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라는 틀로 우리만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자 !
“레디 액션!”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시장 입구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든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모여 무언가를 찍고 있다.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호기심 어린 얼굴로 구경하는 가운데 어머니역을 맡은 듯 한 여성과 아들역의 청년이 다정하게 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전통시장 홍보를 위한 광고영상을 만들고 있는 중인 서울영상고등학교 광고제작 동아리 AD FOCUS가 바로 그들이다.
소중하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들
AD FOCUS는 광고 기획, 콘티, 촬영, 편집까지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광고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제작해오던 이들은 단순히 화려하고 많이 다루어지는 것보다, 소중하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찾아 자신들의 재능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 공익광고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그 결심은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동력을 얻었다.
“임산부나 장애인 복지, 금연 등의 공익광고는 기존에도 많이 제작되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것보다 기존에 없는 주제로 공익광고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소재를 찾아 보는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기업과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중소기업과 전통시장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동아리 대표인 송민정(고2) 학생이 밝힌 의도대로 활동을 시작해 여름에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알리는 지면광고를 팀 단위로 8개 정도 만들었으며, 중소기업진흥원 등의 기관에 무료로 배포할 것이다.
가을부터는 전통시장의 장점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기획하기 시작해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오늘 드디어 본격적인 촬영에 나섰다. 지면광고에 비해 영상광고는 준비할 것도 많고 변수도 많아 학생들은 촬영 준비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시장이다 보니까 저희한테는 하루 촬영하는 공간이지만 촬영을 하는 것도 생계에 영향이 있잖아요. 유명한 시장을 2곳 찾아가봤는데 한 시장은 길이 좁아서 못하게 되고 한 곳은 상인분들이 장사에 영향이 가서 힘들다고 하셔서 무산되었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이 자주 찾아가 친한 상인들이 있는 자양골목 전통시장을 찾아가 좋은 목적으로 전통시장을 알리는 광고를 촬영한다고 부탁을 드려 간신히 섭외가 되었습니다.”
전통시장 홍보 광고는 연출은 박진솔(고1) 학생이, 촬영은 이희훈 학생(고1), 조연출과 스크립터 등의 송민정 학생(고2)이 맡아 진행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편집은 정용기 학생(고1)이 맡기로 했다. 시장을 여러 번 방문하며 콘티를 꼼꼼히 짜고 촬영의 주요 배경이 될 가게들까지 미리 다 정했지만 촬영 당일 시장에 방문하니 깜짝 놀랄 만한 변수가 있었다. 주요 촬영지로 섭외되었던 도너츠 가게가 바로 오늘 예고도 없이 문을 닫은 것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할 지 당황했지만 일단 콘티에 있는 대로 첫 번째 과일 가게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저희가 처음에 기획회의를 할 때 우리는 왜 전통시장에 가야할까? 전통시장에 가면 무엇이 좋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생각이 잘 안 나는 거예요. 우리들 자체도 전통시장에 별로 가본 적이 없어서 그랬죠. 그래서 전통 시장을 찾아가 보고 경험해 느끼는 걸로 광고 내용을 짜자고 생각했고 그 끝에 전통시장은 반가운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는 공간이 될 수 있고 덤 같은 문화가 있잖아요. 정이 담긴 문화가 있는 곳이 전통시장인 것 같아서 그런 내용을 위주로 콘티를 짰어요.“
광고를 좀 더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싶어 학생들이 광고에 등장하는 게 아니라 직접 구인구직 웹사이트에서 전문 배우를 모집해 전통시장에 가는 엄마와 아들의 시장나들이를 통해 전통시장의 장점을 부각하기로 했다. 한참 과일가게와 정육점에서 광고를 찍고 있는 학생들에게 연출을 맡은 박진솔 학생이 문을 닫은 도너츠 가게 대신 떡 가게를 순발력 있게 섭외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왔다.
우리만의 메시지, 우리 손으로 !
오늘의 전통시장 광고는 1분 30초의 짧은 영상이지만 한 장면 한 장면 촬영을 하는 학생들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 여러 번 반복되는 촬영에도 학생들의 열의 덕분인지 시장 상인들도 배우들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열심히 학생 연출가의 지시에 맞춰 연기를 해나갔다.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서 일일이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하며 몇 시간의 촬영을 하면서도 AD FOCUS 학생들은 작업 자체를 굉장히 즐거워했고 마침내 촬영이 끝나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하면서 완성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끝난 전통시장 홍보 영상은 10월에 편집 과정을 거쳐 전통시장 활성화 관련 싸이트나 페이스북 등 여러 SNS에 재능기부로 업로드하여 알릴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공익광고를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상품광고는 타켓층이 명확히 있어서 특정 연령이나 인물들을 위주로 만드는데 공익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광고를 만들기 때문에 저희가 만든 카피 한줄, 이미지 하나가 진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공익 광고를 통해 우리만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서울영상고라는 조금은 특별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이들은 엄연히 고등학생. 시험 준비나 과제에 바쁘지만 ‘광고’라는 매체로 사회에 자신들만의 메시지를 알릴 기회를 스스로 찾고 그 일을 즐겁게 하는 AD FOCUS 학생들의 눈빛은 열정에 빛났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그것이 세상에 도움까지 된다면 얼마나 보람차고 기쁜 일일까? 이들의 열정 어린 눈과 손을 통해 세상에서 소외된 가치들을 알리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익광고들이 나올 앞날을 기대해본다.
글 이윤주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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