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나비의 꿈은 꽃을 피우는 것. 따라서 나비는 날개에 꽃가루 싣고 나풀나풀 암술머리에 흩뿌립니다. 아름다움을 싹틔우는 나비의 날갯짓이 찬연합니다. 아마도 이상을 실현하는 장학생들의 비상 역시 그리 눈부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과 <아동자립지원단>은 장학생의 비전을 각인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 사업의 새로운 장을 펼쳤습니다. 이른바 ‘자기계발 프로젝트’. 목표가 간절한 5인의 장학생은 최대 500만 원 이내에서 재능과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습니다. 최현수(가명) 장학생도 그로써 계획하는 미래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최현수장학생은 B대학교 미술조형디자인학과 졸업반입니다. 사춘기 무렵, 그는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유일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디자인에 매료되었습니다. 게다가 자동차나 제품에도 관심이 각별했기에 자연스럽게 산업디자이너를 꿈으로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소망 어린 여정을 오롯이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에 접어드니 졸업작품 때문에 걱정이 앞섰어요. 재료 구성부터 전시회까지 비용이 보통이 아니었거든요.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가만히 졸업작품에 집중하자니 재료비가 모자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최현수 장학생이 제출해야 하는 졸업작품은 조형물과 서양화. 두 작품이다 보니 시간과 자금도 두 배로 쓰입니다. 그래서 못내 염려스러웠지만 그는 곧 용기를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계발 프로젝트’에 힘입은 까닭입니다. 이제 그는 졸업작품에 형형색색 전념하고, 전시회를 정성껏 매듭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로 세차게 도약만 하면 됩니다.
오직 하나뿐인 피에로
조형물은 석고나 유토, 또는 경화제처럼 고체화되는 물질이 주재료인 탓에 혹여 실수라도 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런즉 최현수 장학생은 조형물의 완성도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주제로는 ‘겉과 속을 달리하는 가식’, 아니면 ‘험담이나 뒷말이 야기하는 상처’에 대해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소재로는 도면을 설계한 후 돌을 깎거나 철을 다듬어 표출하려고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독창적인 작품을 창작하려고요. 가령 데미안 허스트라는 작가는 삶과 죽음을 고찰하는데요. 해골을 가공하거나 동물을 박제해서 전시하더라고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같은 특별한 접근이 조소에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한 최현수장학생. 주관도 뚜렷하지만 그는 주위의 조언과 도움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토록 여러 가지 작품을 구상하거나 보완하기도 수차례. 드디어 그만의 조형물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석고와 아크릴물감으로 빚어낸 피에로입니다. 1미터 남짓 노랑파랑 옷의 피에로는 슬픈 미소가 포인트인 듯합니다. 그간 그의 노고에 힘껏 박수를 건넵니다.
캔버스에 아로새긴 메시지
최현수 장학생은 조소를 전공하지만 회화에도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따라서 졸업작품으로 조형물 두 작품 대신 서양화로써 한 작품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조형물과 비슷하게 서양화의 모티브를 ‘정(情)보다 돈을 선택하는 비정’, 또는 ‘머릿속을 혼란으로 뒤흔드는 충격’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표현법은 손가락이나 휴지로 그린다든지 혹은 흘리거나 뿌려서 채색한다든지 추상적으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결코 생각만으로는 마음먹은 작품을 못 그려요. 직접 연습해봐야지 독특한 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요. 이번에 다양한 재료를 지원받게 돼서 이런저런 저의 시도가 가능했어요. 전에는 물감이나 붓을 구매하는 부분도 좀 부담이 됐거든요.”
최현수 장학생은 캔버스 100호(약 130㎝×160㎝)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테이핑으로 선을 나누기도 하고, 유화물감 및 아크릴물감을 스펀지로 찍어도 보며 표현력을 늘렸습니다. 그리고 결실 맺은 완성작은 세세한 색상으로 오밀조밀 겹친 사람의 상반신. 머릿속의 달러기호나 눈가의 눈물방울을 통해 돈 때문에 발생한 충격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 같은 그의 서양화에 교수님은 물론 선후배도 한결같이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졸업작품 전시회를 마무리할 즈음
2015년 11월 16일부터 11월 25일까지 B대학교 박물관에서는 미술조형디자인학과 졸업작품 전시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최현수 장학생은 조형물로는 ‘슬픈 미소 짓는 피에로’를, 서양화로는 ‘충격과 혼란이 스민 인격’을 수순대로 출품할 수 있었습니다. 때때로 아이디어의 수정이 불가피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그의 작품은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그대로 졸업작품 전시회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최현수장학생은 지난 대학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칠 것도 같습니다. 사실 대학교 2학년을 끝맺고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도무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학업을 잇지 못하리라 각오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교육비지원사업’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아 가까스로 학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학생들과 함께했던 제주도 경치는 편안했고, 남이섬 여행은 즐거웠습니다.
“기회를 선물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덕분에 졸업을 무사히 마치고, 사회에 빨리 들어서게 됐어요. 앞으로 디자인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은데요. 일단은 디자인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훗날에 자동차 디자이너나 건축 디자이너도 준비하려고요.”
산업디자인을 중심으로 한길을 행보하겠다는 최현수장학생의 다짐. 향후 그는 디자이너로서 재능기부를 가늠했는가 하면 자립하는 아동청소년도 물심양면 응원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아무래도 고무적인 그의 미래상. 언뜻 그의 모습 위로 아름다운을 싹틔우는 나비의 날갯짓이 떠오릅니다. 연이어 자기계발 프로젝트를 통한 장학생 모두 그렇게 꿈을 꽃피우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어쩌면 그들의 날갯짓은 세상이 행복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만 같습니다.
글 l 노현덕