠.”

아름다운재단 <중고등학교신입생교복지원사업> <고등학생교육비지원사업>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배려가 스며있기 때문에 김태이 선생님은 내담하는 아동청소년 모두에게 지원하고 싶다. 아닌 게 아니라 가정적으로 어려운 상황과 경제적으로 힘겨운 환경 등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은 소원하는 바를 모르거나, 소원하는 꿈을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상기의 지원사업들은 아동청소년의 삶을 희망적으로 뒤바꿀 수 있다.

“교복도 유용하고, 교육비는 더욱 효과적이에요. 현재 고1 여학생과 고2 남학생이 교육비를 활용하는데요. 저마다 어렵고 힘겨운 시간을 극복하며 여학생은 파티셰와 바리스타 관련, 남학생은 컴퓨터산업기사 관련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각각의 관심사를 반영해 여기저기 꿈을 탐색하는 중이죠.”

활짝 웃고 있는 선생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대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아동청소년 사회복지사라면 그러하듯이 김태이 선생님 역시 아이들의 상태, 즉 정신건강이 호전될 때 가장 보람이 된다. 이를테면 아동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안부전화를 걸어오거나 인사차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들르면 그들의 마음에 여유의 틈이 생겨난 것 같아 흐뭇하고 뿌듯하다. 그럴 때면 그녀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한껏 열정적으로 고민한다.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벽화산책로라든지, ‘하루 세 번 웃기’, ‘친구들과 대화하기’, ‘자신을 칭찬하기’ 등이 기재된 약속수첩이라든지 아이들한테 실효성을 거뒀던 자살방지사례를 다양하게 적용하고 싶어요. 다만, 예산이 부족해서 당장은 시행하지 못해 안타까워요.”

그렇다고 김태이 선생님은 그 같은 제도의 한계만 탓하지 않는다. 앞으로 아동청소년을 위해 진일보한 지식과 전문적인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 중심에는 아동청소년의 삶을 염려하고, 그 미래를 격려하는 그녀의 진심이 녹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단 1인의 어른이라도 진정성 다해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로써 내적 상처가 치유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까 김태이 선생님이 주장하는 정신건강의 키워드는 아동청소년을 감싸안는 사랑인 것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한다…’라고 진실한 마음을 담고서 이름을 불러주면, 아동청소년들의 삶은 장미보다 아름답게 미래를 꽃피우리라. 그래서 그녀는 그토록 향기로운 꽃밭을 일구느라 지금도 아이들의 마음씨를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글 노현덕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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